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언법상 유언의 종류는 크게 인증유언(Attested Wills)과 비인증유언(Anattested Wills)으로 나뉜다. 어떤 유언장이 진정하게 작성됐다는 사실, 즉 유언자가 유언 능력이 있고 유언장이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됐으며 유언장에 기재된 서명이 유언자의 것이라는 사실이 증인에 의해 증명된 유언을 인증유언 또는 증언된 유언(Witnessed Wills)이라고 한다.
미국의 모든 주에서 유언은 인증유언을 원칙으로 한다. 즉 자필유언이나 구술유언과 같은 비인증유언은 허용하지 않거나 예외적으로만 허용한다.
특히 구술유언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 주는 점점 줄어들어서 현재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는 구술유언을 금지하고 있고, 뉴욕 주는 현역 군인과 항해 중인 선원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미국 통일상속법(UPC) 역시 구술유언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 구술유언과 관련한 판례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유언장은 다른 법률 문서들에 비해 더욱 엄격한 형식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유언장 작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람인 유언자가 나중에(그가 사망하고 난 후) 유언장에 관해 증언할 수 없다는 점, 유언자는 일반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쉽다는 점, 유언자로 하여금 현재 하고 있는 일, 즉 유언장 작성의 심각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부주의하게 말하거나 글을 쓰기 때문에 법원의 입장에서는 진술자의 진정한 의도가 재산을 이전시킬 목적이었는지를 엄격한 형식의 충족 여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유언장 요건
형식 요건 중에서도 특히 서명은 해당 문서가 단순한 초안이 아닌 유언자에 의해 최종 유언장으로 채택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재산 이전을 위해 요구되는 엄격한 형식들은 법원에 제출된 증거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언자는 부당한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 시에 유언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차원의 조치로 엄격한 형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각 주는 각자의 법령으로 인증유언에 관한 고유의 형식적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문서로 작성할 것, 유언자가 서명할 것, 적어도 2인 이상의 증인이 인증할 것 등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루이지애나 주만이 두 사람의 증인 이외에 공증인(notary public)이라는 특별한 형식을 요구한다. 버몬트 주는 세 사람의 증인을 요구한다. 이러한 세 가지 요건에 더해 부가적인 형식을 요구하는 주가 많은데, ‘유언자가 증인들의 면전에서 서명할 것’ 또는 ‘증인들이 유언자의 면전에서 서명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몇몇 주에서는 문서 말미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거나, 유언자가 증인에게 해당 문서가 자신의 유언장이라고 선언(declaration) 또는 공표(publication)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 선언과 공표가 다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공표’라는 용어를, 요즘에는 ‘선언’이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 같다.
이처럼 유언인증(attestation)을 위해 요구되는 법적 형식은 주마다 다양하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모두 영국의 사기방지법(Statute of Frauds, 1676년)과 유언법(Wills Act, 1837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UPC는 유언의 형식 요건에 관해 엄격하지 않고 상당히 융통성 있게 규정하고 있다. UPC에서는 문서로 작성할 것, 유언자가 직접 서명하거나 유언자의 의식적 현존상태(conscious presence)하에서 유언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이름으로 서명할 것, 적어도 2인 이상의 증인이 서명할 것, 증인들이 유언자가 서명하는 것을 목격하거나 서명 또는 유언장 자체에 대해 유언자가 인정(acknowledgment)하는 것을 목격한 후 합리적인 시간 내에 서명할 것 등의 형식을 요구한다.
이에 따르면 유언자는 해당 문서가 자신의 유언장이라고 선언할 필요도 없고, 증인에게 곧바로 서명할 것을 요구할 필요도 없으며, 증인은 반드시 유언자 또는 다른 증인의 면전에서 서명할 필요도 없다.
유언자는 미리 유언장에 서명하고 난 후 나중에 증인들에게 서명이 자신의 것이라거나 그 문서가 자신의 유언장이라고 인정하기만 하면 증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서명할 수 있다. 또한 유언자는 문서 말미뿐 아니라 문서의 어느 곳에든 서명할 수 있고, 증인은 합리적인 시간 내라면 심지어 유언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서명할 수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증인이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우에레시그의 유산(Estate of Saueressig) 사건에서는 한 사람의 증인만 유언장에 서명하고 두 번째 증인은 유언자가 사망한 후 인증하려고 했다.
유언집행인이 이 유언장에 대한 검인을 신청했으나,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은 “두 사람 이상의 증인에 의한 유언장의 서명은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면서 이를 거부했다.
김상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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