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동양대 보석귀금속학과 교수
보석에 직접 투자하는 대표적인 경로로는 보석 경매와 보석상, 해외 박람회가 있다. 개별 보석상을 이용할 때는 무엇보다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홍콩 보석 박람회’를 비롯한 여러 해외 박람회에서는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는 편이다. 투자보다는 트렌드를 확인하는 장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보석 경매는 일반투자자 입장에서 여러 장점이 있다. 가장 큰 장점으로는 국제적인 신뢰와 네트워크다. 보석 경매의 양대 산맥인 소더비(Sotheby’s)와 크리스티(Christie’s)는 1744년과 1766년에 태동해 2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뉴욕, 제네바, 런던, 파리, 홍콩, 두바이 등 세계의 주요 도시에서 1년에 총 20~30회의 보석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보석 경매의 단점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 때도 팔 때도 모두 지불해야 한다. 구매 수수료의 경우 크리스티 뉴욕 경매는 10만 달러(USD), 홍콩 경매는 80만 홍콩달러(HKD)까지는 낙찰가의 25%를 내야 한다. 소더비의 경우 뉴욕 경매는 20만 달러(USD), 홍콩 경매는 160만 홍콩달러(HKD)까지 25%가 적용된다. 1000만 원에 낙찰 받았다면 250만 원을, 1억 원에 낙찰 받았다면 2500만 원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보석 경매를 통한 구매 및 판매 방법
크리스티나 소더비 경매를 통해 보석을 구매하는 절차와 유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홈페이지를 통해 보석 경매 스케줄을 확인한다. 홈페이지에서 월별로 보석 경매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보석 경매는 출품되는 보석의 가치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최상급 보석들이 출품되는 보석 경매는 ‘매그니피선트 주얼스(Magnificent Jewel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되고 최고가 경신 기록이 나오는 보석 경매가 바로 이것으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경매다. 뉴욕과 제네바, 홍콩에서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회씩 열린다. 그 이하 보석은 ‘임포턴트 주얼스(Important Jewels)’, ‘주얼리(Jewelry)’라는 이름으로 각기 진행된다.
둘째, 도록과 프리뷰 전시를 통해 응찰할 보석을 검토한다. 도록은 온라인으로도 검토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담당자와 상의하거나 컨디션 리포트(Condition Report)를 요청하면 된다. 실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경매 며칠 전에 프리뷰가 열린다. 경매에 출품되는 보석들을 전시하는 행사로 직접 만지고 착용도 해볼 수 있다. 모든 경매는 ‘있는 그대로’의 조건으로 진행되고 최종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으므로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화제가 많은 보석 경매의 경우 주요 도시들을 돌며 순회 전시를 개최하기도 한다.
셋째, 경매 당일에 응찰한다. 경매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서면이나 전화, 실시간 온라인 비딩을 통해 응찰할 수 있다. 호가가 같을 경우 서면 응찰자에게 우선권이 있다. 경매 당일에 신분 확인을 거쳐 등록을 마치면 응찰할 수 있는 패들(paddle)을 받게 된다. 관심 있는 물품의 순서가 왔을 때 경매사의 호가에 따라 패들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수수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응찰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응찰할 상한가를 미리 정해 놓아야 한다. 경합이 붙어 호가가 뛰기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냉철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장 뒤쪽에 앉아 전체 분위기를 읽으면서 대응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매를 통해 보석을 팔고자 한다면 우선 홈페이지를 통해 담당자를 확인해 연락을 취한다. 사진과 구체적 사항을 보내고 담당자가 경매에 올릴 만한 보석이라고 판단하면 그다음 단계인 평가와 가격 조율로 넘어간다. 최저 낙찰가까지 잘 협상이 되면 경매에 출품하게 된다. 담당자가 거절할 경우 가품이기 때문이라면 거기서 끝이다. 진품인데 자사의 고객층 성향, 시장성 때문에 출품할 수 없다면 다른 경매회사들을 찾아보면 된다.
다이아몬드로 시작하라
다른 투자와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보석 투자를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와 신뢰할 만한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리고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교차 검증은 필수다. 해외 보석 경매로 성공적인 보석 투자를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시장성과 희소성이 높은 보석에 투자하라. 소장용과 투자용은 다르다. 소장용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구매하면 되지만 투자용이라면 시장성과 희소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시장성이 높다는 것은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며 수요가 높기 때문에 되팔 때 용이하고 경합이 붙어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성에 희소성까지 갖추었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공산품의 경우 희소성을 갖기 위해서는 리미티드 에디션이거나 단 1점만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추후 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독보적인 희소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보석의 경우 자연의 산물로 이 세상에서 똑같은 보석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희소한 보석의 경우 독보적 가치를 지닌다.
둘째, 다이아몬드로 시작하라. 유색 보석도 투자 가치가 높지만 시장성 측면에서 볼 때 다이아몬드로 시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주요 경매에서 최고가 낙찰가를 경신하고 언론에 오르내리는 보석 대부분이 다이아몬드다. 2015년 12월의 크리스티 뉴욕 보석 경매에서 최고가 톱 10 중 8점이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4C’에 의해 평가된다. 컬러는 D, 클래리티는 FL(Flawless), 컷은 EX(Excellent)가 최고 등급이다. 1캐럿은 0.2g으로 앞의 세 가지 요소가 동일하다면 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베인앤컴퍼니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D/IF 등급의 다이아몬드 0.25~0.99캐럿은 65%, 1~2.99캐럿은 145%, 3캐럿 이상은 165%의 가격 변동이 있었다. 1캐럿 이상의 연마된 다이아몬드는 10%에 불과하지만 가치로는 35%를 차지하고 있다.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도 각광받고 있다. 가장 희소한 컬러는 레드이며 그다음으로 핑크, 블루다.
셋째, 투자 예산에서 최상급 나석에 집중하라. 1억 원을 투자하고자 한다면 그 예산으로 구매 가능한 최상급 보석 1점에 집중해야 한다. 다이아몬드 2캐럿의 가치는 1캐럿의 2배가 아니라 훨씬 높다. 희소성 때문이다. 등급이 높고 캐럿이 커질수록 희소성은 급상승하며 생전에 비슷한 보석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주얼리보다 나석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나석(loose stone)은 귀금속에 세팅이 되지 않은 연마된 보석을 말한다. 나석을 세팅해서 반지, 목걸이 등으로 만든 것을 주얼리라고 한다. 주얼리를 산다면 작은 나석들이 수백 개 세팅된 것보다 메인 스톤의 캐럿이 높고 가치가 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아니면 유명인의 소장품, 럭셔리 브랜드나 세계적 디자이너의 리미티드 에디션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 주얼리의 경우 착용하면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자신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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