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DNA에는 ‘빨리빨리’ 근성이 내재돼 있다. 그 근성에 버금갈 정도로 한국 기업의 성장도 빨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 기업들은 자꾸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왜일까. 이 시대, 진짜 우리 기업에 필요한 스피드는 무엇인가.
[이달의 책]당신이 알아야 할 경영의 스피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스피드를 무기로 전력을 다해 세계 일류 기업들을 뒤쫓았고 놀라운 성공을 일궈냈다. 우리에게 스피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출발이 늦었고, 역량과 지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로서는 앞서가는 선도자를 힘껏 뒤쫓아 가는 것이 최선의 길이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스피드를 강점화했고, 그 결과 손꼽히는 ‘빠른 추격자’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당연히 다음 단계라고 생각해 온 선도자의 자리로 오르기는커녕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빠른 추격자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1970년대, 1980년대에는 각 기능의 프로세스가 빠른 1세대 스피드 시대의 시작을 알렸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빠른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 2세대 스피드로 성공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지금, 제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굿 스피드의 조건>(336쪽, 1만5000원, 삼성경제연구소)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세상이 엄연히 바뀌어 가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발휘해야 하는 새로운 종류의 스피드를 제시한다. 저자는 이 스피드 즉, 실험 스피드, 3세대 스피드, 혁신 스피드, 선도자 스피드 등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득한다. 나아가 이 스피드로 이행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새로운 유형의 스피드에 직면하라
1부 스피드를 되묻는 5가지 질문에서는 스피드의 중요성과 시의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들을 통해 우리가 스피드에 관해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2부 스피드의 재구성에서는 스피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필수 지식을 제시한다. 3부와 4부에서는 각각 인터넷 시대의 스피드 강자, 그리고 PC 시대와 그 전부터 존재해 온 스피드 강자들의 사례를 다룬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이 왜 빠른지, 반면 IBM, GE, MS, 인텔은 어떤 스피드 도전을 받고 있는지를 해당 기업 전·현직 임직원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하고 있다.

5부에서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빨라질 것이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정리했다. 저자는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스피드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유형의 스피드를 장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느리면서 좋은 의사결정이란 없다. 빠르면서 좋은 의사결정이 있을 뿐이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가 한 말이다. 이는 스피드를 본원적 특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외로 우리는 스피드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다.

다만 우리의 직관과 경험지식, 아직 뚜렷하지 않은 방법 등을 좀 더 구체화해 눈앞에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명확하게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새로운 스피드를 직시하도록 안내하며 3세대 스피드를 갖추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