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부터 실행까지, 가드닝 실전 가이드

[SPECIAL THEME] 노력하는 자에게 정원은 ‘보답’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원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가꾸고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로망하던 아름다운 정원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힘들다고 포기할 것 없다. 정원에서 식물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즐거움의 시작이니까.
마음의 준비와 계획부터 조성까지 단계별 가드닝 실전 가이드를 담았다.


step Zero 관리 ‘의지’ 확인
가드닝 계획에 앞서 그보다 더 중요한 점검이 있으니 바로 식물 관리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때 맞춰 물을 주는 일을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 벌레가 생기더라도 괜찮은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까지 그 더딘 과정을 인내하면서 기다릴 수 있는지 본인의 자세와 마음가짐을 먼저 생각해본다. 그런 ‘마음가짐’ 없이 그저 보기 좋다는 이유로 정원을 만들기만 한다면 마음처럼 잘 자라주지 않는 식물과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 때때로 찾아드는 병충해, 무성해지는 잡초 등으로 인해 금세 지치고 말 것이다. 처음에는 똑같이 예쁘게 조성된 정원이라도, 관리자에 따라 1년이 지난 뒤의 모습은 천차만별이기 쉽다.

물론, 의지가 없어도 가드닝 만들기는 가능하다. 예산과 규모에 맞춰 가든 디자인과 시공을 해주는 업체들이 있기 때문. 관리 또한 전문가에게 맡길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사소한 일쯤은 직접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SPECIAL THEME] 노력하는 자에게 정원은 ‘보답’한다
step 1 장소와 규모 계획하기
정원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는 실내와 실외 정원으로 나뉘지만, 각각의 경우도 그 위치와 규모, 형태에 따라 내용도 비용도 달라진다. 따라서 정원 조성 계획의 첫째는 바로 어디에 어떤 규모와 형태로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산도 포함되며, 정원과 함께 정원이 조성되는 전체 공간에 대한 비용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새로운 형태인 테라스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 야외 성격을 띠는 테라스에 정원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테이블과 의자 등을 놓는 식으로 전체 테라스를 디자인할 경우 그 비용까지 생각해야 한다. 흙, 화분, 식물 등이 종류별로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먼저 세우지 않고 실행 단계로 갔다가는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포기를 하거나, 계획을 축소해 만족감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초보자의 경우 예산을 세우는 문제가 쉽지 않으므로 시장조사를 다니면서 감각을 익히면 실질적인 예산을 짤 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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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초보자들이 쉽게 할 수 있는 형태는 바로 화분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테이블용 화분이 아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크기의 화분 몇 개를 모아 기본적인 세팅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원 분위기를 물씬 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내에 정원을 만드는 경우, 배수와 과습 문제 등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독단적 공간으로 돼 있어 각각 조절할 수 있는 화분 형태가 유리하다. 베란다에 직접 정원을 꾸미는 경우에는 배수와 방수 시공도 해야 하므로, 그에 대한 계획도 미리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만일, 시공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 목재든 철재든 플랜트 박스를 크게 짜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여러 식물이 한 구조물 안에 있기는 마찬가지이므로 배수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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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정원을 만들 계획이라면 부지 성격에 대한 파악을 해야 한다. 부지의 형태나 상태, 특징, 주변 현황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주택을 짓고 조경을 한 뒤 준공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이 준공 조건에 맞는 ‘준공 조경’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집, 특히 주택은 장기 거주가 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원도 세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예상하고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가령, 처음엔 준공 조경만 하더라도 나중에 정원 디자인을 바꾸거나 용도를 바꾼다거나 더 확장한다거나 하는 식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고 정원의 밑판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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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 식물과 정원의 궁합 맞추기
정원 조성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이들은 대체로 좋아하는 식물이나 꽃을 심어두고 실컷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따라서 좋아하는 식물을 가장 잘 보이는 장소에 두겠다고 생각할 테지만, 이는 식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생각이다. 정원 조성의 장소와 규모, 형태가 결정됐다면 이젠 어떤 식물들을 심을지 결정하고 디자인을 해야 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점이 바로 식물과 장소의 ‘궁합’이다. 즉, 진짜 좋아하는 식물이라면 ‘내가 원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식물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을 찾아줘야 하는 것. 그늘을 좋아하는지, 햇빛을 좋아하는지, 일조량은 얼마인지, 상극인 식물은 어떤 게 있는지 등등 자세한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데, 식물도감을 통해 미리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 등에 올라와 있는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직접 식물을 판매하는 농장에 가서 실물도 확인하고, 해당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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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그 종류가 너무나 많다. 그동안 본인이 좋아하던 식물들 외에도 다양한 식물에 대해 찾아보거나 주변의 경험담을 들어보면서 본인의 취향에 맞는 식물군을 추려 두면 좋다. 일반적으로 실내에서 키우기 쉬운 식물들은 열대성 식물인 관엽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기정화식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베란다에서 꽃을 보고 싶다면, 제라늄 종류를 추천한다.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고 병충해 없이 번식도 잘 되는 특징이 있는 데다 꽃 색깔, 잎 색깔, 향기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한 종류만으로도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허브는 사실 기르기가 까다로운 식물이다. 햇빛이 아주 중요한데, 6시간 이상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어야 하고 통풍도 잘 되는 곳이라야 한다. 따라서 실내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 꼭 키우고 싶다면 햇빛이 아주 잘 드는 창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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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정원에서 키울 수 있는 종류는 더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단풍나무를 많이 식재하는 편. 그늘이 지기 때문에 계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간이 크지 않더라도 사계절을 만끽하기 위해서 혼식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스킴라일락도 정원용으로 좋고, 수국은 여름에 오래 볼 수 있는 데다 말렸을 때도 예쁘다. 겨울까지 볼 수 있는 기린초, 꿩의비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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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3 심고 가꾸고 즐기기
식물을 결정하고 디자인을 마쳤다면, 식물을 사다가 심으면 된다. 단, 그전에 집 베란다 등에 배수, 방수 시설을 별도로 해야 한다면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식물을 구입할 때는 양재동 꽃시장 등에서 직접 보고 사는 게 좋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식물을 많이 판매하기 때문에 원하는 식물을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가능하면 눈으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게 효과적이다. 식물과 함께 필요한 화분, 흙 등의 자재도 구매한다. 식물 판매처에서 함께 구매하거나 별도로 구매하면 된다. 흙이나 화분 등도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가령, 배수 걱정 없이 식물을 키우고 싶다면 밑이 막힌 화분과, 막힌 화분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흙을 구입해야 하는 식이다. 이 흙은 일반 흙의 3배에서 5배까지 가격이 비싸지만, 실내에서 식물을 키울 경우에는 유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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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계획에 따라 식재를 마쳤다면, 앞서 공부해 둔 관리법에 따라 잘 관리하면서 시기별로, 계절별로 정원이 주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 그리고 힐링을 만끽하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정원은 결코 그냥 지켜만 보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예전에 정원은 그저 ‘감상용’이라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지금 정원은 생활 안에 스며든 ‘체험형’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서 식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나간다면 식물뿐만 아니라 관리자도 같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도움말·사진 주례민 오랑쥬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