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 3월로 출범 3년을 넘겼다. 신임 김용환 회장(전 한국수출입은행장)까지 불과 3년여 만에 NH농협금융 회장만 4명째다. 당초 신경분리를 통해 5대 금융지주로 올라선 NH농협금융이 기존 금융 판도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은 일단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러 있는 상태. 전임 회장들의 성공과 실패를 예습한 김용환 회장의 차기 행보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왼쪽부터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신동규 전 회장, 신충식 전 회장.역대 NH농협금융 회장들은 평균 임기가 1년이 되지 못했다.
왼쪽부터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신동규 전 회장, 신충식 전 회장.역대 NH농협금융 회장들은 평균 임기가 1년이 되지 못했다.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주자’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신용(금융)과 경제를 분리하며 탄생한 NH농협금융지주. 초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겸임했던 신충식 전 NH농협은행장이 3개월여 만에 회장직을 그만두고, 이후 관료 출신의 신동규 전 NH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1년을 못 채우고 11개월 만에 물러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특히 신동규 전 회장의 경우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보이며 “NH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는 일침을 남기고 떠날 정도로 조직의 안정은 요원해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구를 위한 신경분리였나’라는 논란이 불거졌던 건 당연한 수순. 정치권의 맹공이 이어졌고 NH농협금융은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으로 현재 금융위원장에 올라 있는 임종룡 전 회장이다. 임 전 회장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 된다던 NH농협금융의 안정을 위해 농협중앙회에 먼저 손을 내밀었고, 대의원 조합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한 결과 임기 내 최대 성과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를 성사시켰다.

또 STX그룹 관련 대손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위기를 잘 추슬러 2014년에 명칭사용료 부담 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1조166억 원을 기록하는 등 순이익 1조 원대 벽을 처음으로 깬 것도 임 전 회장의 공이었다.


NH농협금융, 왜 포스트 임종룡일까
신임 김용환 회장 체제를 ‘포스트(post) 임종룡’이라 부르는 건 단순히 NH농협금융 출범 3년의 절반을 임 전 회장이 맡았고, 이 시기 들어 비로소 조직의 안정과 함께 실적이 제 궤도를 찾아갔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신경분리 4년 차를 맞이한 NH농협금융은 어찌됐건 조직의 연착륙을 통해 시장에 신뢰감을 심어줘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내정 이후 퇴직공직자 취업심사로 인해 취임이 늦춰지게 되자 NH농협금융의 각 부서별로 사전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 직후 김 회장이 당면 과제로 내세운 것이 바로 ‘수익성 개선’이었다.

NH농협금융은 2014년 1분기 당기순이익 30억 원에 그쳤다. STX그룹 관련 대손충당금 등의 영향으로 수익이 급감한 탓이다. 더구나 NH농협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에 수천억 원의 명칭사용료까지 지급해야 한다. 실제 1분기 NH농협은행은 35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명칭사용료는 731억 원을 지급해야 했다.

우리투자증권 염가매수 차익 등의 영향으로 2014년 전체 당기순이익은 7685억 원을 기록했고, 명칭사용료 부담 전 순이익으로는 전년보다 59.8% 증가한 1조166억 원을 나타내며 처음으로 순이익 1조 원대 벽을 넘어섰지만 문제는 수익률이다.

NH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로 총자산이 작년 말 기준 393조 원으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덩치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은 경쟁사들을 밑돌고 있다. 주력사인 NH농협은행의 경우 작년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16%로 국내 은행 평균 ROA (0.32%) 대비 절반 정도 수준이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2.38%로 국내 은행 평균 ROE(4.19%)에 크게 뒤처진다.

김 회장이 취임 전에 “NH농협금융을 한국판 크레디아그리콜(creditagricole)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것도 수익성 제고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1861년 설립된 프랑스의 크레디아그리콜은 순이익 규모가 311억 유로(약 37조 원)에 달하며 농촌 지역에서 수십 개의 지방은행을 토대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농협과 많이 비교된다.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이 수익성 제고 카드로 자산 운용과 해외 사업 강화를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농협은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쌀집’으로 통할 정도의 큰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농협이 2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산을 어떻게 굴리냐에 따라 자산운용업계의 희비가 엇갈렸던 것.

앞서 임 전 회장이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초로 최고투자책임자(CIO) 체제를 도입해 자산 운용 강화의 포석을 갖춰 놓은 것도 김 회장으로서는 반가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만 해외 사업의 경우 김 회장이 재임했던 수출입은행과의 간격이 커 보이는 점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10개 지점을 비롯해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 13개 주요 도시에 국외 지점을 두고 있고 수은영국은행, 수은인니금융회사 등 네 군데 해외 현지 법인을 두고 있어 김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빡빡한 해외 일정을 소화하며 괄목할 만한 소득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NH농협은행의 경우 신경분리 이후에야 비로소 해외에 눈을 돌려 현재 뉴욕에 유일하게 현지 지점을 두고 있고, 베이징과 베트남 하노이에 영업사무소를 두고 있는 정도가 전부다. 해외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기에는 해외 기반 자체가 너무나 취약한 것이다.


임종룡과 김용환의 닮은 듯 다른 리더십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지금까지 닮은 듯 다른 리더십으로 비교 대상이 돼 왔다. 김 회장은 행시 23회 출신으로 임 위원장에 비해 1기수 선배이며 나이로는 59년생인 임 위원장보다 일곱 살이 많다.

임 위원장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 실무부서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등 엘리트 코스를 거쳐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거쳐 NH농협금융에 입성했으며, 김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공보관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을 거쳐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됐다.

둘 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부하직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지만 업무 스타일은 확연히 갈린다는 평가다. 임 위원장이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경영 스타일이라면 김 회장은 선이 굵은 리더십이 특징이다.

임 위원장은 농협에 입성한 뒤 농협중앙회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농협중앙회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내가 농협중앙회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엘리트 고위공무원 출신으로서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장에게 먼저 고개를 숙여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김 회장은 수출입은행장 시절 사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EXIM 지휴인’을 만들고 ‘나행장’으로 활동해 “진짜 행장이 맞느냐”며 직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등 두 사람은 격의 없는 변신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이에 반해 업무 스타일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다는 평가다. 임 위원장이 농협 회장 시절 당시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농협중앙회를 의식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진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 범농협 금융상품 개발로 시너지 확대 등 실속을 챙기는 섬세한 행보를 보였다면, 김 회장은 언론 기고만 100편이 넘을 정도로 활발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 끝에 수출입은행법을 44년 만에 개정토록 한 대목이나 임기 3년 동안 세계 각지를 발로 뛰며 수출입 기업에 대한 지원을 펼친 부분은 대쪽 같은 이미지와 가깝다는 평가다. 닮은 듯 다른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의 바통터치에 NH농협금융의 이어달리기는 더욱 달궈지고 있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