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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_[Second Act] “‘미래의 구글’ 인재 키워요”
은퇴 후 사람들은 두 가지 길에 직면한다. 은퇴가 주는 쉼을 누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윤경로 글로벌인재경영원장은 후자를 택했다. 한화그룹에 입사해 듀폰 아시아지역 인사담당 부사장으로 은퇴하기까지 20여 년 동안 인재 개발 업무에 매진해 온 그는 만 60세 정년 은퇴 후 다시 인재 경영의 길을 택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해외여행과 어학연수, 유학 등 젊은 층의 해외 경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글로벌 경쟁력은 날로 떨어지고 있다. 윤경로 글로벌인재경영원장이 듀폰 재직 시절, 아시아지역 인사 및 인재 개발 책임자를 맡으며 뼈저리게 느낀 것은 국내 인재들의 글로벌화가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인재들이 핵심 인력에 속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계속 인도와 중국인들에게 내줘야 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쓰렸다. 이는 듀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IBM, 필립스 등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점점 한국인 임원을 보기 힘들었다.

이름이 아닌 ‘미래’가 있는 글로벌 기업 인재 양성
이러한 안타까움은 윤 원장 인생 2막의 비전이 됐다. 2013년 자신의 퇴임식에서 퇴임 후에도 글로벌 인재를 계속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글로벌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인 글로벌인재경영원(GTMI)을 설립한 것이다. 또한 퇴임 직후 서울대에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강연을 했고, 지난 2014년부터 한양대의 특임교수직도 맡고 있다. 그는 학생들에게 외국 기업 취업은 물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계 기업 취업 전략을 실제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숨은 알짜 외국계 기업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름만 있는 회사가 아닌 미래에 구글이 될 만한 신생 기업들을 그의 눈으로 선별해 학생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가령 학생들의 눈이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외국계 소비재 기업에만 쏠려 있을 때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의 알루미늄 제조 기업인 노벨리스를 아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캐나다 기업인 노벨리스는 국내에도 울산과 영주 2곳에 공장을 가지고 있다. SAP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업임에도 학생들 중에서는 아는 이들이 드물다.

“B2B 기업 중에서도 평판을 잘 봐야 합니다. 특히 국내에 아시아지역 본부를 가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우리나라와 활발히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를 선정했다면 체계적으로 구직 작전을 세워야 한다. 일단 구인 공고가 나오면 가능한 모든 네트워크를 동원해야 한다. 회사의 구인설명회는 물론 회사에 대한 신문 기사가 있다면 이를 꼼꼼히 챙기고 관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접촉해 배경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은 학연이나 지연으로 차별적 선택을 하지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계 회사 입사 시 영어 실력보다도 중요한 건 회사의 비전과 자신의 가치관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이에 대한 답을 적절히 준비해야 입사 관문을 넘을 수 있다.

그는 한양대 특강에서 한 학생이 강연 후 피드백을 보낸 이메일을 보여주며 뿌듯해했다. 학생이 보낸 이메일은 자신이 강연을 통해서 외국계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알게 됐고 그 길을 밟아 나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윤 원장은 글로벌 맞춤 인재를 키워내는 것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글로벌화도 역설한다. 기업의 최대 화두는 신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화. 그러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모하게 시작해 도전만큼이나 다양한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다.

“기업 임원들은 한국식 조직문화에만 젖어서 문화 적응에 실패하곤 해요. 해외에서 훌륭한 인재를 데려오는 것에도 인색하죠.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무역량에 비해 글로벌 수준은 뒤처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는 기업의 글로벌화는 회의 문화를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휼렛패커드(HP)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언론은 HP의 창업자 휼렛과 패커드가 사망했을 당시 “이들의 가장 큰 업적은 기업 HP를 세운 것이 아니라 HP 웨이(way)를 만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HP 웨이, 즉 HP의 기업문화는 성과를 구성원과 함께 나누며 모든 의사결정에서 구성원의 의사를 중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윤 원장은 HP 웨이에서처럼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방식을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은 바로 바텀업 방식에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퍼실리테이션은 회의 참석자를 그저 관중에 그치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돕는 다양한 활동이다. 퍼실리테이션을 통하면 회의는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발굴할 수 있다.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는데 GE, HP, IBM, 듀폰 등과 같은 기업들에서는 대부분의 회의에서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업무 처리가 빠른 사람, 더딘 사람이 모두 한 팀이 되죠. 리더의 역할은 이들을 채근하고 닦달하는 게 아닙니다. 각자에게 맞춰 권한을 이임하고 이들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죠. 저는 이 일을 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일했던 직원들은 잘 된 사례들이 많죠. 그런 면에서 항상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현재 글로벌인재경영원장과 한양대 특임교수 외에 그의 직함은 하나 더 있다. 한국산업교육학회에서 김진모 서울대 교수와 함께 공동학회장을 맡고 있는 것. 그는 글로벌 인적자원개발(HRD) 노하우를 한국산업교육학회 학술대회를 통해 나누고 최신의 HRD 트렌드를 습득한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인재경영원 사무실을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있는 작은 빌딩으로 옮겨 왔다. 자신의 방을 없애는 대신 강의실을 키웠다. 더 많은 강연을 열어 HRD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서다.

