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이익 성장률 1위…내부 균열·카드론 ‘경고음’
[CEO Focus][한경 머니 = 배현정 기자] 지난해 3월 하나카드는 정수진 대표 취임 이래 쾌속 운항을 했다. 공격적 영업에 따른 부실 증가와 내부 불협화음은 목적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하나카드는 놀랄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직원들이 초불득삼(初不得三)의 신념으로 이를 달성해야 한다.” (2016년 3월 24일 취임사 중)
지난해 3월 취임한 정수진 하나카드 대표는 오는 3월, 1년 임기의 완주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 대표는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이 흔들리는 가운데 영업을 확대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요 과제인 노조 통합도 지난해 마무리됐다. 그의 연임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그러나 2014년 12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으로 출범한 하나카드는 아직 화학적 융합이란 난제가 남아 있다. 낮은 직원 사기와 고객 만족도, 부실 증가는 정수진호(號)의 ‘성장주의’ 행보에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꼴찌의 반란, 당기순이익 증가율 1위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카드업계는 매서운 한파를 겪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9월 말(누적) 기준 8개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절반인 4곳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축소됐다. 하지만 하나카드는 이 같은 비바람 속에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은 593억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33.6% 폭증했다. 8개 전업계 카드사 중 가장 우수한 성적표다.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 추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1분기 50억 원, 2분기 337억 원, 3분기 205억 원이다. 정 대표의 취임 시기인 3월이 급성장의 기점이 됐다. 취임 후 첫 번째 시험대였던 2분기 하나카드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125% 증가했고, 3분기에는 42.4% 상승했다.
이러한 성과는 은행과 시너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그는 취임 직후 조직을 6본부 42팀에서 5본부 29팀으로 축소 개편해 카드업계의 경영 악화에 대비했다. 반면 하나금융그룹과 시너지를 내는 분야에는 화력을 집중했다. 지난해 9월과 12월 잇따라 멤버십마케팅팀과 은행제휴팀을 신설했다.
빛을 본 대표적인 상품이 ‘1Q(원큐)카드’다. 이 카드는 하나금융 통합 멤버십 하나멤버스를 기반으로 ‘하나머니’를 쉽게 적립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 멤버십 회원인 하나멤버스가 700만을 돌파한 데 이어 원큐카드도 출시 이후 14개월 만에 200만 좌를 돌파했다. 2014년 말 통합 하나카드(하나카드+외환카드) 출범 이후 사실상 첫 히트 상품이다.
이같이 공격적 영업을 추진하면서도 허리띠는 졸라맸다. 2015년 3분기 2631억 원에 달하던 판매관리비(누적 기준)는 지난해 3분기 2212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전년보다 15.9%(419억 원) 줄어든 수치다.
‘탁월한 영업 성과’는 연관 검색어처럼 정 대표에게 따라붙는 단어다. 하나금융지주가 그를 전임지인 하나저축은행에서 하나카드로 이동시킨 것도 통합 하나카드의 영업력 확대 주문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하나저축은행 대표이던 2015년 18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보다 61%의 성장을 이끈 바 있다. 실제 2016년 3월 정 대표 부임 이래 하나카드가 일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함으로써 ‘영업통’의 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정 대표가 취임 시 내걸었던 5대 과제 중 첫 번째 과제는 하나카드 고객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나카드는 시장점유율 면에서 업계 ‘만년 꼴찌’다. 전업계 카드사 중에서 롯데카드와 수년째 업계 꼴찌를 다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2분기 말 기준 하나카드의 시장점유율(신용·체크카드 합계, 누적 기준)은 8.6%다. 옛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의 통합 직후인 2014년 말 시장점유율인 8%에서 0.6%포인트 올랐다. 두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친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정 대표는 올해에도 신년 목표로 ‘회원 수 확대’를 내걸었다. 성장에 시동을 건 하나카드가 새해 순이익 증가에 이어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장 동력 ‘카드론’ 제동 걸리나
새해 하나카드 앞에 놓인 격랑은 ‘카드론’ 경고음이다. 지난해 연말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카드론이 급증한 카드사를 대상으로 취급 실태와 심사 적정성을 점검하겠다”고 경고했다. 서민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는 카드론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주요 대상이 바로 하나카드다.
하나카드의 ‘깜짝 실적’의 근간에는 카드론이 있다. 하나카드의 2016년 3분기 카드론 잔액은 전년 대비 20.5%(2조2000억 원) 늘었다. 8개 카드사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수익 증대를 위해 카드론 거품 키우기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리스크 관리도 틈을 드러냈다. 대표적 부실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라갔다. 하나카드의 지난해 9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74%로 전년 동기보다 0.19%포인트나 높아졌다. 카드론 규모 성장률도 1위지만, 부실채권 비율도 업계 1위다.
조직 관리 시스템, 고객 만족도 부문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하나카드는 금융당국 최다 제재의 ‘불명예’도 안았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리볼빙, 불법 모집, 고객 분류 시스템 부실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8개 카드사 모두 한 차례 이상 제재를 받은 가운데 하나카드가 3건으로 가장 많이 제재를 받았다.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고객을 분류하는 시스템이 부실한 점이 지적됐고, 채무 면제 및 유예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유료 상품인데도 무료 상품인 것처럼 설명해 경영 유의 조치가 떨어졌다.
민원율도 높은 수준이다. 회원 10만 명당 민원 건수가 2015년 14.8건에서 2016년 3분기까지 5.8건으로 60.8% 감소했지만 전업계 카드사 평균 4.76%에 못 미친다.
험난한 화합적 융합의 길
무엇보다 심각한 건 내부 화합이다. 기업 정보 스타트업 회사인 잡플래닛에 따르면 2016년 하반기 ‘카드사 만족도 조사’에서 하나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직원 만족도가 현저히 낮았다.
특히 경영진 부문 점수는 5점 만점 중 1.85점으로 가장 낮았으며, 회사를 지인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직원은 17%에 불과했다. 같은 질문에 신한카드 직원들이 61% 추천했고,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직원들도 절반 이상 추천 의사를 표해 대조를 이뤘다.
그렇다면 왜 유독 하나카드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을 칠까. 공통적으로 ‘불안정한 통합’과 ‘전략의 부재’를 호소했다. 합병 이후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이 크고 패배주의가 짙었다. 하나금융지주의 과도한 간섭과 경영진의 눈치 보기에 대한 노골적 비판도 잇따랐다.
하나카드의 한 직원은 “모두가 일하기 싫어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매우 낮고 경영 전략이 없는 회사”라고 평했고, 또 다른 직원은 “옛 외환과 옛 하나의 급여 및 복지 차이로 일하는 직원들은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고 했다. 단기 성과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높았다. 한 직원은 경영진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로 “내실을 먼저 다진 후에 성장을 얘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대로라면 고객 기반도, 직원 충성도, 수익성도 모두 잃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가화만사성은 비단 가정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닐 것이다. ‘한 지붕 두 가족’의 진통을 겪은 하나카드의 ‘조직 추스르기’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하나카드는 ‘인사제도 통합 태스크포스팀(TF)’을 통해 옛 외환카드와 조율을 거쳐 이달부터 통일된 직급·임금·복리후생·휴가·휴직조항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하나카드가 실질적 화합으로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현정 기자 gr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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