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기자의 HIP & HOT
장난감이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은 버려라. 키덜트족‘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버려라. 세계적으로 희귀해 보기도 힘든, 2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건담은 장난감이 아니라 차라리 ‘예술’이고 ‘명품’이다. 시대를 총망라한 각종 피규어 800여 점이 각자의 스토리를 품고 있는 ‘피규어 뮤지엄 W’는 누군가에는 아련한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보물 창고이며, 누군가에는 꿈과 희망이다.
![피규어 뮤지엄 W 외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23.1.jpg)
일단 외관부터가 공간의 성격을 말해주니 1, 2층 테라스에 우뚝 선 배트맨과 아이언맨이 ‘호객’ 요인으로 부족함이 없다. 밤이 되면, 건물 전체가 하나의 피규어가 된다. 7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장착해 미디어 파사드 형식을 취한 건물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아니다. 어쩌면 진짜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물관이 살아 있다’처럼.
![1층 입구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스파이더맨.](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24.1.jpg)
![수많은 히어로들의 공간인 3층 전시장. 아톰부터 아이언맨까지 히어로들의 계보를 한눈에 꿸 수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26.1.jpg)
솔직히 기자는 피규어의 세계에 대해 잘 모른다. 피규어에 열광하는 남자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규어 뮤지엄 W’에서의 몇 시간은 즐거웠고 또 새로운 세상이었다. 액션 만화나 영화를 즐겨 보지 않았더라도 그 시대를 지나왔다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니,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고, 더불어 그 시절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1층에서부터 ‘감상’은 시작됐다. 입구 한쪽 벽에 달라붙어 있는 스파이더맨과 계단 위에서 맞아주는 아톰, 로비 한복판에 서 있는 ‘트랜스포머’의 범블비까지 ‘바쁘고 고된 일상은 잠시 내려놓고 실컷 놀다 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1층 카페에서 판매 중이던 추억의 과자 ‘뽀빠이’로 자꾸만 향하는 눈길을 거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이동. 다시 좁은 계단을 이용해 5층으로 올라갔다.
![7월 30일까지 열리는 기획 전시 ‘마이 토이’ 전. 세상에 단 하나뿐이거나 희귀본이거나 소장자에게 특별한 ‘보물’들이 모여 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27.1.jpg)
![1층 카페 전경. 범블비와 아이언맨이 관람객을 맞는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29.1.jpg)
말 없는 부자(父子)마저 소통하게 하는 놀라운 공간
4층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모아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51년 탄생한 아톰부터 시작해 1956년 철인 28호, 1972년 마징가 제트, 1975년 파워레인저, 1980년부터 시작된 건담 시리즈, 1986년 FSS(Five Star Story), 1995년 에반게리온 등이 짧은 탄생 스토리와 함께 전시돼 있어 시대를 되짚어가며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3층에는 수많은 히어로들의 공간으로 영화 버전, 만화 버전, 게임 캐릭터 등이 다양하게 모여 있다. 1938년 슈퍼맨, 1939년 배트맨, 1941년 캡틴아메리카와 엑스맨, 1962년 스파이더맨과 헐크, 1963년 시작된 아이언맨 시리즈까지 히어로의 계보를 한눈에 꿸 수 있는 것은 덤. 다만, 좁은 공간 안에 너무 많은 캐릭터들을 모아 놓다 보니 일일이 눈길을 줄 수 없는 건 아쉬움이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할 지경이라고 해야 하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모아 놓은 4층 전시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30.1.jpg)
관객의 70~80%가 남성이라는 이곳은, 전에 없던 새로운 공간답게 별별 풍경이 벌어진다. 평일 대낮, 혼자 방문해 4시간씩 둘러보고도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남자 관람객도 있고, 주말에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지하 2층 체험장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 가기도 한다. 또 평소 그다지 대화가 없던 부자가 함께 와 캐릭터를 매개로 ‘말문’이 터지는 경우도 있다고. 이처럼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에 관계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양 관장은 “얼마 전 직업 교육차 중학교 1학년 15명이 찾아왔는데, 새로운 세상을 본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공간이 되고 새로운 생각의 장을 열어주었다”며 “이것이 바로 박물관의 환원”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체험과 캡슐 토이 뽑기, 베어브릭 시크릿 박스 뽑기 등 즐거움이 가득한 지하 2층 ‘토이앤조이’ 전경.](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32.1.jpg)
INFO.
![[IT CULTURE] 어른·아이 홀리는 캐릭터 천국 ‘피규어 뮤지엄 W’](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033.1.jpg)
관람 시간 …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매주 월요일과 신정, 설날, 추석 당일 휴관.
관람료 … 성인 1만5000원, 소인 1만2000원(만 12세 이하), 무료 관람 만 4세 미만(36개월 이하), 온라인 예매는 10% 할인.
관람 순서 … 1층에서 입장밴드를 구입, 착용한 후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고 4층으로 이동, 계단을 통해 5~6층 기획전을 먼저 관람하고, 계단을 통해 내려와 4~3층 순으로 상설 전시를 본 후 2층, 1층 순으로 관람. 1층에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가 토이앤조이로 이동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된다.
문의 … 02-512-8865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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