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사회·정리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사단법인 행복공장 제공]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스스로 행복과 자유를 찾기 위해 24시간 감옥행을 자처했던 우리 사회의 지성 3인을 만났다.
왼쪽부터 현진호 서울대 바이오시스템 소재학부 교수, 김은녕 성남 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소장, 김진수 법무법인 예강 대표변호사.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하고 위아래로 늘어서 있다. 각 방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있고, 식사도 배식구를 통해 넣어 준다. 번호표가 붙은 수의 비슷한 옷을 입고 독방에 들어가면 24시간 동안 수감자가 된다.
강원 홍천군 남면 용수리에 마련된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내 안의 감옥’이다. 행복공장은 ‘독방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지난 3월부터 오는 5월 말까지 매 주말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이에 한경 머니는 3인의 ‘출소자’들을 만났다. 지난 3월 첫째 주에서 셋째 주까지 릴레이로 24시간 독방에 수감됐던 현진호 서울대 바이오시스템 소재학부 교수, 김진수 법무법인 예강 대표변호사, 김은녕 성남 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 소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성찰과 휴식 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요구받는 시대에 그들의 ‘독방 24시간’을 간접 경험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작은 방에 혼자 머무르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말처럼 그들은 독방에서 자유와 평화로 가는 출구를 찾았을까.
#1 스스로 성찰의 감옥에 갇히다
국가 지도층의 ‘독방 수감’이 불미스럽게 이슈가 된 요즘입니다. 서울구치소, 남부구치소 독방 구조까지 생생한 뉴스가 되고 있는데, 자발적으로 독방에 들어간 기분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은녕 소장(이하 김 소장) 처음 들어갔을 때 문이 ‘찰칵’ 하고 잠기는데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그 찰칵 하는 소리가 가슴을 두드려요. ‘내가 갇혀 있는 거지, 이제 내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는 거고, 나는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더라고요. 단절된 느낌, 뭔가 끊어지는 느낌에 살짝 두렵기도 했습니다. ‘이제 정말 나 혼자구나’ 하면서요. 혼자가 주는 좋은 점도 있지만 외롭고 적막감도 들잖아요. 그동안 바쁘게 살아온 삶에 중독돼 있었는데, 단절되고 보니 처음엔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현진호 교수(이하 현 교수) 진짜 찰칵 하는 소리를 들으며 독방에 들어가면 ‘아, 어떻게 견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늘 주위에 전화하면 달려올 사람들이 있고 연락하고 기댈 사람이 있는데, 독방에선 뭘 어떡해야 하나 싶더라고요. 자고 나니 한결 편해지긴 하던데요. 처음 들어갈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보호를 받는 기분은 아닙니다.
김진수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두려움보다는 자청해서 들어간 거니까 고립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한 것이지만 외부와 연락도 안 되고 두절돼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자의로 독방에 들어가도 혼자 들어가는 기분은 사실 별로 안 좋아요. 스산한 고립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만약 자의가 아닌 상태로 감옥에 들어갔다면 돌아버릴 것 같아요. 실제 감옥에 갔다 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아주 질겁하더라고요. 성찰을 왜 거기 가서 하느냐고요. 하지만 독방에서 나올 때는 기분이 괜찮습니다.
그렇다면 두려움과 고립감을 줄 수 있는 독방에 왜 스스로 갇힐 생각을 하셨나요?
현 교수 두려움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호기심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요즘 부쩍 저를 찾는 사람들도 많고 휴대전화 문자 연락도 많고 한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었죠. 어떨 때는 자료를 찾으러 포털을 검색하다가 스포츠 뉴스를 보며 3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고요. 그런 것을 보면 내가 내 삶을 사는 건지, 주위 환경에 휩쓸려 가는 건지 모르겠고 해서 나를 돌아보는 성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푹 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김 변호사 전 이번 3월 체험이 두 번째 독방 체험이었어요. 5년 전 첫 체험을 했는데 그땐 정말 한창 바쁘게 살 때여서 혼자 좀 있고 싶었어요. ‘나만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그런 생각이라 정말 가서 잠만 자고 왔습니다. 예전에도 피정의 집이나 산사 체험을 하는 성찰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나라가 혼란스럽고 사회가 불행한데 이것이 특정인의 책임만은 아니고 각자 돌아볼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행복공장 측의 릴레이 성찰 화두에 공감해 참여했습니다.
