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유류분 대신 가족수당 주는 이유
[한경 머니 기고 =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미국은 상속액의 일정 부분을 법정상속인의 몫으로 남기도록 한 유류분제도가 없는 대신 남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주거수당, 가족수당 등 법정수당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유류분제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피상속인이 생존 가족에게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유언을 하는 경우 가족의 생계가 위태로워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가족의 생계 유지라는 특정 목적을 위한 비용을 생존 가족이 우선 지급받을 수 있도록 이에 관한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법정수당(statutory allowance)이라 하는데, 이것은 가족구성원들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것으로, 피상속인의 유언이나 무유언상속법보다 우선시될 뿐만 아니라 상속재산에 대한 채권자들의 권리보다도 우선시된다.

유언자가 생존 가족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유언을 하더라도 그것은 효력이 없다. 법정수당으로는 주거면제 또는 주거수당, 면제재산, 가족수당 등이 있다.

법역에 따라서 주거와 관련해 생존 가족에게 주거면제(Homestead Exemption)를 인정하는 경우와 주거수당(Homestead Allowance)을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주거(homestead)라 함은 집(home)으로 소유자가 점유하고 있는 주택(house)과 대지를 의미한다.

미네소타, 캔자스 등 일부 주에서는 세대주 또는 가장에게 주거로서의 주택과 대지를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채권자에 의한 축출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법령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을 주거면제법령(Homestead Exemption Statute)이라고 부른다.

주거면제법령은 가장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 액수와 상관없이 채권자로부터 주거에 대한 강제집행을 면제시켜 준다. 주거를 구성하는 대지는 법령에 의해 일정 범위 내로 제한된다. 예컨대 캔자스 주에서는 지방의 경우에는 160에이커로, 도시의 경우에는 1에이커로 제한된다.

주거는 보통 부부가 조인트 테넌시(joint tenancy)로 소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한 배우자가 사망하면 그 주거는 생존권의 결과로 자동적으로 생존배우자에게 승계된다. 양 배우자가 모두 살아 있는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의 동의와 서명 없이는 주거를 매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인트 테넌시는 분할되지 않는 재산권을 두 사람 이상이 동등하게 소유하는 것으로서, 조인트 테넌시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특징은 바로 생존권이다.

예컨대 부부가 어떤 재산을 조인트 테넌시로 소유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먼저 사망한 경우 그 재산에 대한 피상속인(남편)의 이익은 그의 사망과 함께 소멸하고 생존자(아내)가 모든 재산을 자동적으로 취득하게 된다.

법정 주거수당, 상속재산 모든 청구에 앞서 주거면제 대신 주거수당(Homestead Allowance)이라고 불리는 현금을 생존 가족에게 허용하는 주도 있다. 주거면제와 마찬가지로 주거수당도 채권자들의 청구로부터 면제된다.

미국 통일상속법(UPC)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생존배우자는 1만5000달러(1679만 원)의 주거수당을 지급받게 된다. 생존배우자가 없을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미성년 자녀와 부양을 필요로 하는 자녀(통칭 요부양자녀)가 각각 주거수당을 지급받게 되는데, 1만5000달러를 각 요부양자녀의 수대로 나누어 지급한다.

이러한 주거수당은 상속재산에 대한 모든 청구들로부터 면제되며 우선권을 가진다. 이처럼 생존배우자와 요부양자녀를 위한 법정 주거수당은 상속재산에 대한 모든 청구들에 앞설 뿐만 아니라 유언에 의한 상속이나 무유언상속, 나아가 배우자의 유류분보다도 우선시된다.

많은 주에서 생존 가족을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 중에서 동산 일부를 일정 액수까지 면제시켜 주는 법령을 시행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그 동산은 가구, 주방기구, 자동차 등으로 제한된다.

UPC에 따르면, 주거수당과 별도로 피상속인의 생존배우자는 어떠한 선취특권(security interests)에도 우선해 1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동차, 가구, 주방기구 등 피상속인의 유체동산에 대한 면제재산을 취득한다.

선취특권은 어떤 재산에 대해 처분의 우선권을 가지는 권리로서 채무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약 또는 법령에 의해 인정된다. 우선권의 내용은 선취특권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취특권자에게는 선취특권이 담보하는 채무의 변제를 위해 그 재산을 압류해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생존배우자가 없을 경우에는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함께 같은 금액(1만 달러)의 범위 내에서 권리를 가진다. 그런데 면제재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치가 1만 달러보다 적을 경우에는 1만 달러에 이를 때까지 다른 상속재산에 대해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면제재산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상속재산에 대해 가지는 권리는, 주거수당과 가족수당을 먼저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으로 제한된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상속재산의 관리 기간 동안 생존배우자나 요부양자녀에게 생계유지를 위한 현금을 매달 교부할 수 있는 권한을 유언검인법원에 부여하고 있다. 이것을 가족수당(Family Allowance) 또는 생계유지비(Maintenance)라고 부른다.

허용되는 현금의 액수는 상속재산의 규모와 상속재산이 부담하고 있는 책임, 가족의 곤궁한 정도 등에 기초해 유언검인법원이 결정한다. 그런데 가족수당의 수령자가 사망하거나 생존배우자가 재혼을 하면 가족수당의 지급은 종료될 수 있다.

UPC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생존배우자와 요부양자녀들은 상속재산 관리 및 집행 기간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상속재산으로부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가족수당을 지급받는다. 다만 상속재산이 각종 채무를 변제하기에 부족한 경우는 가족수당은 1년까지만 지급된다.

이러한 수당은 주거수당을 제외한 모든 권리나 청구보다 우선한다. 다만 생존배우자나 요부양자녀를 위한 상속분(유언, 무유언)에 반해서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
김상훈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