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강의
[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에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지혜로운 상속 해법이 필요하다. 이에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부동산 상속·증여 문제에 관련해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절세 플랜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순(純)자산 중 74%가 부동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집이나 땅에 묶여 있는 재산 비중이 매우 높은 셈이다. 따라서 부동산은 상속·증여 이슈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다. 그렇다면 부동산 상속·증여 시 고려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일까.일단, 부동산 관련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세대상의 시가와 기준시가(공시가액)부터 구분해야 한다. 상속·증여세는 시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실거래가 기준을 원칙으로 한다. 상속세는 사망일 전후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3개월 전후 유사하거나 같은 물건이 매매되거나 감정평가가 2건 이상 있으면 그것을 기준으로 시가를 계산한다. 시가를 판단할 수 없을 때는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할 수 있다.
가령, 부동산의 경우 시가에 해당하는 유사한 부동산의 거래 가격이나 수용가액, 감정평가액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공시지가를 보충적 평가액으로 적용하는바 이러한 경우 과세대상 재산가액이 실제 시가에 비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후 해당 부동산의 매각 계획이 있고, 30% 이하의 상속·증여세율이 적용되는 경우라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시가’로 계산하는 편이 유리하다.
다음의 사례를 보면 이해하기 쉽다. 자녀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시세 9억 원의 농지를 공시가액 6억 원으로 신고하고 상속받아 5년이 경과한 뒤 9억 원에 매각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일단, 10억 원 이내의 상속재산이라면 세금은 잊어도 된다. 정부가 중산층의 상속세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상속인의 생활 안정을 위해 상속공제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공시가액으로 신고할 경우, 6억 원에 구입한 부동산을 9억 원에 매각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매매차익 3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억300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 상속받을 때 상속세를 시가 9억 원으로 신고했다면 5년 후 양도소득세는 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0원이다. 1억300만 원의 절세가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상속·증여세 절세에서 때론 시가가 기준시가보다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만큼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다.
절세 측면에서는 상속과 증여 중 딱히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확단할 수는 없다. 단, 사전증여를 할 경우 생전에 부모가 자녀세대에게 증여하면 상속 분쟁을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적절한 조기 상속 분배를 통해 상속인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증여 방식에 따라 추가로 증여세 절세도 가능하다. 우선, 대가족이라면 증여가 상속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증여세는 증여를 받는 자인 수증자 기준으로 납부하는 세금으로, 수증자를 한 명으로 하는 것보다는 가족 단위로 해 여러 명이 증여받는 것이 더 절세하는 방법이다. 증여재산가액을 분산해 증여세를 줄이는 셈이다. 또한 증여는 10년 단위로 하는 것이 좋다. 증여세는 증여자가 동일인이면 10년간의 증여재산을 합산하게 돼 있고, 증여자가 직계존속일 경우에는 직계존속의 배우자도 동일인으로 판단해 합산한다.
부담부증여, 절세의 또 다른 열쇠
이 밖에도 증여세 부담을 덜고 싶다면 부담부증여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부담부증여란 수증자가 증여자의 재산과 채무를 함께 증여받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부친이 자식에게 11억 원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그 아파트에 담보된 채무 6억 원도 함께 넘겨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때, 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11억 원에서 채무 6억 원을 차감해 계산한다.
즉, 아들은 5억 원에 대한 증여세를 납부하게 되고 채무 6억 원을 아버지 대신 갚아야 한다.
부담부증여의 특이한 점은 채무를 넘기는 아버지는 6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 아버지는 부담부증여로 인해 갚아야 할 채무를 더 이상 갚을 필요가 없게 되고 이는 사실상 6억 원만큼의 금전적 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납부하게 되는 양도세와 증여세의 합은 채무가 껴 있지 않은 11억 원 아파트에 과세되는 증여세보다 적은 금액이다.
그 이유는 양도세와 증여세의 세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양도세보다 최고세율이 높고, 증여세 과세대상 금액의 일부를 양도세로 돌려서 낸다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부담부증여는 취득 시점에 비해 부동산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경우에 더 절세 효과가 크다. 부친이 재산을 취득할 때보다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경우 오히려 양도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증여재산가액, 부동산 가격 상승분, 채무 금액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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