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甲)회사는 2009년 8월경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갑회사의 최대주주인 을(乙)회사 등 계열사 4개는 2009년 8월 18일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인수권을 포기했다.
갑회사는 2009년 8월 19일 이사회 결의로 실권주 모두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최대주주인 을회사가 속한 병(丙)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병회사의 대표이사 A에게 배정했다.
그리하여 A대표는 갑회사가 신주인수권을 포기한 실권주를 인수했는데(이하 ’이 사건 거래’라 함), 갑회사는 2010년 11월 26일경 코스닥 상장이 됐고 이로 인해 주가가 상승했다.
이후 A대표는 2011년 4월 28일 코스닥 상장에 따른 111억 원 상당의 상장 차익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 3 규정에 따라 과세대상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상장 차익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 납부했다.
그러나 A대표는 2014년 6월 2일에 이르러 그 전액을 환급해 달라는 경정청구를 했다. 그 사유는 A대표가 갑회사의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주를 배정받아 주식을 취득하게 된 것일 뿐, 갑회사의 최대주주로부터 직접 증여받거나 취득한 주식을 토대로 신주를 배정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최대주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증여받거나 취득해 신주를 배정받은 것도 아니어서 상증세법 제41조의 3 제1항과 제6항 소정의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강남세무서장은 2014년 7월 28일 경정청구를 거부했고, A대표는 강남세무서장의 거부처분에 대해 심판을 거쳐 경정거부처분취소 소송을 통해 다투었다.
◆‘상속 꼼수’ 실권주 3자 배정
이 사례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2017. 1. 18. 선고 2016누46795 판결)을 사례화한 것이다. 이 사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갑회사는 2009년 8월 187억 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발행 예정 주식은 보통주 970만 주(주당 1030원)와 상환전환우선주 740만 주(주당 1178원)로 이 중 보통주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주 배정에도 불구하고 을회사 등 당시 80.2%나 되는 지분을 갖고 있던 4개 계열사를 비롯해 모든 주주들이 실권했다. 그리고 갑회사가 A대표에게 실권주를 전량 배정해 A대표는 실권주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A대표는 지분 12.4%를 확보했다. 갑회사는 A의 출자가 있은 후 1년 뒤인 2010년 11월 26일 코스닥에 상장됐다. 당시 공모가격이 출자가격의 2배를 넘은 2600원이었다. 결국 갑회사의 경영 정상화와 코스닥 상장을 통해 A대표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장 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기업의 경영에 관해 비공개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회사 상장 전에 상장 가능성 및 시기 등의 정보를 알 가능성이 높은 최대주주 등이 회사 상장 전에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주식을 증여 또는 유상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상장 차익을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넘겨주고, 상장 차익에 대한 증여세를 피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상증세법은 이러한 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주주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이후 5년 이내에 회사가 상장되는 경우, 상장 이익에 대해서 증여세를 과세한다(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
그런데 사례와 같이 최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포기와 회사의 실권주 제3자 배정에 따른 주식 취득의 경우에는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는 행위만으로 제3자에게 주식이 이전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함에 의해 비로소 주식을 취득하기 때문에 이를 과연 ‘최대주주로부터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인 것이다.
우선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포기하고 회사가 이사회 의결을 통해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것이 ‘최대주주로부터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에 해당되는지 문제가 된다.
그리고 상증세법은 ‘증여’를 포괄적으로 확대하면서 ‘증여’를 ‘그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 형식, 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 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넓게 증여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상증세법 제2조).
그리하여 만약 제41조의 3 규정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포기 및 회사의 실권주 제3자 배정 방식에 의한 주식 취득과 그에 따른 상장 차익의 보유가 이러한 포괄적인 개념의 ‘증여’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원의 판결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심 법원 “증여세 부과할 수 없다”
제1심 법원은 이 사건 거래가 ‘최대주주로부터 증여 또는 유상 취득한 것’(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A대표는 최대주주가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실권된 이 사건 주식을 이 사건 회사로부터 직접 취득했을 뿐,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 등을 증여 또는 유상 취득했거나,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으로 주식 등을 취득한 사실이 없다”라며 “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을 직접 적용해 이 주식의 상장 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사건 거래가 ‘증여’(상증세법 제2조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A대표가 이 사건 주식의 상장 차익을 실질적으로 증여받았다거나, 이 사건 거래로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켰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제1심 법원은 조세법률주의를 강조해 강남세무서장의 경정거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며 A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강남세무서장은 항소했다.
◆2심 법원 “제3자 배정했어도 증여 맞다”
우선 제2심 법원도 이 사건 거래가 ‘최대주주로부터 증여 또는 유상 취득한 것’(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제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제2심 법원은 제1심 법원과 다르게 이 사건 거래가 ‘증여’(상증세법 제2조 규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제2심 법원에 따르면 “상증세법 제2조 규정은 세법 고유의 포괄적인 증여 개념을 도입하고,…중략…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한 것으로써, 원칙적으로 어떤 거래·행위가 위 조항에서 규정한 증여의 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중략…증여세의 과세가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라며 원칙적으로 완전포괄주의를 인정했다.
이어 법원은 “다만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조세법률 관계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개별가액 산정이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를 규율하면서 그중 일정한 거래·행위만을 증여세 과세대상으로 한정하고, 그 과세 범위도 제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개별가액 산정 규정에서 규율하고 있는 거래·행위 중 증여세 과세대상이나 과세 범위에서 제외된 거래·행위가 위 조항 소정의 증여의 개념에 들어맞더라도 그에 대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두13266 판결 참조)”고 밝혔다.
법원은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규정과 관련해 “제41조의 3 제1항이 상장 차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에서 과연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만을 그 과세대상으로 한정해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규정인지가 문제되나…중략…제41조의 3에서 범위와 한계를 규정한 것은,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해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최대주주가 그 특수관계인에게 상장이 예정된 주식을 취득하게 하는 데 한정되며, 그러한 주식의 취득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취한 거래 형태 자체에 대하여는 따로 유형적 한계를 규정한 것이라고 볼 수가 없다”며 상증세법 제41조의 3 규정은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 거래로 한정했을 뿐이고, 특정한 유형의 거래·행위만을 그 과세대상으로 한정한 규정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최대주주의 이 사건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의 포기와 그 특수관계인인 A대표의 재배정을 통한 이 사건 주식의 취득과 그에 따른 상장 차익의 보유는…중략…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상증세법 제2조의 증여에 해당해 증여세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제2심 법원은 강남세무서장의 손을 들어주며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A대표의 청구를 기각했는데 이는 포괄적증여의제가 다시 한 번 받아들여진 사례다.
이러한 제2심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포기하고, 회사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실권주를 배정한 이후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한 경우에는 상장 차익을 ‘증여’한 것으로 보고 증여세 부과 처분이 가능하다.
A대표가 대법원에 상고해 현재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향후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고연기 상무·임준규 변호사 EY한영회계법인 세무본부 상속·증여전담팀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