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오랜 시간 부동산 투자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아파트 투자는 여전히 유효할까.
[Plan] 아파트 투자 여전히 유효할까
얼마 전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를 만나 함께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둘 다 미취학 자녀를 둔 30대 중후반의 부모였기에 자연스럽게 아파트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직업에 걸맞게 주식, 채권과 같은 금융시장 분석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다 문득 어떤 주제든 모든 이야기가 부동산을 매개로 전개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아파트의 수요와 공급, 일본 사례와 다른 점, 한국 아파트의 해외 수요, 근로자의 임금 인상률, 인플레이션 대비 아파트 가격 등 수많은 이슈들을 거치며 대화는 계속됐고, 마지막에는 아파트 투자를 잘해서 성공하자는 덕담과 함께 헤어졌다. 사실, 이렇게 한국인이 두 명 이상 모인 자리라면 부동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것이 요즘이다.


2011~2013년 아파트 가격이 20% 하락한 까닭
부동산은 펀드, 보험 등 다른 재테크 수단과는 달리 대한민국 모든 이들을 그 분야 전문가로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어려운 분야가 부동산이다. 대표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갖는 편향된 믿음 가운데 하나가 ‘내가 가진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섹션에 공개된 가격 정보를 기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공급자 즉, 팔려는 사람들만의 시세판이며, 수요자의 의견이 빠르게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하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을 보면 아파트 가격도 등락을 지속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서울의 경우 2011~2013년 아파트 가격이 20% 가까이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로 등장하는 사례가 바로 일본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부동산 침체가 나타나기 전 5년 동안 부동산 가격이 네 배 가까인 상승했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인구구조 때문에 한국이 일본의 사례를 따라간다는 논리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최근 부동산을 움직이는 변수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예상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는 저금리, 임대 시장의 구조 변화, 부족한 공급을 꼽을 수 있다. 먼저 금리를 살펴보자.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두 차례나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준금리가 1.5%가 돼 버렸다. 대부분의 실수요자가 대출을 활용해 부동산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임을 감안하면, 부동산 활황에 저금리는 분명 긍정적인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다음으로 한국 주택 시장, 특히 임대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월 기준으로 국내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3.6%까지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 1월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바로, 부동산 가격상승률이 예전 같지 않고 예금 금리가 낮아지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월세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한국인들의 주거비용이 증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임금은 상승하지 않고, 금리는 낮은 상황에서 주거비용이 상승하자 실구매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부동산은 장기 상품, 전망 어려워
한국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는 환경에서 전세는 이제 집주인들에게 더 이상 좋은 옵션이 아니다. 또한 노령화가 가속될수록, 전세보다는 월세의 비중이 늘어나는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공급이다. 사실 수요는 인구구조, 심리 등이 작용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공급은 생각보다 쉽게 예측이 되고, 부동산의 단기적인 가격 변화를 잘 설명해주는 경향이 있어 투자자들이 반드시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대구의 아파트 가격을 들 수가 있는데 2013년 하반기 이후 전국 부동산 상승률이 둔화됐을 때 대구 지역은 공급 부족으로 약 1년

6개월 동안 아파트 가격이 15% 넘게 상승한 적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수도권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이 향후 2년 이상 아파트 공급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은 당분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지금 부동산에 나타나고 있는 신호를 긍정적으로 판단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의 전망은 일반적으로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들의 투자 기간 대비 너무 단기간에 대한 전망이라는 것이 단점이다. 부동산은 장기 상품인데, 전망은 장기적으로 하기 힘드니 여전히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면 아파트를 사야 할까? 팔아야 할까? 부동산을 매수하기에 좋은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 가계의 전 재산과 대출을 동원해 아파트를 사야 할 만큼 확실한 투자처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도 주식과 채권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격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자산이고, 장기적인 전망이 불확실한 자산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도 자산 배분 관점으로 접근해야 하고,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자신의 수입 안에서 부동산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하고, 향후 이 부동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들고 싶은지, 자본 이득을 추구하고 싶은지 결정해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부동산도 종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저평가된 상승 여력이 높은 종목을 잘 골라야 하듯이 부동산도 지역, 평수, 환경 등을 고려해서 물건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대출금리가 낮고,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니 트렌드를 좇아 급하게 아파트를 매입하고 입주하는 것보다는 꼼꼼히 매수 전략을 세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Plan] 아파트 투자 여전히 유효할까
박순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투자자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