김 소장 저도 국가적 혼란을 정치적 문제라고 생각했지, 개인의 문제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다가 우리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알렸더니 관심도 많고 댓글도 많이 달렸어요. 그중에는 ‘진짜 감옥에 들어가서 자기를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왜 우리가 독방에 가느냐’는 반응들도 있었고요. 우선 제가 참여해 봐야지 다른 사람들에게도 얘기할 수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제가 감옥에 간 날,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독방이 있는 홍천수련원으로 가는 길에 ‘그냥 쭉 가면 속초인데 속초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발적으로도 독방으로 가는 것이 그리 쉽진 않았습니다.(웃음)
#2 독방에서 ‘나’를 만나다
자청해서 들어간 독방에서 24시간이란 긴 성찰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하셨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김 변호사 독방에 들어갈 때 목표는 ‘유언장을 써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너무 빨리 끝나더군요. 혼자서 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은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장밖에 없어요. 그걸 쓰는 데 딱 10분 걸렸습니다. 유언장은 재산에 대한 처분과 부양가족에 대한 의무를 누구한테 부탁하는 거잖아요.
처음에 목표로 했던 유언장을 쓰고 나선 나 자신에게 휴식도 주고 스스로에게 ‘너는 어떠냐’를 물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국가적 혼란도 사회·정치적 의미를 떠나 어찌 보면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요? 욕심이 진실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이 진실을 알 수 없게 하고요. 그렇다면 ‘나는 그런 욕심이 없나?’, ‘무슨 욕심으로 사나?’ 혼자 자문을 했어요. 나와의 대화를 많이 나누다가 왔죠.
독방의 유리창 앞에 앉아서 명상을 하는데, 날이 어두워지니까 창문이 거울이 돼요. 자기 얼굴이 비치는 거예요. 스스로를 돌아보다 보니 ‘아직도 내가 버려야 할 게 많구나. 혼탁한 구석이 많구나’를 새삼 깨닫는 시간이 됐습니다. 물론 1박 2일로 성찰이 완성될 순 없어요. 잠깐 와서 스스로 물음을 던져 보는 것이지, 그렇게 쉽게 깨달음을 얻으면 다 득도했겠지요. 그래도 스스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짐이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현 교수 저는 그냥 들어가서 쉬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낮잠부터 잤습니다. 자다 깨어나서 보니 책자가 있어 내용을 채우다 보니 시간이 훌쩍 갔습니다. 옛날에 있었던 일, 기뻤던 일, 잘못했던 일들이 꼬리를 물더군요. ‘인생그래프’라고 태어나면서부터 10년 간격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게 있어요. 굉장히 희망차고 좋았던 때를 플러스, 그리고 힘들었을 때를 마이너스로 해서 그리다 보면 ‘내가 이렇게 왔다 갔다 했었구나’가 한눈에 보이더군요. 매우 급하더라고요. 갑자기 나빠지고 또 갑자기 좋아지고요. 그럼 지금은 내가 참 행복한 건가. 행복할 수 있는데 예전과 똑같아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계속 상승을 해야 행복하다고 느끼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년만 살게 된다면’이라는 질문에도 스스로 답을 해 봤습니다. 주변에 암에 걸려 돌아가신 분이 두 분 계셨는데 한 분은 끝까지 고통스럽게 치료를 받으셨고, 다른 한 분은 좋아하던 약주 드시고 남은 생을 즐기다 가셨어요. 개인적으로는 최대한 즐기다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1년의 시간이 주어지고 건강이 허락된다면 세계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죽기 전에 지인들을 만난다고 해도 오히려 서로 힘든 시간일 수 있고 웃으며 얘기 나누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마지막 1년을 즐기다 가니까 슬퍼할 것 없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108배도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놀랐습니다. 마음가짐이 달라져서일까요. 전에는 감히 108배를 할 엄두가 안 났는데 되더라고요. 108배를 하고 나니 개운하고 좋았습니다.
