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머니 = 글 배현정 기자]
미워도 다시 한 번, 변액보험 다시 뜬다
‘‘고수익과 절세의 매력을 동시에 갖췄다.”
‘‘불완전판매와 높은 수수료의 대명사다.”

바로 ‘변액보험’에 관한 얘기다. 변액보험만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금융상품도 드물다. 높은 수익률에 비과세 혜택까지 ‘꿩 먹고 알 먹고’가 가능한 상품인 동시에 투자 쪽박에 과도한 수수료까지 물어낼 수 있는 탓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의 성장세다. 2015년 말 기준 국내 변액보험 자산규모는 95조4460억 원이다. 2011년 66조7200억 원 규모였던 데서 4년 만에 약 44% 성장했다. 올해 들어서는 변액보험 신상품 출시가 잇단 4월 이후 증가세가 가파르다. 지난 3월까지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월 1000억 원을 밑돌았지만, 4월 이후에는 1800억 원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변액보험이 재조명되고 있다.

저금리·인플레 대비 ‘국민 6명당 1명’ 가입

미워도 다시 한 번, 변액보험 다시 뜬다
변액보험은 국민 6명당 1명이 가입한 대표적 생명보험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국내 변액보험 가입 건수는 8500만 건이며, 수입보험료는 24조6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생명보험 수입보험료의 20.9%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변액보험을 제대로 알고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변액보험에 관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유다.

다음 질문의 정답은 무엇일까?
1. 변액보험에서는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의 전부가 펀드에 투자돼 운영된다?
2. 변액보험 펀드의 과거 투자 실적이 미래의 투자 수익률을 보장한다?
3. 변액보험에 가입만 하면 보험회사나 설계사가 알아서 펀드 관리를 해준다?

금융감독원(http://www.fss.or.kr)에 의하면, 정답은 모두 ‘엑스(X)’다.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위험보험료와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만 펀드에 투자돼 운영된다. 또한 변액보험 펀드(특별계정)의 과거 및 현재의 수익률을 보고 미래에도 그와 같은 투자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위험하다.

또한 펀드 관리도 기본적으로 보험 소비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변액보험에는 전문가가 시장 환경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관리하는 자산배분펀드 등이 나오고 있으나, 이 또한 보험 소비자가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의 판단 아래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초저금리’와 ‘저수익’ 시대로 명명되는 최근의 투자 환경은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키고 있다. 변액보험은 펀드 운용 실적에 따라 투자수익률을 확보하면서 보험금은 보장(최저 보증 옵션 가입 시)돼 저금리,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마침 보험사들도 ‘변액보험’ 판매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일임형 자산배분펀드를 비롯해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로봇과 투자자문가의 합성어)가 운용하는 펀드 같은 신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보험업계 발등의 불인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대안 측면에서 기존 저축성보험 상품 대신 변액보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4 2단계는 부채를 시가평가 하는 회계기준으로 확정형 등의 저축성보험은 보험부채 부담이 큰 반면, 변액보험의 수익은 대부분 특별계정에 속해 있어 부채 시가평가의 부담이 적어 보험사들이 변액보험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 무기는 저금리를 이기는 ‘시중금리보다 높은 기대수익률’과 불안정한 금융환경에서 최저 보험금은 보장해주는 기능이다. 더욱이 지난 6월부터 변액보험의 ‘최저 보장 보험금’도 은행의 예·적금과 같이 예금자보호를 받게 돼 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실제 수익률과 불완전판매 등 변액보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장 기능과 투자 기능이 합쳐진 상품이라 가입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중도 해지를 할 경우 과도한 해지 수수료 부담으로 소비자의 불만이 지속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생명보험 민원 가운데 변액보험 민원 비중(건수)은 2013년 19.8%(3600건)에서 2014년 22.7%(4500건)로 증가했다가 2015년 21.9%(4200건)으로 답보상태다. 변액보험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위험성(투자 손실 등)에 대한 안내가 미흡하고 투자형 상품인 데도 중도 해지 시 기대 이하의 낮은 환급률 등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변액보험은 장기 상품으로, 보험료에서 떼는 사업비 비중이 초기에 매우 높고 이후 점차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초기 환급 시 손해가 커진다. 실제 A사의 변액보험 상품설명서에 따르면, 가입 1년 만에 해약하면 실제 납입보험료의 62% 정도만 돌려받을 수 있다(투자수익률 3.5% 가정 시). 가입 2년 후 해지할 경우 86%, 4년이 돼야 90% 넘게 환급받을 수 있다. 환급금을 실제 납입보험료 수준으로 받으려면 10년 가까이 경과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의하면 변액연금에서 해지 시 자신이 그동안 냈던 보험료와 비교해 원금을 보장받는 기간은 최소 9년이나 걸렸다.

문제는 변액보험의 이러한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고수익 기대에 덜컥 가입했다가 중도 해지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금감원에 따르면 변액보험 평균 유지율은 1년 83.2%, 2년 67.9%, 3년 60.1%, 4년 52.4%에 불과하다. 7년 유지율은 29.8%에 그쳤다. 이에 금융당국은 변액보험 가입이 적합한지 판매 절차를 강화하고, 납입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공시하는 등 투명한 상품 공시 확대를 추진 중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변액보험 다시 뜬다
변액보험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제대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오랜 기간 위험 보장을 받으면서 안정적인 투자로 노후를 대비하거나 보험금의 실질적인 가치를 보전하려는 고객에게 적당하므로 10년 이상 멀리 보고 가입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간 자신의 돈을 맡겨야 하는 만큼 상품을 제공하는 보험사의 경기 방어 능력과 재무 건전성, 안정적인 운용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gr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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