은퇴 후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던 그에게 지난해 말 갑작스런 장애가 찾아왔다. 왼쪽 귀의 청력을 손실한 것이다. 그는 “나이를 먹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겠느냐”고 담담히 얘기했지만, 그 사건은 윤 원장에게 더욱 동기를 부여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인사와 인재 개발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재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카페도 개설했다. 그 자료들은 외국계 기업 취업부터 시작해서 인사 트렌드, 조직문화, 회사에서 필요한 영어 습득 방법,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역량, 퍼실리테이션, 액션러닝 등 인사와 인재 개발 방법이 총망라돼 있다.

“요즘에는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영어로 된 자료를 번역하고 중요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있어요.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온라인에 카페를 개설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제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Test_[Second Act] “‘미래의 구글’ 인재 키워요”

‘ethics’도 모르던 생초보, 글로벌 인재 개발 책임자로

미국의 섬유화학 회사인 듀폰에서 22년을 근무한 그는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고, 강의를 할 만큼 영어에 능숙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영어를 잘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제가 처음부터 영어를 잘했을까요. 저는 여느 평범한 직장인들처럼 고등학교 이후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인사 담당 임원과 첫 면접에서부터 제 부족한 영어 실력이 그대로 드러났죠.(웃음)”

그는 면접 당시의 에피소드를 기억해내며 웃음 지었다. 구매담당자를 채용하려던 듀폰 임원은 직업윤리를 강조하며 구매담당자에게 필요한 직업윤리(ethics)를 말해보라는 질문을 던졌다. 윤 원장은 직업윤리를 그저 ‘도덕’으로 해석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삼강오륜(三綱五倫) 즉, 스리 강 파이브 륜이 있습니다.” 순간 분위기는 경직됐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답변을 늘어놓았으니 입사에 좌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인사담당자는 윤 원장의 짧은 영어 실력에 채용을 고사했다고 했다. 다행히 영어 실력은 부족해도 다른 능력이 출중하다는 점이 어필돼 겨우 입사할 수 있었다. 그의 영어 실력에 불안했든지 오죽하면 본사에서는 부장급인 그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줄 정도였다.

부장급으로 입사한 그에게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부터 주어졌다. 듀폰 입사 전 한화그룹의 구매 팀에서 일했을 때도 영어를 간혹 쓸 일이 있었지만 외국계 회사에서 쓰는 영어는 차원이 달랐다. 영어로 모든 의사소통을 해야 했던 것. 영어를 알아듣는 것도 버거웠던 그에게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만 같은 도전이었다.

“영어도 잘 못했던 제가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이유는 물론 직급과 급여가 높기도 했지만 주 5일 근무 때문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은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문화였잖아요. 하지만 입사 2년간은 영어 공부와 듀폰의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주말 없이 일해야 했죠.”

그렇게 수년간 노력한 끝에 그는 외국인들 앞에서 영어로 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물론 강의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업무에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구매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그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낸 것. 그가 만든 구매 팀은 2년 만에 아시아지역 최고 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자신 역시 회사의 핵심 인재로 선발됐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상무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이다. 당시 아시아지역 주요 직책에는 미국, 유럽인 주재원들이 주로 차지하고 아시아 현지인 리더는 50% 수준이었다. 그는 이를 85%까지 올리는 경영 인력 현지화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보직 순환, 리더십 교육, 멘토링 등 가능한 방법들을 총동원해서 현지인 리더 양성에 매진했다. 그는 리더 양성 교육 과정으로 LAMP(Leadership And Management Program) 과정을 직급별 3단계로 만들어 10년 이상 꾸준히 추진했다. 본사의 글로벌 경영자 양성 과정에 설계부터 관여해 글로벌 대상까지 받은 것이다.

윤 원장은 과거 한화와 듀폰 입사가 우연한 기회로 시작됐다면, 입사 후 최고의 팀으로 만들고, 조직 개발에 성과를 낸 것은 치열한 노력이 99%라 말한다.

“매순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영어 실력도 부족하고 관련 경력도 짧은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자세가 글로벌 리더로 가는 첫 관문일 겁니다.”

문혜원 객원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홍원종 기자 edg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