김 소장 전 먼저 독방에서 스스로에게 공소장을 썼어요. 지나온 삶에 공소제기를 한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까 생각해 봤죠. 그러면서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 쉼터 직원들과 얘기를 해 보면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아이나 남편을 먼저 생각하던데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저축보다 현재를 즐기고, 저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요. 그렇게 너무 ‘저’를 위해서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는 남을 더 생각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80세의 내가 지금 현재 나에게 쓰는 편지’도 써 봤는데 저는 그게 참 감동스러웠습니다. 80세이면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겠어요. 50대 초반의 제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들이 그 나이가 되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그것을 가지고 아등바등 하고 사는 건 아닌가. 그게 스스로 안쓰러웠어요. 그 대목에서 진짜 많이 울었어요. 그때 쓴 편지를 집에 갖고 왔는데 지금도 보면 그 감동이 살아나요. 정말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이게 전부인 것처럼 산 것에 대해서 뉘우쳐지고, 정말 소중한 건 따로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쉼터를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데 참회가 되더군요. ‘내가 진심으로 아이들을 만나왔을까’ 질문을 하면서 마음에 많이 걸리고 그래서 또 울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게 참 좋더라고요. 순간의 느낌과 감정이 정리가 되고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치고 힘듦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에 부담감이 들 수도 있지 않나 싶어요. 성찰을 통해 치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김 변호사 혼자 있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저는 그 시간이 괜찮더라고요. 정신적으로 샤워하고 난 느낌이었어요. 완전히 깨끗한 건 아니더라도 한결 정신이 맑아지고 차분해졌습니다. 피곤하고 지칠 때 멀리 여행을 통해 충전하는 기분이 있을 텐데, 독방을 통한 성찰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막상 해보면 또 성찰을 위해 독방에 갈 수 있다는 거죠. 묘한 거예요.
평소에 ‘내가 길을 제대로 가고 있나’에 대한 의문이 있는 사람은 한번쯤 뒤돌아보게 될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공간을 주는 것에 인색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성찰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자신에게 ‘선물’로 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 번 해 보면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고, 여유가 필요할 때 스스로에게 선물을 줄 수 있습니다.
현 교수 휴식이라는 것이 어디 가서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바다도 보고 산도 보고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여행지에 가서 남들 다 가 봤다는 식당 찾아가는 것도 피곤하고 신경 쓰게 되고 그러다 싸우기도 하잖아요. 혼자 독방에 가서 있는 것도 좋은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성찰은 자신을 위한 휴식인 것 같습니다.
또 지난 일을 정리하다 보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작은 힌트나 실천 방안을 하나둘씩 마련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다녀오면 주변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조금은 다른 실천을 시도해서 그런가 봐요. 미래의 리더가 될 학생들에게도 성찰의 경험을 가질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김 소장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은 거의 똑같은 고민을 한다고 봐요. 각자 삶의 자리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길은 결국 가장 많이 내려놓고, 비워 내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자기 모습을 자기가 본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혼자 독방에 있으면 자신을 바라봄을 경험할 수 있게 되죠. 비우는 것, 내려놓는 과정으로 이끌어 주죠. 성찰은 그 행복으로 가는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3 변화의 씨앗을 심다
과연 이러한 성찰이 실제 현실에서도 변화를 일으켰나요?
현 교수 자신에게 집중해 보니 제가 ‘욱’ 하는 면이 많더라고요. 아이들이 사춘기인데 아이들한테 소리도 많이 지르고 그랬어요. 마음이 짠하면서 ‘하루 세 번은 안아 주자’ 하고 생각했어요. 독방에서 나간 그날은 진짜 아이들을 세 번 안아 줬어요.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이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혼냈을 때 ‘뭘 굳이 안아야 되겠나’ 하면서 흐지부지됐어요. 관계가 멀어지고 서로 바쁘기도 하고 그러니까요. 이 얘기를 하다 보니까 다시 뉘우치고 안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때 가서 결심한 것도 좀 지키다가 이제는 좀 돌아간 느낌이에요. 그래도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가서 정리를 할 수 있는,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값졌습니다.
