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분산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자산 규모가 크지 않거나 젊은 층은 금전적인 이유보다 심리적인 이유가 더 크고, 자산가 층은 역시 세금 혜택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식이다.
[BIG STORY] 자산가 층은 ‘절세 효과’, 젊은 층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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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인 부부들의 부동산 공동 명의 매입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전지현 부부와 유진·기태영 부부. 전지현은 2012년 2월, 신혼집 용도로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아파트를 28억 원에 사들이면서 남편 최 씨와 공동 명의를 설정했다. 명의 지분은 전지현과 남편 최 씨가 2 대 1. 현재 이 아파트 거래가가 33억~35억 원 정도로 알려졌는데, 33억 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전지현이 22억 원에 대한 권리가 있고, 남편 최 씨가 11억 원에 대한 권리가 있는 셈이다. 배우 유진과 기태영 부부도 최근 공동 명의로 서울 강남에 23억 원 상당의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과 기태영의 명의 지분은 9 대 1이라고.
[BIG STORY] 자산가 층은 ‘절세 효과’, 젊은 층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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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커플들이 규모가 큰 부동산 등을 구입하면서 ‘공동 명의’를 선택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이 벌어 함께 샀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담보 제공이나 매매 등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며, 절세 효과도 있다. 특히나 이 ‘절세’ 부분에서는 자산 규모가 크면 클수록, 시세 차익이 크면 클수록 효과가 커지니 자산가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잘사는 동네·젊은 층일수록 공동 명의 뚜렷하다?
한경 머니 조사 결과, 실제로 부부 공동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일부 부동산을 배우자 명의와 나눠 소유하는 등 명의 분산을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400명 중 부부 공동 명의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는 25%, 아내 명의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는 36.8%였으며, 부부 공동 명의 부동산이 있고 아내 명의 부동산도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13.5%에 달했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절반 가까이가 공동 명의 혹은 아내 명의 부동산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명의에 대한 달라진 의식을 보여주었다. 부부 공동 명의 설정과 아내 명의 설정에 대한 만족도 역시 ‘보통’ 이상이 90%를 훌쩍 넘는 등 높게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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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부 공동 명의나 남편과 아내 각각 명의로 부동산을 나눠 보유하는 등 명의 분산 실태가 최근의 갑작스러운 트렌드는 아니다. 김희선 센추리21코리아 전무는 “2007년 부동산 거래가 활황일 때 당시 105.8㎡ 기준 거래가 가장 많은 지역의 표본 사례 1000개를 분석한 결과, 공동 명의로 거래된 사례가 꽤 많았다”며 “특히 잘사는 동네이고 연령이 젊을수록 공동 명의 추세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이는 두 가지를 방증한다. 자산이 많을수록 이미 ‘세테크’에 대한 개념을 갖고 명의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각자의 경제권에 대한 인식이 예전과 다르다는 점. 김 전무는 또 “그 이후 2000년대 후반,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면서 부부별산제로 바뀐 것도 공동 명의를 부추겼을 것”이라며 “강남 소재의 주택은 9억 원 이상인 물건이 많은데 1세대 1주택이라 해도 단독 명의이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되지만, 공동 명의로 각자 절반씩 소유하게 되면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대체로 5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명의 분산이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60대 이상에게선 남편 단독 명의가 많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60대 이상이라 하더라도 자산 규모가 커 상속세 등의 이슈가 있을 때는 절세 차원에서 부동산 지분 일부나 보유 부동산 중 일부 물건을 아내 명의로 하는 등 전략적 차원에서 명의 분산을 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BIG STORY] 자산가 층은 ‘절세 효과’, 젊은 층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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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어떤 목적으로 명의 분산을 하고 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먼저 부부 공동 명의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공동으로 축적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공동 명의 설정을 한 이유’에 대해 묻는 본지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0%가 ‘공동 경제권을 명확히 하기 위해’라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전과 달리 부동산 가격이 만만치 않게 높아진 것도 이유다. 혼자 힘으로 벌어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 요즘 아예 신혼집을 마련할 때부터 전세든 매입이든 공동 자금을 마련하고 공동 명의를 설정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고 자기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것과 이를 당연시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도 깔려 있다. 소수이긴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혼율이 높아지고 재산에 대한 분쟁이 많아지면서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한다는 성격도 있다.

