[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것에 ‘둔감’해지는 과정은 아닐까. 예를 들어 아이에게 비는 두려움이었다. 하굣길 느닷없이 내리는 비에 우산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는 이제 무던히 가판대의 3000원짜리 우산을 쓰고 일터로 간다. 청년이 된 아이는 여우비가 오던 봄날 우산을 들고 첫사랑 그녀를 기다리지만 이미 다른 이의 우산 속에서 그녀는 홀연히 청년 앞을 지나간다. 청년이 우는 건지 비가 우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제 중년이 된 청년은 더 이상 사랑에 목매지 않는다. 험난한 인생의 파고에서 어느덧 모든 게 무던해졌다. 그럼에도 비가 오는 날이면 아주 잠시, 감상에 젖게 된다. 그 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8월의 단비가 내리길 바라며.

내 안의 비, 메마른 감성을 깨우다

글 김수정 기자 | 전문가 기고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장석주 시인·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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