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분석

신한은행, 삼성생명, 삼성증권이 금융업권별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서 2년 연속 1위를 수성하며, PB 명가(名家) 굳히기에 들어갔다. 신뢰가 덕목인 금융에서 이들은 경쟁 금융사조차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더할 나위 없다’는 평가를 들으며, 고객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보여줬다.
[BIG STORY] 신한·삼성, PB 명가 굳히기 대우증권‘다크호스’로 부상
경쟁사만큼이나 상대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곳이 있을까. 업계에서 인정한 베스트 PB센터라면 고객 서비스는 보증수표나 다름이 없다.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로 자산을 굴릴 곳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최근 트렌드는 ‘지키는 자산관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PB의 역할은 점차 증대되고 있고 업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또 세계경제는 바야흐로 변동성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은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이고 유로 지역의 불안은 여전하다. 자산관리의 시야가 더욱 넓어지고 영리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S 지존시대, PB의 트렌드를 지배하다
한경 머니는 금융업권별 PB센터(보험사는 FP센터) 임원들을 대상으로 베스트 PB센터를 평가했다. 이번 설문(1.27~2.5)은 총 32개 금융사(은행 14곳, 보험사 7곳, 증권사 11곳)가 참여했으며, 43곳의 PB센터 임원이 답변에 응했다. 설문 방식은 고객 서비스 등 7개 세부 항목에 대해 자사를 뺀 우수 금융사를 업권별로 1, 2 순위까지 지목하는 방법을 택했다.

설문조사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 업권별 1위에 올랐던 신한은행, 삼성생명, 삼성증권이 1위 자리를 변함없이 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이들 금융사의 첫 이니셜은 ‘S’다.

이들 3S사는 고객 서비스, 전용 상품,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 부동산, 펀드·증권,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 등 항목별 평가에서 고른 점수를 받으며, 2년 연속 업계의 선택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총점에서 작년 320점에 다소 못 미치는 268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위 하나은행(227점)과의 총점 격차는 작년 35점에서 41점으로 더욱 벌어졌다. 항목별 평가에서는 고객 서비스,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 펀드·증권 서비스 4개 항목에서 1위에 오르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다만 전용 상품(하나은행 1위), 부동산(KB국민은행 1위),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하나은행 1위)에서는 2위로 다소 처졌다.
[BIG STORY] 신한·삼성, PB 명가 굳히기 대우증권‘다크호스’로 부상
신한은행은 그동안 PB 서비스의 새 트렌드를 끊임없이 제시해왔다. 최근 금융 규제 차원에서 복합점포가 허용돼 눈길을 끌고 있지만 신한의 경우 이미 3년 전인 2012년 은행과 증권의 협업을 기반으로 한 PB 비즈니스로 PWM(Private Wealth Manag- ement)을 시장에 선도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

또 보험업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은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신한미래설계’라는 은퇴 금융 브랜드를 은행권에 내놓은 것도 참신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신한에 이어 하나은행이 총점 227점을 얻어 2위를 차지한 가운데 KB국민은행(151점)이 뒤를 바짝 쫓았고, 다소 처져 우리은행(70점)과 IBK기업은행(54점)이 4위와 5위에 올랐다.

보험업계는 삼성생명이 총점 311점으로 2위 교보생명(131점)과 180점의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삼성생명은 7개 항목별 평가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올킬’ 본능을 보여줬다.

삼성생명은 보험업계의 맏형으로 그동안 PB 서비스의 모범을 만들어온 금융사다. 유럽과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 자리 잡은 패밀리오피스를 3년 전 국내에 도입한 곳도 바로 삼성생명. 이른바 ‘자산가의 집사’를 자처하며 자산관리는 물론 승계 문제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이 같은 서비스는 은행, 증권, 보험 등 여타 업계에서 벤치마킹의 표적이 됐다.

보험업계의 PB 분야 순위는 타 업계에 비해 변동 폭이 크지 않았다. 삼성생명에 이어 교보생명이 2위에 오른 데 이어 미래에셋생명(84점)과 한화생명(83점)이 3위와 4위로 바짝 뒤를 받치는 모양새였고, 메트라이프생명(48점)과 신한생명(28점)이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하며 작년과 비교해 순위를 바꾸었다.

증권 부문에서는 삼성증권이 총점 274점으로 1위에 오른 가운데 작년 5위로 밀려 있던 KDB대우증권이 2위까지 치고 올라온 모습이 볼만했다. 이 같은 추월의 빌미는 우리투자증권이 제공했다. 작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돼 NH투자증권으로 옷을 갈아입는 사이 다른 증권사의 무서운 추격전이 이뤄진 것이다.


격동의 증권업, 수성이냐 공략이냐
삼성증권은 작년 총점 339점으로 2위 우리투자증권(131점)을 208점이나 앞선 압도적 우월을 보였지만 올해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었다. 삼성증권이 274점으로 다소 떨어진 가운데 KDB대우증권이 129점으로 치고 올라오며 격차가 145점까지 줄었다.

삼성증권은 증권업계의 PB 명가답게 항목별 평가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뒤질세라 KDB대우증권 역시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 서비스에서만 3위를 차지하고 나머지 항목에서는 모두 2위에 올랐다.

사실 삼성증권의 경우 작년 자산관리 사업의 핵심 조직인 SNI(Samsung & Investment)본부의 조직 5개 지점 중 SNI부산과 SNI서울파이낸스센터 2곳을 구조조정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같은 흔들림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공략에 나선 것은 KDB대우증권의 몫이었다.

최근 취임한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은 이 같은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국내 최고 수준의 프라이빗뱅커(PB)를 전략적으로 육성해 회사의 10년 후를 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이 신경전을 펼치는 사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84점과 77점을 획득하며 3위와 4위에 올라 전년도의 순위를 뒤바꾸었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작년 27위권 밖에 있던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품으며 총점 49점을 획득해 6위까지 올라왔다. 구 NH농협증권으로서는 이러한 순위 상승이 상당히 고무적이겠지만 사실 작년 굳건한 2위 자리를 지켰던 구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 볼 때는 체면을 구겨도 한참 구긴 모습이 됐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