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김수정 기자]최근 미국 내 애플의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AirPods)’의 인기가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에어팟은 물론, 편리함과 음질까지 향상시킨 프리미엄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4060 ‘아재’들이 무선 이어폰에 푹 빠지다
현대인들에게 이어폰은 또 하나의 ‘귀’라고 불러도 무방해 보인다. 도서관, 카페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헬스, 등산 등 운동할 때, 출퇴근 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의 귀엔 여지없이 이어폰이 꽂혀 있다. 더욱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힙스터’들 사이에서 독특한 이어폰은 패션 아이템이 되기도 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에는 무선으로 즐기는 프리미엄 블루투스 이어폰의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해 무선 이어폰·헤드셋 판매량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분기 134%, 2분기 146%, 3분기 113% 증가했다. 주요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에서도 무선 이어폰·헤드셋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옥션 관계자는 “최근 5년 새(1월 기준) 블루투스·핸즈프리군 전체 판매율은 392% 증가했고, 그중 블루투스 이어폰은 136% 상승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에서 가장 핫이슈는 단연 애플의 ‘에어팟’이다. 에어팟은 선이 없으며, 코드 프리 이어버드를 양쪽 귀에 한 개씩 꽂도록 돼 있다. 그야말로 완전 ‘무선’ 이어폰인 셈이다.

음질 면에서도 기존의 유선 이어폰과 비슷한 수준의 음질을 구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비단, 분실 위험과 높은 가격(국내 출고가 21만9000원)이 단점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발매 2주 만에 지난해 미국 내 무선 이어폰 시장의 26%를 거머쥘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서도 에어팟 등 각종 프리미엄 무선 이어폰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블루투스 이어폰이 각광받고 있는 주된 이유는 초창기 등장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달리, 음질 향상과 함께 완전 ‘무선’이 실현됐고, 다양한 편의사양까지 탑재됐기 때문이다. 소니코리아의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됨에 따라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감상하는 문화가 정착되면서 사용이 편리한 블루투스 이어폰 수요가 많아졌다”면서 “최근에는 기존 블루투스 연결 시 음질이 좋지 않았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LDAC(소니가 자체 개발한 고음질 HRA 블루투스 코덱) 기술이 강화돼 지하철, 비행기 등 소음이 심한 환경에서도 편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음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음향기기 전문 매장 셰에라자드 관계자도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라며 “특히, 애플이 새롭게 출시한 아이폰7에서 이어폰 단자를 제거한 부분도 추가적인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선 이어폰, 뉴노멀 중년 취향저격
최근에는 과거 젊은 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구매하는 4060 중장년층도 적잖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이른바 ‘뉴노멀 중년(New Normal Middle Age)’ 현상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젊은 세대가 가진 취미활동을 즐기는 40대와 50대를 지칭하는
‘뉴노멀 중년’은 실제로 BC카드가 꼽은 올해 소비 키워드로 중 하나이기도 한다.

BC카드가 지난해 40~50대 고객들의 매출 패턴을 분석해본 결과, 헬스클럽 및 레저 등 자기계발 업종에서의 매출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중장년들의 소비생활 속에서 편리성은 물론, 세련된 멋을 표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무선 이어폰의 구매도 덩달아 인기를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소 등산과 헬스를 즐기는 사업가 A(59)씨는 “건강을 위해서 혼자서도 헬스나 등산을 즐겨하는데 이때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라며 “자연히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는 유선 이어폰보다는 무선 이어폰을 선호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구매해줬지만 이제는 가전매장이나 휴대전화 매장을 구경하다 관심 가는 무선 이어폰 제품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셰에라자드 관계자는 “무선 이어폰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음질에 대한 선호도, 충전 문제 등으로 유선 수요가 월등히 높다”고 전했다. 이처럼 나날이 고음질 파일 재생에 대한 구매자의 니즈가 더욱 강해지고, 편리성을 선호하는 경향에 따라 프리미엄 이어폰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유선 이어폰 제품에 비해 음질의 한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해당 부분에 대한 업계의 기술 개발 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hohokim@hankyung.com
4060 ‘아재’들이 무선 이어폰에 푹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