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중국이 2008년 이후 대외 직접투자를 늘려 가고 있다. 손쉽게 해외 기업의 지배권을 손에 넣는 인수·합병(M&A)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한 중국의 위세는 거침이 없어 보인다.
[IN CHINA] 연 100조 원 투자하는 ‘M&A 공룡’ 중국의 힘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는 외국의 중국 직접투자를 따라잡을 만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한 해 대외 직접투자 규모는 대내 직접투자의 86%에 해당하는 1029억 달러(103조 원)에 달했고, 올해는 대내 직접투자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2003~2014년 12년간 중국 대외 직접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이미 대내 직접투자의 7.4%를 5배 이상 앞지르는 39.9% 수준이다.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의 세계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는 중국 정부의 통계보다 많아서 2013년에 이미 1175억8000만 달러(118조 원, 대내 직접투자의 81.5%)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후 M&A 등 대외 투자 급증
지금까지의 중국 대외 직접투자는 다음 5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1단계(1979~1995년)는 개혁개방부터 8차 5개년 계획 종료까지다. 이때는 외자 도입이 정책상 아주 중요한 목표였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엄격히 심사, 통제했다.

2단계(1996~1999년)는 9차 5개년 계획 실시 기간으로 외화 획득을 위해 중국 기업들이 가공무역을 통해 해외 진출을 시도했고, 대형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대외 직접투자가 확대된 시기다. 3단계(2000~ 2005년)는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고성장한 10차 5개년 계획 시기였는데 쩌우추취(走出去)라는 중국의 해외 투자 촉진책이 나오고 대출 및 투자 지원 조치 등에 의해 대외 직접투자가 훨씬 확대됐다.

4단계(2006~2010년)부터는 대외 투자가 본격화되고 질적 변화가 시작된 시기라 할 수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국제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의 구미 기업 투자 및 M&A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5단계(2011~2015년)는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경험이 쌓이고 자금력도 더욱 풍부해지면서 새로운 확장기에 들어선 시기다. 대내 직접투자를 훨씬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잔액 기준으론 아직 대내 직접투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연간 규모로만 보면 대내 직접투자를 능가하고 있고, 증가율은 대내 직접투자를 훨씬 앞서고 있다. 대외 직접투자는 상당히 복잡한 정의를 갖는데, 국제수지 통계에 관한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수지 매뉴얼에선 ‘직접투자는 모회사가 투자처 기업의 보통주 또는 의결권의 10% 이상을 소유할 경우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우’를 직접투자로 정의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가 이처럼 빨리 증가하고 있는 이유 내지 배경은 뭔가. 전문가들은 첫째, 원자재와 기술 확보를 위한 중국 정부의 해외투자 촉진정책을 꼽는다. 해외투자 때 국내보다 유리한 대출 조건 또는 정부 펀드 투자 등의 혜택이 해외투자 확대 유인이 됐다. 둘째, 리먼 사태 이후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의 필요성이 커진 점도 주요 이유다. 중국 선두 기업들이 해외 유수 기업을 인수, 그들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중국 시장에 접목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내수확대정책이 뚜렷해진 2010년 이후로 중국 기업들의 크로스보더 M&A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해외 유수 브랜드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금융위기 후 구조조정과 정리매각이 불가피한 구미 기업과 위안화 절상으로 자금력이 한껏 늘어난 중국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전까진 그린필드 투자(공장, 회사 창업)나 전략적 제휴가 많았지만 이젠 손쉽게 해외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M&A 투자가 주류인 점이 최근 중국 대외 직접투자의 주요 특징이다. 과거 외환보유액이 급증한 일본 기업들이 물불 안 가리고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섰던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외환보유액 운용의 다변화와 위안화 절상 압력 조절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4조 달러(약 4000조 원)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돈을 미국 국채와 같은 금융 자산에 대부분 투자했다간 미국 금리 또는 외환정책 변화 때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올해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보유한 미국채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운용 다변화를 위해서라도 기업 지분 투자 등을 늘려야 한다. 물론 해외투자 확대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조절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는 주로 누가 하는가. 우선, 금액으로 보면 지방 기업보다 중앙 기업이 많다. 2008년까지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의 80% 이상이 중앙 기업(각종 단체 포함)에 의해 이루어졌다.

2009년 이후 지방 기업의 해외 진출도 늘어나서 그 비중이 줄긴 했지만, 2013년을 기준으로도 중앙 기업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그러나 설립된 기업 수로 보면 지방 기업 비중이 높다. 2013년까지 해외에 설립된 기업 수는 총 2만5413개인데, 그중 중앙 소속은 17.7%인 4510개이고, 나머지 82.3%, 2만903개는 지방 정부 소속이다.

둘째, 소유 형태로 보면 어떤가. 국유 기업(중앙 및 지방 포함)이 2013년 기준 전체의 55.2%로 절반 이상이고, 다음이 유한책임회사 30.8%, 민간주식회사 7.5%, 그 외 형태는 2% 이하로 미미하다. 그만큼 대외 직접투자는 자금조달이나 경영 능력이 강한 기업이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투자하는 기업 수 구성을 보면 국유 기업 비중이 최근 감소해서 2012년 기준 전체의 9.1%이고, 민간 기업과 유한책임회사는 증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 비중은 10%대이고 유한책임회사는 무려 62.5%까지 늘어났다.


최대 투자처는 아시아 리스 비즈니스
기준을 투자 금액과 투자 기업 수로 달리 할 때 큰 차이가 나는 건 국유 기업에 의한 건당 투자 금액이 큰 점과 최근 적극적으로 대형 크로스보더 M&A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3년, 2014년 UNCTAD의 다국적기업 세계 상위 100대사에 랭크된 중국 다국적기업(현재 3개사)도 대부분 독점 분야에 있는 국유 대형 기업인 점이 이를 간접적으로 반영한다. 단, ‘중국 대외투자 합작발전보고(2014년)’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중국 기업의 다국적화는 아직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해외 자산 규모가 다른 글로벌 기업에 비해 작고, 다국적기업 세계 상위 100대 기업에선 하위에 랭크돼 있는 것이 향후 과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M&A에 의한 대외 직접투자가 향후에도 주류를 이룰 것으로 판단된다.
[IN CHINA] 연 100조 원 투자하는 ‘M&A 공룡’ 중국의 힘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는 산업 분야 투자를 보면 리스 비즈니스 29.6%(잔액 기준), 금융업 17.9%, 광업 16.1%, 도소매업 13.3%, 제조업 6.4% 순이다. 또 이들 5개 업종이 전체 투자의 80% 이상이고, 최근까지 변함이 없다.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는 주로 상업·서비스업, 광업, 도소매 유통업에 집중돼 있고, 제조업을 포함한 다른 산업은 아직 10%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론 제조업 분야에서의 해외 투자 진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편 투자 지역을 보면 아시아 지역이 70%로 최대다. 다음은 중남미와 유럽, 미국 등으로 광물자원이 충분한 점과 조세피난처 때문으로 판단된다.

2013년 중국의 대외 직접투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홍콩 비중은 58%로 가장 높고, 아시아 투자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도 83.1%다. 또 중남미 지역 투자의 70%는 조세피난처인 케이만과 바하마에 이뤄진다. 투자 대부분이 리스와 상업·서비스 분야에 집중돼 있고, 분야가 중국 대외 직접투자의 최대 업종인 점도 배경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