김 소장 저는 ‘쉼터 아이들을 진심으로 만나고 있나’ 지금도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하면서 충실하려고 해요. 저와 만나는 사람들, 쉼터 아이들도 있고 직원도 될 수 있고요. 독방 성찰 이후 그런 노력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직원 한 사람이 몸이 안 좋아서 수술을 했거든요. 그날도 그 직원이 많이 생각나고 마음에 걸려서 기도했어요.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정말 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텐데’ 싶고, 사람에 대해 여러모로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새삼 옆에 있는 사람이 소중하다는 마음도 들었고요. 친정아버님이 멀리 계신데 평소 거의 전화를 안 드렸는데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반성도 됐습니다. 이후 전화도 드렸습니다.
김 변호사 대단한 큰 변화야 있겠습니까. 그래도 심신의 피로도를 줄여 왔어요. 유언장을 쓰다 보니, 유언장의 대상은 제가 부양해야 할 사람들이잖아요. 그 후 마음가짐이 달라지더군요. 또 제가 갖고 있는 욕심들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는 부분이 제 욕심 때문이었다는 판단이 들고, 성찰을 하고 난 뒤 조금 부드럽게 갈등을 풀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음을 달리 먹게 된 거죠. 성찰이 제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하고, 상대방도 좀 편해지게 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그 마음을 잊어버리잖아요. 수시로 성찰을 해야 되겠죠.
매번 독방 같은 특별한 곳에 가기 어렵다면 일상에서 성찰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성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현 교수 꼭 독방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산에 가서 108배를 해도 되고요. 굳이 사찰에 안 가도 집에서 가부좌를 틀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집 안에서는 너무 편안할 것 같아요. 단절효과라고 할까요. 독방이나 사찰, 피정의 집에 가면 분위기도 있고, 형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행동 등에 제약이 있으니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금방 그 기분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재충전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되는 것 같아요.
김 변호사 저는 독방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기가 생각보다 강제로 하지 않으면 잘 안 되더라고요. 집에서는 가족들과 어울리게 되고,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더라도 수시로 주변과 연결이 되잖아요. 저는 업무 자체가 다른 사람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고,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연락하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계속 주변과 엮여 있어요.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독방에 두고 강제로 정리시키지 않는 이상, 그 생각을 아예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은 어디서든 성찰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일정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요? 일반인인 저로서는 힘든 것 같아요. 강제성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소장 독방에 한 번 다녀오고 현실에서 그 결심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렵겠죠.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이든, 두 달에 한 번이든 가면 좋겠다 싶었어요. 횟수가 늘어갈수록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력도 쌓이지 않을까요? 좋은 친구를 자주 만나면 좋듯이 성찰의 경험을 자주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독방 체험 같은 성찰 프로그램을 주변에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영향력이 큰 리더의 성찰은 중요할 텐데요.
김 변호사 예, 타인의 인생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일수록 성찰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리더로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자신만 해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해칠 수 있잖아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가급적이면 성찰의 경험을 가져 볼 것을 많이 권유하고 있습니다. 저희 법률사무소 변호사들도 줄줄이 ‘독방 수감’ 예정입니다.(웃음)
김 소장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의 사람이 아닐지라도 아이들에게 어른은 다 리더잖아요. 어른의 모델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우리가 우리의 내면을 계속해서 정화하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전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아이한테 리더잖아요. 저는 리더의 범위를 너무 높게 설정하기보다 자기 삶의 주체가 되고, 주체적으로 살려고 결단하면 다 리더라고 봐요. 쉼터 선생님들에게도 “여러분이 다 리더다”라고 얘기합니다. 특히 아이를 만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많은 성찰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정리 배현정 기자 | 사진 김기남 기자·사단법인 행복공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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