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석 교수 & 이윤경 기자의 ‘식탐’

식도락의 본고장인 중국 광둥 지역에는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다리가 넷인 것은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이 있다. 광둥에서도 산해진미가 다 모여 있는 미식 천국이 바로 홍콩이다.

홍콩 음식의 대표 선수인 딤섬은 식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종류만 20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과연, 중국 음식계 최고 발명품으로 불릴 만하다.
[FOOD & STORY] 맛으로 마음에 점 찍는 중국식 아점, 딤섬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 명동중앙점은 중국 사람들도 줄서서 먹는 맛집으로 이름났다. 명동에 위치한 다수의 한식당이 ‘유커(중국인 관광객, 遊客)’ 특수를 누린다는 얘기야 널리 알려졌지만, 한국에 관광 와서까지 열광적으로 자국의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자못 흥미롭다.

딤섬 전문점 딘타이펑은 1958년 대만에서 노점상으로 시작한 이래 미국, 일본, 딤섬의 본고장인 홍콩은 물론 상하이까지 진출하며 글로벌 외식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다졌다. 유명 레스토랑들이 기업화 되면서 음식 맛이 변질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딘타이펑은 ‘샤오룽바오(小籠包)’를 필두로 한결같은 딤섬 맛을 유지해 전 세계 마니아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딘타이펑 코리아가 2005년 명동점을 오픈한 데 이어, 현재 강남역과 분당, 수원 등에 분점을 두고 있다. 홍콩에 가지 않아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본토의 딤섬 맛을 볼 수 있어 예종석 한양대 교수도 즐겨 찾는 곳이다. 예 교수는 1960년대 딘타이펑이 대만에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조그마한 딤섬가게일 때부터 드나들었다. 그는 딤섬 맛에 매료돼 엄청난 양을 맛있게 먹어 홍콩 친구들을 놀래 켰던 적도 있었다고.

딤섬(점심, 点心)은 한자 그대로 ‘마음에 점을 찍듯이’ 간단하게 먹는 음식이지만, 그 다채롭고 오묘한 맛은 한 번 보면 도저히 간단히 먹을 수가 없어 결국 마음에 무수한 점을 찍게 된다.
[FOOD & STORY] 맛으로 마음에 점 찍는 중국식 아점, 딤섬
딤섬과 차를 마시는 중국 ‘얌차’ 문화
머니 이윤경 기자(이하 이 기자) 교수님, 딤섬은 홍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입니다. 홍콩으로 여행 갔을 때 차와 함께 중국식 만두를 맛있게 즐긴 기억이 있는데요.

예종석 한양대 교수(이하 예 교수) 딤섬 얘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얌차(飮茶)’예요. 중국에는 ‘얌차’라는 식문화가 있는데, 본격적으로 점심식사를 하기 전, 차와 함께 즐기는 가벼운 간식을 의미해요. 이때 담백한 차에 곁들이는 음식이 딤섬이지. 딤섬 중에서도 달달한 디저트 류가 많은데 이는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어요.

이 기자 아, 그러니까 딤섬은 정찬이라기보다는 브런치에 가까운 듯합니다.

예 교수 그 기원을 보면 재미가 있지. 오래전 실크로드의 찻집에서 카라반 상인들에게 차와 함께 내놓던 간단한 음식이 딤섬의 시작이라고도 하고, 중국 고대 농경사회에서 농부들이 고된 농사일을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서 차와 함께 즐기던 간식이 딤섬의 유래라는 주장도 있죠. 딤섬은 한자로 점심(点心), 즉 ‘마음에 점을 찍는다’라고 해서 원래는 ‘간단히 먹는’ 음식을 뜻하는데 지금은 아침이나 점심 때 홍콩 딤섬집엘 가보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주문해서 먹어요. (웃음) 그 종류도 2000여 가지 정도로 어마어마하고 현지에서는 가격도 저렴하니까요.

이 기자 다채로운 광둥요리의 세계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습니다만 딤섬의 가짓수는 정말 놀랍습니다. 작고 귀여운 ‘중국식 만두’를 딤섬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실제로 딤섬은 더 포괄적인 개념이군요.

예 교수 앞서 말했듯, 딤섬은 만두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죽이나 닭발 튀김 같은 것들도 있지. 홍콩에 유명한 딤섬집들은 대개 아침, 점심 땐 딤섬을 팔고 저녁엔 요리집으로 바뀌어요. 짐작하건대, 저녁에 요리를 만들고 남은 재료들로 딤섬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 어차피 (만두)소라는 게 돼지고기나 닭고기, 채소 이런 것들이니.


육즙 한 가득 샤오룽바오, 먹는 재미까지 일품
이 기자 역시 예리하십니다. 중국의 만두는 우리나라 만두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예 교수 중국의 만터우(饅頭)는 소가 들어 있지 않은 찐빵, 그러니까 중국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빵이라고 보면 돼요. 우리나라 만두에 비견할 만한 자오쯔(餃子), 왕만두 격인 바오쯔(包子)가 있고 생김새에 따라 작고 투명한 교자 모양의 가우(餃), 껍질이 두툼하고 푹신한 바우(包), 통만두 모양으로 윗부분이 뚫려서 속이 보이는 마이(賣), 쌀가루로 전병을 부쳐 속을 얹어 돌돌 만 판(粉) 등이 있어요. 재료도 돼지고기, 소고기, 새우, 버섯, 채소, 닭발, 오징어 등 셀 수 없이 많죠.