자산 보전 차원에서 공동 명의를 택하기도 한다. 가령 남편이 사업을 한다거나 그 밖의 이유로 채무로 인한 채권 추심을 당할 경우, 아내 지분만큼은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담보대출 등을 받더라도 아내 동의가 없다면 남편 지분만큼에 대해서만 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담이 줄어들고, 단 1%라도 아내 지분이 있다면, 남편 임의로 매매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세금 문제는 공동 명의의 또 다른 큰 목적이다. 설문 결과 33%가 ‘절세를 위해’ 공동 명의를 했다고 답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세무팀장은 “공동 명의에 대해 상담을 받으러 오는 분들 가운데 절세 목적인 경우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김희선 전무는 “부동산실명제 이후 부동산 거래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면서 세원이 노출되자 자산가들 사이에 부부 공동 명의가 자연스럽게 절세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게 된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명의 포트폴리오의 또 다른 방법인 배우자 명의로의 분산도 절세 효과적 차원에서만 보면 부부 공동 명의와 별반 차이가 없다. 보통 배우자 명의로 단독 명의를 활용하는 경우는 1가구 2주택 이상이거나 주택 외 다른 부동산을 소유한 경우에 해당하는데, 부동산 관련 세금은 전체 재산을 종합적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5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1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이 있다고 가정할 때, 5억 원 부동산을 아내 명의로 하고, 10억 원 부동산을 남편 명의로 하는 것이나 5억 원 부동산은 남편 명의로 하고, 10억 원 부동산을 50 대 50 지분 공동 명의로 설정하는 것이나 전체 자산으로 봤을 때는 결국 남편 명의와 아내 명의의 지분이 같게 되는 것이다.

다만, 공동 명의로 돼 있을 경우 처분할 때 불편함이 있어 부동산 물건이 여러 개 있다면 물건별로 각각 남편 명의, 아내 명의를 따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자산 보전 차원에서도 부부 공동 명의보다 더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배우자 단독 명의를 선호하기도 한다. 특정한 이유로 한쪽의 명의를 사용할 수 없는 케이스도 있다. 몇 해 전, 과세당국이 전세 규모 10억 원이 넘어가는 부동산에 대해 계약 명의자를 파악한 적이 있었다. 당시 강남에 18억 원 상당의 주택에서 전세를 살고 있었던 D씨 부부는 전세 계약 명의가 아내 앞으로 돼 있었다. 국세청이 파악한 결과 D씨 아내는 소득세를 신고한 적도 없고 상속세, 증여세를 신고한 적도 없었다. 즉, 맞벌이가 아니고,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은 바도 없으며,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도 없다는 뜻. 과세당국은 D씨 아내에게 18억 원의 출처를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 돈은 고액 연봉자인 남편의 것이었지만, 신분적인 문제 때문에 아내 앞으로 명의를 해 둔 것이었다. 과세당국은 배우자에게 증여 가능한 면세 한도인 6억 원을 제외한 12억 원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했고, D씨 부부는 납부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까지 더해져 6억~7억 원 상당의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부부관계의 변화·세태의 변화로 공동 명의 늘어날 것
경제적·실리적 목적 이외에 부부 공동 명의 등에 대한 인식의 변화, 세태의 변화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부부 공동 명의로 주택을 매입했다는 40대 남성 E씨는 “냉정하게 보면 내 월급으로 집을 샀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아내의 역할을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공동 명의를 택한 건 가사 노동이나 육아 등에 대한 인정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아내의 감정을 배려하고 보다 더 돈독해진 신뢰 관계를 통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는 이에 대해 “명의 문제에 있어 세대 간 의식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세태가 바뀌면서 공동 명의 등이 늘어나는 건 꼭 세금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면서 “사실 자산이 많지 않은 사람들에겐 명의 분산을 통한 절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런 측면에서 ‘부부 공동 명의 설정 이유’에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한 응답자 13.0%는 상당히 의미가 있고, 앞으로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BIG STORY] 자산가 층은 ‘절세 효과’, 젊은 층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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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신규 부동산 취득 시 부부 공동 명의 혹은 아내 명의로 취득할 계획이나 의사’를 묻는 질문에 55.3%가 ‘있다’고 대답했고, ‘부동산 자산 명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반드시 남편 명의를 고집하거나 아내 명의를 고집하는 답변은 15%가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응답자는 부부 공동 명의나 상황에 따른 합리적 선택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 것.

