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면서 크고 작은 목표들을 세우지만 막상 연말이 돼 뒤를 돌아보면 ‘보람’보다는 ‘후회’라는 단어가 진하게 남는다. 누구에게나 1년 365일, 8760시간이 주어지지만 이를 자신을 위한 투자에 올곧이 사용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른바 시간에 짓눌려 살아가고 있는 ‘타임 푸어(time poor)’의 푸념이다.
타임 리치(time rich), 이른바 ‘시간 부자’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중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특히 ‘부모를 모신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으로부터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로 불리는 ‘낀 세대’ 50대의 고민은 남다르다.
사실 50대는 경제 성장의 주역으로서 사회적인 지위나 경제력에 있어 정점에 오른 세대다. 실제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2016년 7월에 발표한 ‘2016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부자들의 연평균 가구소득은 2억6000만 원이고 연령대는 50대 이상이 주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50대의 삶의 만족도는 최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보건복지정책 수요조사 및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50대는 66.9%로 전 세대 중 가장 낮다. 20대(82.6%)나 30대(75.5%), 40대(71.4%)는 물론 60~64세(71.6%)와 65세 이상(78.1%)보다도 낮은 수치다.
50대들이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은 것은 ‘건강’(25.2%)이었으며, ‘자녀 교육’(20.1%)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노령의 부모를 부양하며,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자녀들의 교육 문제까지 챙겨야 하는 50대의 이중고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50대가 건강에 대한 고민과 투자가 많다는 것은 BC카드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BC카드가 2016년 11월에 발표한 ‘2017년 소비 트렌드’에서 40대와 50대는 ‘뉴 노멀 중년’이라는 키워드로 분류됐으며, 이들이 헬스클럽에서 지출한 카드 사용 금액이 1년 전에 비해 188.8%가 늘어나는 등 건강이나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50대들이 신년을 맞이해 부산한 마음을 다잡고 인생 후반전의 설계를 준비하는 것도 현재의 성취감 못지않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 8760시간의 도전, 목표부터 세워라
“언제나 한 발 앞서가는 사람, 수립한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는 사람, 인생의 모든 꿈을 이루는 사람에게는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인생을 프로젝트 단위로 계획하고, 그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우석 교수(공주영상정보대학)의 <1 Years Project>라는 저서에 나오는 글이다. 하 교수는 이 책에서 ‘버리기’와 ‘지켜내기’라는 두 요건만으로도 ‘초능력자 못지않게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이지만 목표는 간결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늘 완벽하게 완수하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낀 세대’로 불리는 50대에게 주어진 1년이라는 시간에 우선순위로 목표를 두어야 할 키워드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의 미래를 감안한다면 ‘건강’, ‘자산관리’, ‘자기계발’, ‘상속’이라는 키워드가 앞 순위에 적힐 것이다. 지금까지 악착같이 살아온 그들이기에 1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터닝 포인트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야 하는 50대에는 건강이나 자산관리 모두 재검진을 통해 리빌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또한 연극의 2막을 준비하듯이 퇴근 후 술집 대신 외국어 공부나 취미 개발 등 자기계발에 열정을 쏟는 50대도 늘어나는 분위기이며, 10년 단위의 증여로 절세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50대부터 상속 플랜의 밑그림을 그려 놓을 필요성도 있다.
자신의 미래 목표를 정해 놓고 역산으로 현재의 스케줄을 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변화의 시작 하루 1%>의 저자 이민규 아주대 교수는 “죽기 전에 반드시 달성하고 싶은 인생 목표 한 가지를 설정하고, 역산 스케줄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거쳐야 할 징검다리 목표들을 찾아내서 인생 로드맵을 그려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설립한 빌 게이츠를 사례로 들었다. 하버드대 2학년생이던 게이츠가 10년 후에 모든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PC)가 보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10년 후로부터 역산해본 결과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하면 너무 늦다고 판단해 자퇴를 한 후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했는데 그때 그의 나이가 바로 19세였다는 것이다.
“길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적지를 바꾸는 것이고, 행동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생 로드맵을 그려보는 것이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시간의 마법, 도미노 효과를 믿어라
목표가 정해졌다면 시간 투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하루에라도 몇 시간씩 자신의 목표를 위해 투자를 해 미래의 가능성을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미노가 연쇄적으로 쓰러지며 종국에는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습과 닮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물리학자 화이트헤드 박사는 도미노를 사용해 연쇄적 증폭 효과를 실험으로 검증했는데 도미노의 크기를 1.5배씩 늘려 13번째 도미노에 전달된 에너지 단위를 계산한 결과는 놀라웠다. 마지막 도미노에 전달된 에너지는 무려 20억 배나 증폭돼 있었던 것이다.
‘34개의 코인 시간관리법’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아이리는 <8760시간>이라는 저서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1년 365일을 시간으로 따지면 8760시간. 30분으로 쪼개면 무려 1만7520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1시간 혹은 30분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시간 부자인 셈이다”라고 전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세계적인 명사들 중에는 자신만의 시간 관리 노하우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하루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기로 유명했는데 이를 통해 평생 350만 쪽에 달하는 독서를 토대로 1500건에 달하는 특허권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2002년 영국 BBC가 조사한 ‘위대한 영국인’에서 뉴턴과 셰익스피어를 제치고 1위에 오른 정치가이자 작가인 윈스턴 처칠은 매일 1시간 낮잠을 통해 일의 능률을 높였다. 세계대전 중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굴 속에 들어가 낮잠을 잔 일화가 있을 정도다.
◆시간의 효율성을 높여라
아이리는 아침 7시에 기상해 저녁 12시에 취침할 경우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이 17시간이라고 계산했는데 이 시간을 다시 30분 단위로 쪼개 34개의 코인처럼 사용하는 ‘34개 코인 시간 관리법’을 전한 바 있다.
그는 매일 밤 코인이 어떻게 쓰였는지 계산해보고 자신이 하루 동안 무엇을 했는지 분석해 시간 활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그가 30분 단위로 기록을 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이 집중해서 어떤 일을 하다가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게 되는 단위가 30분이라는 이유였다.
아이리는 시간을 다섯 종류로 분류하기도 했다. 마음껏 죄책감 없이 놀 수 있는 여가시간, 휴식시간, 억지로라도 꼭 해야 하는 시간, 효율과 집중도가 가장 높은 시간, 의미 없는 일들을 하며 낭비하는 시간으로 나눈 것이다. 이를 통해 낭비하는 시간은 줄이면서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데 집중했다.
저명한 리더십 권위자 스티븐 코비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 나오는 시간관리 좌표도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다. 좌표의 세로축은 중요성, 가로축은 급박성을 나타내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일들을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로 나누는 것이다.
중요하지만 늘 뒷전으로 미뤄 낭패를 보는 것이 바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다.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계발이나 건강관리, 상속 플랜 등도 여기에 속한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상황에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들은 반드시 혹독한 상처를 남긴다. 1년이라는 시간을 소중하게 활용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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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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