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테이블의 화려한 조연
![[ANTIQUE SALON] 와인글라스, 그리고 디캔터](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076338.1.jpg)



숙성된 좋은 와인은 100년 아니 수천 년간 귀족들의 기호품이었다. 와인은 테이블에 서빙 되기까지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글라스, 디캔터, 그리고 다양한 와인 액세서리가 사용됐다. 침전물을 부드럽게 가라앉히기 위해서 누워 있었던 와인 병을 하루 이틀 동안 똑바로 세워 놓는 와인 홀더, 손님에게 와인을 대접하기 전 주인이 시음하기 위한 테이스팅 컵, 그리고 코르크스크루 등이 있었다.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은식기가 있었듯 디캔터와 크리스털 글라스 등 와인 액세서리에도 가문의 문장이나 이니셜 모노그램을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가문의 애장품으로 이어져 내려와 현대에도 소중한 앤티크 컬렉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여러 테이블 세팅 중에서도 와인 테이블에는 특히나 유리 혹은 크리스털 제품이 많이 들어간다. 와인 테이블의 주연은 물론 와인이겠으나 와인글라스와 디캔터 없는 와인 테이블을 상상할 수 없으니 그들이 화려한 조연임에 틀림없다.

디캔터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암포라(amphora)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포라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호리병 모양의 항아리다. 이것이 테이블에 놓여 글라스로 바로 와인을 옮기기에는 다소 컸기 때문에 더 작은 디캔터가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로 유리를 소재로 한 디캔터가 유행했고 로마제국 이후에는 유리 대신 주석이나 은 소재로 된 것들이 등장했다. 당시 주석 잔은 와인을 차게 해주면서 독이 들었을 경우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귀족들이 선호했다고 한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인들은 뛰어난 미감(美感)으로 다양한 색의 유리 디캔터를 새롭게 만들게 된다. 당시의 유리 제품은 표면을 긁어서 글씨나 그림을 새겨 넣거나 은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사치품이었다. 17세기 말엽에는 유리에 산화납을 첨가해 투명도와 내구성을 높인 제품이 영국의 유리 제조공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크리스털이다. 크리스털은 유리보다 더 투명하고 반짝여 고급 디캔터로 인정받게 됐다. 그 당시에 다양한 커팅의 디캔터가 많이 제작됐고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1800년대에 만들어진 영국 워터포드 크리스털 디캔터는 그 화려한 커팅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1800년대 디캔터와 최신 와인 잔의 하모니
앞선 기고에서 언급했듯 필자가 지향하는 앤티크 컬렉션의 키워드는 믹스 앤드 매치와 유저블(usable)이다. 과거와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을 함께 혼합하고 근사한 어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 필자가 세팅한 와인 테이블에서는 1800년대나 1900년대 초의 크리스털 디캔터와 요즘 구입한 와인 잔이 아름답게 조우한다. 100년에서 20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넘어 같은 브랜드의 아주 비슷한 모양을 한 디캔터가 같은 식탁에 놓인다. 그들은 너무도 닮아 있어서 ‘모든 명품은 클래식에 그 기원이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앤티크 컬렉터 백정림은…
품위 있고 따뜻한 홈 문화를 추구하는 하우스 갤러리 이고 대표다. 앤티크 테이블 웨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테이블 세팅 클래스를 티파티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백정림 이고 갤러리 대표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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