이 기자 그중에서도 딤섬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바오쯔’의 한 종류인 ‘샤오룽바오’가 아닌가 싶어요. 이곳 딘타이펑 역시 수제 샤오룽바오로 뉴욕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샤오룽바오의 매력은 아무래도 얇은 피를 ‘톡’ 하고 터뜨려 그 안에 있는 육즙을 먹는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예 교수 맞아. 나도 샤오룽바오를 좋아해요. 그 모양도 얼마나 앙증맞고 예뻐요. 풍부한 육즙 맛이 일품이죠. 한번은 싱가포르 최고 미식가의 초대로 세계적인 딤섬 전문점인 크리스털 제이드엘 갔더니 주먹만 한 샤오룽바오를 주는 겁니다. 그건 ‘소룡포’가 아니라 ‘대룡포’죠. (웃음) 빨대를 꽂아서 육즙을 먼저 빨아먹었는데 아주 맛있고 재밌었어요. 샤오룽바오를 먹을 때는 육즙이 뜨거우므로 입을 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요.

이 기자 우리나라에도 최근에서야 딤섬 전문점이 많이 생겨나는 듯합니다. 교수님께선 대만 딘타이펑이 문을 연 초창기부터 드나들었다고 하셨으니 꽤 오래전이네요.

예 교수 한때 딤섬을 정말 좋아했어요. 1960년대 당시 10대 때 홍콩에서 처음 맛을 봤는데, 너무 맛있었어. 어머어마하게 큰 식당에서 수천 명이 딤섬을 먹는 풍경은 충격에 가까웠지. 수십 명의 점원들이 각종 딤섬이 담겨 있는 카트를 끌고 다니는데 손님들은 거기서 먹고 싶은 딤섬만 골라먹을 수 있었죠. 빈 나무 찜판을 테이블에 쌓아 놓으면 개수대로 계산하고 그랬어요. 1980년대에는 더 자주 먹으러 다녔지. 그 당시엔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요즘 우리 돈으로 1만 원 정도밖에 안 들 정도로 저렴했어요.

이 기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딤섬은 꽤 고급 음식으로 평가받죠. 가격도 홍콩처럼 저렴하지 않고요.

예 교수 우리는 홍콩처럼 수요도 많지 않고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가 없으니 가격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한 번씩 호텔에서 딤섬 프로모션을 한다고 해서 가보면 무척 비싸요. 현지 음식이 아니니 그런 것이지.

이 기자 한때 즐겨 드셨다면 교수님만의 딤섬 먹는 노하우도 있을 것 같아요.

예 교수 개인적으로는 중국식 두반장에 식초를 몇 방울 섞은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해요. 또 홍콩에 ‘초이쌈’이라는 채소가 있는데 이것을 오이스터 소스에 볶은 요리가 있어. 딤섬과 초이쌈 볶음의 밸런스는 환상이지.

이 기자 오늘은 ‘얌차’의 진정한 의미처럼 차를 메인으로 해 딤섬을 곁들여봐야겠습니다.





샤오룽바오 전문점
‘딘타이펑’ 명동중앙점서 딤섬 맛보니…
[FOOD & STORY] 맛으로 마음에 점 찍는 중국식 아점, 딤섬
예종석 교수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는 16g의 만두소를 5g의 얇은 피로, 18개의 주름을 일일이 손으로 잡아 만드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샤오룽바오에서 배어나오는 육즙의 풍미가 입 속에 가득 채울 때 기분 좋은 느낌을 받는다. 새우 쇼마이나 우리의 만둣국과 비슷한 ‘차이러우 훈툰탕’, 비빔면 ‘딴딴미엔’도 추천할 만하다. 모든 음식에 시금치 볶음 요리인 보차이를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단팥떡 ‘츠또우 송까오’는 이곳에서의 식사를 마무리하는 데 더없이 좋은 디저트 메뉴다.
[FOOD & STORY] 맛으로 마음에 점 찍는 중국식 아점, 딤섬
이윤경 기자 딘타이펑의 샤오룽바오는 홍콩 현지에서 먹었던 딤섬에 비해 안에 들어 있는 육수가 가벼운 편이었다. 느끼하지 않아 좋지만 더 진한 풍미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살짝 아쉬울 수 있다. 딤섬은 김이 모락모락 날 때 향긋한 재스민 차와 먹어야 제 맛. 딤섬을 많이 먹을 예정이라면 한 판을 먼저 먹은 다음 다른 딤섬을 주문하는 것도 요령이다. 대만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우육면도 인기가 좋다. 우사골 육수에 토마토 페이스와 두반장으로 맛을 내며 각종 재료와 팔각과 산초라는 향신료가 들어가 이색적인 국물 맛이 일품이다.

딘타이펑은 최근 ‘얌차타임’을 선보여 한국에서도 홍콩식 얌차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총 9종의 딤섬과 2잔의 음료를 한 세트로 구성해 평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1만3800원에 판매한다.
[FOOD & STORY] 맛으로 마음에 점 찍는 중국식 아점, 딤섬
예종석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이자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풍부한 음식 경험과 탁월한 미각을 소유한 음식문화평론가.

이윤경 기자는…
한경 머니 기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찾아나서는 맛 탐험가. 레스토랑과 푸드 기사를 쓰는 칼럼니스트.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 촬영 협조 딘타이펑 명동중앙점(02-3789-2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