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한용섭 기자]길거리 공중전화가 늘 만원이었던 시절에 지금처럼 누구나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특허(IP)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미래 신기술에 대한 상상력은 신통함을 더하지 않았을까?
IP(특허, 지적재산권)의 영역은 기술과 법률이 결합돼 있어 결코 만만치 않다. 특허를 주제로 해 일반인들도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든다는 것은 어지간한 공력과 세심함이 없다면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특허 토커>(248쪽, 1만4000원, 한경경제신문i)는 국내 유일의 특허 전문 미디어 IP노믹스의 류경동 편집장의 고민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간무역, 전자신문 등을 거치며 20년간 산업 전반을 취재했고, IP정보분석사, IP정보검색사의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기자가 안내하는 ‘특허라는 신천지’로의 여행은 낯설지만 편안하다.
사실 특허는 출원된 이후 18개월 뒤에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 담긴 IP정보를 이야기로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복잡한 수치를 최대한 간결화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시계열로 교차 분석하는 ‘데이터 저널리즘’의 기법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단단해진 팩트(fact)는 해당 특허의 의미는 물론 미래를 투시할 수 있는 신비한 경험까지 선사해준다. 단순화된 특허 도면은 공상과학 만화의 우주선처럼 신기하게 다가오고, 특허라는 키워드는 미래를 찾아내는 보물찾기 쪽지처럼 흥미로워진다.
◆미래 투시경 ‘특허’
저자는 2013년 5월 출원된 ‘이동단말기 어셈블리’라는 한국 특허의 도면을 펼쳐 보이며, 지난 3월 세계 최초 모듈 방식 스마트폰으로 관심을 끌었던 LG G5가 사실은 3년 전에 사전 예고된 기술이었다는 점을 귀띔한다.
또 지난 2013년 7월 일반에게 공개된 ‘휴대단말 이벤트 제공 방법 및 장치’라는 한국 특허를 유심히 봤다면 지난해 4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S6 엣지’의 유선형 곡면 디스플레이 탑재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구글이 공을 들이고 있는 미래의 자율주행차를 단순히 특허출원된 내용만을 가지고 가상으로 시운전해볼 수 있는 재미는 쏠쏠하다. 특허 도면에 나타난 자율주행차는 가속페달은 물론 운전 핸들도 없으며, 목소리나 터치스크린으로 운전이 가능하다.
저자는 특허괴물로 불리는 NPE(특허관리 전문 업체)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인지, ‘짝퉁왕’으로 불렸던 중국이 어떻게 ‘세계 최다 특허등록국’의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를 전한다. 또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특허출원한 청와대 통합업무관리 시스템 ‘이지원’이 존속했다면 세월호 사고 당시 이른바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과 같은 소모적인 논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류 편집장은 저서에서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본사 벽면을 가득 수놓은 수천 개의 특허증 사진을 보여주고, IP 무역수지에서 매년 50% 넘게 적자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강한 특허’라고 힘주어 말한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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