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 과세 강화한 ‘국외전출세’
[한경 머니 기고= 정병수 상무·박수진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내년에 국외 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국외전출세 문제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과세대상을 국내 주식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향후 국외 자산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엑시트 택스(Exit Tax)’로 알려져 있는 국외전출세는 조세피난처로 거주지를 변경해 원래 거주지의 소득에 대해 탈루한 후 다시 거주지를 변경하는 등의 국제적 조세회피 행위를 방지하고 과세권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15년 10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최종보고서와 2016년 1월 유럽연합(EU)의 조세회피 방지 패키지에서도 조세조약 남용 방지를 위해 ‘엑시트 택스’를 고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엑시트 택스’는 이미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자 또는 국적포기일 직전 15년 중 8년 이상 거주자였던 영주권자가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포기하는 경우 전 세계 모든 자산을 양도한 것으로 가정해 자본이득(capital gain)에 대한 소득세를 국적포기세(Expatriation Tax)로 과세하고 있다.

다만,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 중 대재산가(순자산가액 200만 달러 이상인 자), 고소득자(국적포기일 전 5년 평균 소득세액이 2016년 기준 16만1000달러를 초과하는 자) 또는 국적포기 전 5년간 납세의무 등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자 등을 납세의무자로 한정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7월부터 국외 전출 등으로 비거주자가 되는 때에 보유하고 있는 유가증권 등의 합계액이 1억 엔 이상인 경우 국외 전출 시 손익이 실현된 것으로 보아 산정한 소득세를 출국세로 과세하고 있다.

◆한국, 내년 1월부터 국외전출세 적용

국제적 경향에 맞추어 우리나라는 역외탈세 방지 및 과세권 확보를 위해 2011년부터 해외금융계좌신고 제도를 시행한 데 이어 2016년 말 ‘거주자의 출국 시 국내 주식 등에 대한 과세특례’ 규정으로 소득세법에 국외전출세를 신설했으며, 이 규정은 2018년 1월 1일 이후 출국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납세의무자는 국외전출자 중 출국일 10년 전부터 5년 이상 국내에 주소 혹은 거소를 둔 거주자로서 국내 법인의 대주주에 해당하는 자이며, 출국일까지 납세관리인과 국내 보유 주식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또 출국일까지 발생한 주식의 평가이익에 대해 양도소득세율 22%(지방소득세 포함)를 적용해 산출한 금액을 출국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

다만, 출국일로부터 5년 이내에 재입국, 증여 또는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와 실제 주식 양도가액이 출국일 당시의 평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세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세액 조정 규정을 두었으며, 세금 납부에 대한 부담을 고려해 5년간(유학 등으로 출국하는 경우 최장 10년) 출국세 납부를 유예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국외전출세 제도는 새로 도입되는 항목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란이 되거나 제도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세법상 국내 ‘거주자’ 여부의 판정은 과세당국과 납세자 간에 계속해서 많은 논쟁이 있어 왔던 분야이고, ‘국외전출일’에 대한 실질 판단 여부 등도 향후 국외전출세의 법 집행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다소 있어 보인다.

또한 거주지 변경으로 반드시 역외탈세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국가 간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조세조약을 통한 이중과세 방지 노력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엑시트 택스’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점, 거주지 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거주자와 비교해 차별적인 과세가 발생한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역외탈세 방지 및 과세권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들 중 하나로 ‘엑시트 택스’ 도입의 정당성이 논의되고 있다는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 초기인 점을 감안해 국외전출세 과세대상을 국내 주식으로 한정해 신설했으나, 향후 시행 성과에 따라서는 과세대상을 국내 주식뿐 아니라 국외 자산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세법상 대주주의 범위가 2018년 4월 1일부터는 시가총액 기준은 현행 25억 원 이상(코스닥은 20억 원 이상)에서 15억 원 이상으로, 2020년 4월 1일부터는 10억 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므로(지분율 기준은 현행과 동일) 2018년 4월 1일부터는 국외전출세 납세의무자 범위가 확대된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의 확대로 국내외 전출입이 점차 활발해져 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납세자들은 향후 국외전출세 문제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병수 상무·박수진 세무사 삼정KPMG 상속·증여 및 가업승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