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된 중국 증시의 급락으로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장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지만, 조정 후 상승 반전을 기대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중국 증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In China] 롤러코스터 中 증시 관전법
상승 가도를 달리던 중국 증시에 제동이 걸렸다. 마의 금요일마다 급락하자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얼마나 올랐다 급락했을까. 지난해 11월 17일 문을 연 후강퉁 이후 7개월간 120%, 특히 지난 5월에는 한 달에만 30%나 급등했다. 그러나 원래 떨어지는 건 오르는 것보다 속도가 빠른 모양이다. 6월 중순부터 7월 첫째 주까지 3주 만에 지수 최고치(5200) 대비 32%나 하락했다. 상하이 주식시장으로 계산하면 1700조 원이 날아간 셈이니 놀랄 만도 하다.

그럼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폭락의 배경은 뭔가. 첫째는 과열이다. 연간 150%, 한 달에 30%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단 얘기다. 이런 경우 모든 투자자들이 불안해서 조금만 더 오르면 빨리 팔고 나오려는 심리와 신용 등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외부 충격이 와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비싸게 산 신용 계좌 손실이 급증하고 급매물이 쏟아져 단번에 폭락장세가 되고 만다. 중국의 경우 신용거래 비중이 총 거래의 22%까지 오른 데다, 장외 불법 신용거래까지 상당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신용거래 비중 3~5%와 비교하면 너무 높다. 놀란 중국 당국이 신용 규제를 발표하자 급매물이 봇물 터지듯 증가한 셈이다.

둘째, 기업공개(IPO) 물량 부담이다. 6~7월에만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23개 종목이 예정돼 있었고, 궈타이쥔안(國太君安) 증권의 경우, 청약 자금만 2조3500억 위안(420조 원)이 몰릴 정도였다. 공급을 이길 수 있는 수요는 없다.

셋째, 계속되고 있는 불안 요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1~2개월은 미국 외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 금리도 상승해서 그 위험성을 높여 온 게 사실이다.

이외에 시장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폭락했단 의견도 있다. 예컨대 중국은 개인 비중이 80% 이상(국내의 경우 50~60%)으로 너무 높아서 소위 단타나 급등락 장세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 시스템이 아직 취약하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中 정부 발 빠른 대응은 긍정적
사실상 신용거래지만 파악이 잘 안 돼서 폭락을 더 부추겼단 평가다. 또 회계 정보의 불투명성 때문에 기업 공시 정보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따라서 애널리스트 분석보다 루머와 작전 등에 취약한 증시 문화도 구조적 문제라고 한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어땠나. 증시 대폭락에 즈음해서는 비교적 발 빠르게 정책 대응을 했다. 거의 매일 강도 높은 증시부양책을 내놓았고, 특히 7월 11일엔 정책 당국인 증권관리감독위원회와 업계의 21개사 증권사 수장들이 함께 모여 4500포인트 회복 결의를 하고 10대 증시부양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시장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증시부양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첫째, 인민은행이 증시에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둘째, 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주식을 매입하고, 셋째, IPO 물량 공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넷째, 21개 증권사들이 1200억 위안에 달하는 주식 매수 기금을 출자함과 동시에 상하이 지수가 4500포인트를 회복할 때까지 자기자본과 일임매매에 의한 주식 매수를 금지하는 등이다.

한마디로 관·민 합동의 강경한 부양 대책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시장에선 중국 주식 버블이 급속히 붕괴할 거란 공포감도 있었다. 하지만 신용거래 비중이 11~12%까지 하락하면서 악성 신용 매물이 소화되고, IPO 중단으로 주식 매도 압력이 줄어들면서 중국 증시는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1~2개월의 단기가 아니라 향후 3~6개월 또는 그 이상 중장기로 볼 때 중국 증시가 어떨 것인가. 이들이 침체를 주장하는 첫째 이유는 중국 증시가 너무 과열됐다는 것. 특히 후강퉁 이후 7개월의 단기간에 120% 상승은 지나치다는 거다.

둘째, 실물경제도 부담 요인이라고 한다. 중국 성장률은 2010년 10.4%를 기록한 이후 매년 0.5~1.0%포인트씩 하락했고, 올해 1분기 성장률은 7%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셋째, 과열 이면엔 개인뿐 아니라 기업들의 주식 재테크도 많아서 그만큼 위험이 크다고 한다. 특히 실적 압력에 시달리는 국유기업들이 이재상품(理財商品) 등을 통해 부동산투자에서 주식투자로 대거 갈아탔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주가 급락은 기업들의 주식 투매와 실적 악화, 또 그들 기업의 주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의 위험이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양 의지 때문에 ‘조정 후 재상승’할 거란 의견이 시장에선 강해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들도 단기 급등에 따른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러나 급락 과정에서 신용 매물이 빠르게 소화돼 패닉 상태가 진정되면 그때부턴 다시 쏟아 부은 정책 효과 땜에 상승할 거란 얘기다. 주가 펀더멘털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펀더멘털엔 실물 외에 금리와 같은 금융 요인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이 이전만 못해도 금리를 낮추면 주가는 그만큼 상승한다.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있는 한 주가 상승 잠재력은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또 단계적 주식 개방이 당분간 중국의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 것으로 본다.

주식가치평가 측면에서도 최근의 급락을 감안하면 미국, 일본 대비 큰 부담은 없다고 본다. 현재 상하이 지수 3700포인트라면 주가수익비율(PER)이 17배로 미국의 17~18배와 비슷하고, 일본의 19~20배보단 아직 낮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대체로 ‘조정 후 상승 반전’ 의견에 찬성한다. 물론 장기 상승 추세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거라고 보면 조정 후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증시 활성화가 중국으로서는 중요하다. 그 이유는 첫째, ‘신창타이경제’의 핵심이라 할 기업구조 개혁, 인수·합병(M&A)의 성공을 위해선 주식을 통한 자본 확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은 2020년까지 상하이를 세계 톱 수준의 금융·자본시장으로 키우겠다고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올해 10~11월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을 앞두고 위안화 거래 활성화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는 터다. 증시 매력 없인 위안화 자본 거래도 활성화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정부로선 증시 추가 개방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본다.

셋째,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강조하고 있는 벤처 창업도 ‘고위험·고수익’ 성격 때문에 주식시장 몫이다. 증시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벤처 창업도 성공하기 어렵다.

넷째, 증시가 폭락하면 개인 소비가 줄고 그로 인해 가뜩이나 목표 달성이 어려운 성장률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중국 개인 금융 자산을 분석하면 주식 비중이 15% 이상으로, 이는 10% 내외인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에 그만큼 영향이 커서 중국 정부로선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