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 issue]불효자에게 채찍 든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부모의 재산을 증여받고도 불효를 저지르는 자식들에 대해 채찍을 들었다.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 증여 재산을 반환토록 법 규정을 정비하겠다는 것인데
최근 이른바 ‘불효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불효자식방지법’의 법제화를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추진하는 ‘불효자식방지법’은 자식이 부모 부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민법상 증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에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가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자체로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법제화 소식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부양료를 요구하는 ‘불효소송’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현 세태에서 이를 ‘불효자식방지법’이라고 부른 네이밍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계 각국, 불효자에게 책임을 묻다
현행 민법 제556조는 ‘수증자(受贈者)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를 하거나,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해 부양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즉 수증자의 망은행위(忘恩行爲)가 있는 때에는 증여자가 증여 계약을 해제(解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를 한 사람은 수증자가 도덕적으로 증여에 대해 감사하는 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비록 이러한 기대가 좌절됐다고 해서 수증자를 상대로 법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그런데 나아가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망은행위를 한 때에는 더 이상 증여자로 하여금 증여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제할 수 없으므로, 증여자가 증여 계약을 해제해 그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시 말해, 이 규정은 증여를 받은 사람은 증여자에게 답례를 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하는 호혜성(reciprocity) 원칙에 근거한 것이다. 문제는 현행 민법 제558조가 제556조를 근거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부모가 자녀에게 이미 재산을 증여했다면 설령 자녀의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부모는 이미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비교법적으로 본다면 우리 민법과 같이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해제에 대해 증여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령 프랑스 민법은 ‘수증자가 증여자에 대한 부양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망은을 이유로 생전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제955조 제3호)’고 하면서, ‘철회가 있게 되면 수증자는 철회청구 당시의 양도물 가액과 청구일 이후의 과실을 반환해야 한다(제958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일 민법도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의 근친에 대한 현저한 비행으로 인해 중대한 망은의 책임이 있는 때에는 증여자는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제530조 제1항)’고 하면서, ‘증여가 철회된 때에는 부당이득의 반환에 관한 규정에 따라 증여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531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 채무법 역시 ‘수증자가 증여자나 그의 친족에 대해 부담하는 친족법상의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때에는 증여자가 증여를 철회하고 수증자에게 이익이 현존하는 한 증여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제249조)’고 규정하고 있고, 오스트리아 민법 또한 ‘수증자가 증여자에게 중대한 망은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을 때에는 증여는 철회될 수 있다(제948조)’고 하면서, 나아가 ‘증여의 현물이나 가액이 현존하는 한 피해자의 상속인에게 가해자의 상속인에 대해서도 반환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제949조)’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과 같이 망은행위를 이유로 한 해제에 대해 반환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일본에서도 증여자에 대해 법률상의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수증자가 경제적으로 곤궁한 증여자의 부양청구를 받았으나 부양의무의 이행을 거절한 때에는 증여자가 증여를 해제할 수 있고, 이 경우 수증자는 해제 원인이 생겼을 때 받았던 이익의 한도 내에서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민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불효자식 방지, 법률효과 있을까?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따라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는 민법 제556조의 사유를 ‘수증자가 증여자 또는 그 배우자나 직계혈족에 대해 범죄행위, 학대 그 밖에 현저하게 부당한 대우를 한 때’로 확대하면서, 망은행위를 이유로 증여가 해제된 경우 수증자는 증여된 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것으로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반환 범위를 스위스 채무법과 같이 현존 이익에 한정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민법 개정안은 이를 현존 이익에 한정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수증자가 자신의 비난받을 행동에 의해 해제권의 행사를 야기한 이상 수증자의 신뢰를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이러한 태도는 매우 타당하며,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에 변심해 부모에 대한 부양을 소홀히 하거나 부모의 곤궁한 상태를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불효자식’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준다는 희생정신에 입각해 노후 생계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녀의 교육비 등으로 재산을 퍼주고, 노후에 대한 보장은 자녀에게 의존해 왔다.
그러나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이 가족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는 등 자녀에 대한 증여가 곧 노후 보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부모도 무작정 자녀 교육 등의 명목으로 재산을 다 쓸 것이 아니라 교육비나 결혼비용 등을 지원하더라도 적정선을 넘지 않는 등 분별 있게 노후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더 이상 노후 대비를 자녀에게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된 만큼, 사회에서 그 책임을 분담하도록 장기적으로 사회보장 대책이 더 완비돼야 할 것이다.
정구태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 일러스트 김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