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hell we sex?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 섹스가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중년으로 넘어가면 섹스도 달라져야 한다. 상대방의 귓가에 유쾌한 놀이를 권하듯 “Shell we sex?”라고 속삭여보면 어떨까?

‘Shall we dance’라는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성실히 살아 온 한 중년 남자가 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고, 알뜰하게 살림하는 아내와 귀여운 사춘기 딸이 있는 가장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서 정원이 딸린 집도 얼마 전에 마련했는데,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마음속에 뭔가 심상치 않은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 이른 성취가 가져온 안정감 때문인지, 인생에 더 이상 추구해야 할 뭔가를 잃은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재미없게 산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철 차창으로 어떤 젊은 여성의 우수 어린 모습을 보게 되고, 그는 그녀가 있는 댄스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처음엔 그녀에 대한 연모 때문이었지만, 그는 점점 춤을 즐기게 되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즐거운 인생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중심 내용이다.

춤은 무척 성적인 행위다. 춤에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고, 상대의 손을 잡고, 몸을 꼭 맞대고, 조심스레 스텝을 밟으며 시선과 호흡을 상대와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중년 부부들이 일주일에 하루는 멋지게 차려 입고서 함께 춤을 배우고 추는 것이 유행이다.

춤을 청하는 것은 원래 남자이고 리드를 하는 것이 남자다. 그래서 춤을 잘 추고 리드를 잘하는 남자와 함께 춤을 추면 못 추는 여자도 수월하게 멋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결국 리드를 잘 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여자)를 잘 배려하고 이끌어준다는 뜻이다.

섹스를 밝히는 아내는 이상하다?
뭐든지 익숙해지면 안정감은 생기지만, 그만큼 열정은 가라앉는다. 그래서 결혼이 사랑에서 열정을 죽이기도 한다. 사실 결혼이야말로 성숙한 사랑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결혼일수록 일찍 열정이 사라진다.

부부간의 섹스도 마찬가지다. 매번 비슷한 패턴이나 방법으로 섹스를 하다 보면 언젠가부터 아내, 남편과의 섹스가 설레질 않는다. 그래서 의무방어전처럼 서로가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할 뿐 열정도 사라져 버리게 된다. 게다가 매번 남자가 섹스를 청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남자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종종 섹스를 먼저 청하고 리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그 말은 대개가 진심이다.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섹스가 어려워지고 피하고 싶은 여자와 달리 남자는 좀 피곤하면 섹스를 멋지게 하고, 곯아 떨어져 깊은 잠을 자고 싶어 한다. 남자에게 섹스는 좋은 수면제인 것이다. 물론 여자에게도 멋진 섹스는 효과 좋은 수면제다.

우리의 중년 아내들은 섹스를 먼저 청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여자가 먼저 섹스를 청하거나 리드를 한다는 것이 남자에게 ‘이상한’ 혹은 ‘밝히는’ 여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그러나 몇십 년을 같이 살면서 이제 서로의 인격, 인간성, 사람을 만나는 태도를 알게 됐다면 아내가 어느 날 먼저 섹스를 청하고, 적극적으로 리드를 하려 한다 해서 ‘아내가 이상해졌다’며 의심하고 불쾌해할 남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섹스를 시작한 지 몇 번 안 됐을 때는 여자가 적극적이면 남자는 부담을 느낀다. 혹시 자기보다 경험이 많아서 자신의 부실한 실력이 들통날까 봐 걱정되고, 혹은 자기보다 기술이 좋은 남자와 경험이 있어서 성적 만족의 기대가 높다면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신혼 초나 섹스를 한 지 몇 번 안 됐을 때 적극적으로 나오는 여자에 놀라 교제를 그만두었다거나, 그녀와의 섹스에 재미를 잃었다는 남자들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같이 산 세월이 서로를 말해주는데, 그때까지 나만 보고 살아온 사람이란 걸 알면 그런 걱정을 붙들어 매도 좋을 일이다. 오히려 남편은 그런 적극적인 아내에게 고마워한다.

남자들이 진화가 덜 돼서가 아니라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남자들은 말을 통한 소통보다는 몸을 통한 소통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남자들을 보면 주먹다짐을 하고 땅에 뒹굴었던 친구랑 더 친한 관계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여자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자에겐 섹스가 머리를 맑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다. 아니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뭔가 남자에게 합리적인 조언을 듣고 싶을 때는 섹스가 끝난 후에 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섹스를 하고 나면 남자의 뇌가 차갑게 식는지 남자들은 꽤 멋진 해결책을 내놓곤 한다.
섹스는 유쾌한 놀이가 돼야 한다

어떤 외서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어느 남편이 회사에서 승진 시험을 앞두고 팽팽한 경쟁을 하느라 몇 주 동안 매일 늦게 지친 몸으로 돌아왔다. 하루는 아내가 회사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은 언제쯤 귀가할 거예요”라고 물었다. “오늘도 역시 늦을 거 같아”라는 남편의 대답에 아내는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에 들어서기 전에 꼭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골목길에 들어서기 전에 “나 지금 들어가”라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내는 코트를 벌려 남편 앞에 벗은 몸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섹시한 히치하이커처럼. 그날 그 부부는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남편은 말했다. “여보, 고마워. 나 두 주일 만에 처음으로 회사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었어”라고.

이런 게 부부 아닐까? 그 아내는 남편을 위로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늘 먼저 섹스를 청하고 리드를 하고 아내를 흥분시키도록 애무를 제공(?)해야만 했던 남편에게 아내가 먼저 섹스를 청하기도 하고, 숨넘어가는 애무를 해주기도 하고, 리드하는 섹스를 가지는 것, 역할을 좀 바꿔보는 것이 남편의 부담을 줄여주고, 남편에게 흥분과 만족을 더해준다.

또한 중년이 되면 부부간의 섹스에는 더욱 유머와 재미가 필요하다. 젊을 때는 상대가 있기만 하면 자연히 불이 붙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발기가 젊었을 때처럼 딱딱하지 않은 데다, 가끔은 사랑을 나누는 중에 사라지기도 하고 해서 남자들은 발기가 되면 빨리 삽입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폐경기를 지나면서 여자 역시 성욕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고, 예전처럼 애액도 잘 나오지 않고 빨리 마르기도 하기 때문에 삽입을 서두르면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더욱 애무가 필요하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자도 예전처럼 빨리 쉽게 흥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더 노골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중년이 넘어가면 섹스가 달라져야 한다. 늘 똑같이 하는 섹스가 아니라 D. 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속 장면에서처럼 아내의 몸에 꽃잎 혹은 알 초콜릿 등으로 장난도 하고, 비누거품을 만들어 같이 샤워하며 장난도 치고, 때로는 남편에게 안대를 씌운 채 묶인 척, 꼼짝하지 못하게 해 놓고, 부드러운 브러시나 스카프 같은 것으로 자극도 하며, 노는 것도 필요하다. 중년의 부부에게 섹스는 더 이상 생식의 장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유쾌한 놀이가 돼야 할 것이다. 그러면 덤으로 멋진 결속과 친밀감도 따라온다. 어떤가? 오늘 밤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이는 것이다. “Shall we sex?”

배정원 애정생활코치·성 전문가·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일러스트 김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