나이가 있는 경우에도 의식 변화는 더러 찾아볼 수 있다는 게 현장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보통 남편 명의로 전 재산이 돼 있었던 경우라도 남편이 나이 들면서 자신이 사망한 뒤 아내가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아내 앞으로 명의를 돌려주는 일도 있다고.


자금출처조사 피하려면 경제력만큼 지분 취득
그렇다면 부부 공동 명의 등 명의 분산은 원하면 조건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매입 자금에 대한 출처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전제돼야 할 것은 신규 취득이라는 조건이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공동 명의로 할 경우에는 증여가 되기 때문에 면세 한도를 넘어서는 만큼에 대해서 증여세를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F씨 부부는 시가 30억 원의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남편과 아내가 반반씩의 지분으로 공동 명의를 설정하고자 한다. 남편은 금융권에 종사하는 고액 연봉자이고 아내는 전업주부다. 이 경우, 지분이 절반씩이라면 아내는 15억 원에 대한 자금 출처에 대해 증명해야 한다. 이전에 부모로부터 상속을 받았다든가, 현재는 전업주부지만 예전에 사업을 하면서 15억 원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 부분에 대해 소명하지 못하면 아내의 지분 15억 원은 남편의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가 부과된다. 그렇다면 아내가 현재 직업을 가진 경우라면 어떨까. 문제는 직업 여부가 아니라 경제력이 15억 원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인가 하는 점이다.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소명이 되지 않는다면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BIG STORY] 자산가 층은 ‘절세 효과’, 젊은 층은 ‘당연한 일’
원종훈 팀장은 “부동산 등기를 하게 되면 국세청에 자료가 넘어간다”며 “모든 물건에 대해 조사를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규모가 있거나 눈에 띄는 경우 자금출처조사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자금출처조사란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이에 필요한 돈이 어디에서 났는지를 확인하는 조사다. 취득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재산을 취득하면 이에 대한 자금 출처를 조사해 그에 대한 소명이 되지 않으면 증여로 간주하는 것. 이처럼 자금출처조사가 가능한 건 국세청이 도입한 소득-지출 분석 시스템, 즉 PCI(Property, Consumption and Income Analysis) 시스템 때문이다. PCI 시스템을 요약하면 ‘번 소득=현재 자산(예금, 주식, 부동산 등 전체 포함)+소비 금액’이다. 번 소득에는 연봉과 상속 재산, 증여 재산 등도 다 포함이 되며 세금 신고가 된 금액을 말한다. 바로 이 PCI 시스템에 의해 현재 자산과 소비 금액을 합한 금액이 신고 된 소득을 초과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규모가 큰 부동산 등을 매입할 때 대출을 많이 활용한다”고 말한다. 경제력으로 부담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금액에서 대출을 발생시키면 그 자체로 ‘증거’가 되기 때문.

앞에서 언급한 연예인 부부의 경우처럼 각자 소득에 맞게 지분을 설정하는 것도 자금 출처를 명확히 하는 방법이다. 맞벌이라고 하더라도 경제력에 맞게 지분을 달리하면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내가 경제력이 없는 경우 부부 공동 명의로 매입하는 건 불가능할까. 역시 답은 ‘그렇지 않다’다. 앞서 말했듯 이럴 경우 아내의 지분만큼 남편의 증여로 간주돼 증여세가 부과돼 공동 명의로 인한 절세 효과는 없겠지만, 모든 재산이 남편 명의 단독으로 돼 있을 때 부담해야 하는 누진세를 생각하면 공동 명의를 택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내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남편이 부담해야 할 세금이 줄어드는 비중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는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니라 자산 규모가 커서 누진세가 많은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이지는 않다. 또 하나, 여러 번 언급했듯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6억 원까지는 면세되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배우자라 해도 최소한 6억 원에 해당하는 지분만큼은 공동 명의로 설정이 가능하다.


박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