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아의 가드닝 스케줄_4월 이야기
4월은 정원이 맘껏 아름다워지는 계절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잡초의 성장 속도도 엄청나다.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잡초의 성장을 둔화시켜야만 한다. 그렇다면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잡초는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니, 잡초를 대하는 자세부터 바꿔야 한다.

강원도 속초 설악동 가는 길의 작은 마을에 있는 이 집을 처음 봤던 날을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늦가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름은 모르지만 이미 낯익은 풀들이 사람 키를 훌쩍 넘겨 풀이라기보다는 나무인 듯싶을 정도였다. 2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으니 풀이 주인이 돼버린 셈이었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의 땅은 어디라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식물 스스로 이렇게 자리를 잡고 성장한다.
잡초를 완전히 제거하기란 불가능하다
잡초에 대한 정의는 많다. ‘아직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식물’ 등등. 하지만 결론적으로 잡초라는 말은 사람의 편의에 의한 분류일 뿐 자연 상태에서는 잡초라는 식물군이 없다. 다만 워낙 번식력이 강해 다른 식물에 비해 월등하게 성장을 잘하는 식물, 여기에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관상용 잎이나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을 포괄적으로 잡초라고 분류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잡초지만 누군가에게는 키우고 싶은 식물이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냉이, 클로버, 쑥, 쑥부쟁이, 민들레, 꽃다지, 대나무, 수크령 등이 그러하다.
4월은 정원이 맘껏 아름다워지는 계절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잡초의 성장 속도도 엄청나다. 정원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이 잡초의 성장을 둔화시켜야만 한다. 그렇다면 잡초를 제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안타깝게도 잡초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란 이 지구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선 잡초에 대한 자세부터 조금은 바꿔야 하는데 완전한 제거가 아니라 최소화시키겠다는 마음이 좋다.

식물이 본격적으로 자라는 시기, 우리의 자세
식목일이 있는 4월은 누가 뭐래도 나무를 심기에 딱 좋은 때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우리나라의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4월이면 나무를 심기에는 늦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에 가급적 4월까지는 식물을 이동시키거나 심는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이때부터는 직접 땅에 씨를 뿌릴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한데 완전히 안심할 정도의 기온은 아니다. 꽃샘추위에 의해 갑작스러운 영하의 추위가 찾아올 확률은 없는지 확인하고, 더 이상의 추위가 없다는 예보가 나오면 이때부터 직접 씨를 뿌리면 된다. 씨를 뿌리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기존의 흙을 거름과 섞어서 곱게 갈고리로 긁어주어 공기가 듬뿍 들어가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식물은 뿌리로 물과 영양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흙이 단단하고 딱딱하면 잔뿌리가 깊이 뿌리 내리지 못한다.

모든 식물이 이제 성장을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계속 한자리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경우는 부족한 영양분의 공급도 필요하다. 새롭게 심는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이럴 경우는 나무 밑동에 둥그렇게 원을 만들어 거름을 잘 공급할 수 있게 조치해 두면 필요할 때마다 거름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다. 특히 열매를 맺어야 하는 나무들은 거름의 양에 따라 늦여름에 맺어주는 과일의 크기가 달라지니 영양 공급에 특별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정원 문화를 꿈꾸며 정원 관련 전문 글쓰기와 정원 설계를 함께 하고 있다. ‘오 가든스(Oh Gardens)’의 대표이며, 저서로는 ‘정원의 발견’,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영국 정원 산책’, ‘소박한 정원’ 등이 있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작가 | 사진 임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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