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콘텐츠 수출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은 2010년 73조여 원에서 2014년 94조여 원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수출 경쟁력이 강한 기업의 주가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NVESTING GUIDE] 저성장·저금리 시대 스토리텔러가 뜬다
웰메이드 ‘스토리’에 열광
올 초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대 가요계를 재구현한 콘서트가 방송됐다. 한동안 TV 출연이 뜸했던 1990년대 스타들을 섭외해 한 무대에 올린 것이다. 이들은 이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1순위가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1990년대 명곡들 역시 2015년 음원차트 상위권에 다시 소환됐다. 그 방송을 본 필자 역시 젊은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잠시 해봤는데 이는 나만의 감동으로 끝난 게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관객 10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극장 개봉 영화 14편 가운데 8편이 2012년 이후에 개봉했다. 개봉일 기준으로 2014년에만 4편이 집중됐다. 우리가 익히 보고, 들어봤던 ‘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14년 상반기 최고 히트 작품으로 꼽히는 SBS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드라마 수출 외에도 연관 상품 판매 증가, 중국 내 치맥(치킨과 맥주) 열풍을 이끌어냈다. 2012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출발한 케이블 드라마 신드롬은 2014년 하반기 ‘미생’을 통해 만개(滿開)했다. 이렇듯 문화 및 콘텐츠 산업의 성장과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잘 다듬어진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와도 교집합이 많다.
[INVESTING GUIDE] 저성장·저금리 시대 스토리텔러가 뜬다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우리나라 비중은 2014~2015년 2.8~2.9%로 추산된다. 세계 7위 수준이다. 2010년 이후로 시야를 좁힐 경우 콘텐츠 시장의 매출액 성장보다 콘텐츠 수출액 성장 속도가 빠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 산업 전체 매출액은 2010년 73조3000억 원(633억 달러)에서 2014년 94조3000억 원(895억 달러)으로 급증했다. 달러화 기준 평균으로 7.2% 성장이다. 동일 기간 콘텐츠 수출액은 31억9000만 달러에서 54억1000만 달러로 평균 11.1%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하면 2015년에도 전년 대비 8.1%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별 세계 시장점유율은 비디오 게임 10.5%와 인터넷 접속 4.0%를 제외한 대다수 분야가 4%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산업의 발전 잠재력이나 우리 정부의 뚜렷한 육성 의지를 감안할 때 콘텐츠 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여타 산업의 성장률이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대목이다.


콘텐츠 시장의 추가 성장 가능성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시장이 이미 보유한 경쟁력 측면에서 영화와 방송 부문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둘째, 향후 시장 확장 여력 및 새로운 생태계 창출 가능성에서 웹툰, 캐릭터 산업에 주목함이 타당하다.

먼저 국내 시장규모, 경쟁력 측면에서 영화와 방송 분야가 유력한 성장, 육성 대상이라고 보인다. 영화는 2010~2014년 평균 32%의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 콘텐츠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방대한 세계 시장을 지니고 있다. 국내 방송 포맷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이후 ‘1박2일’, ‘런닝맨’, 각종 오디션 시리즈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들이 미국, 유럽, 중국 등으로 앞 다투어 수출되고 있다.

2014년 11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중국과 산업 협력의 기대가 커진 측면도 긍정적이다. 영화 산업의 경우 중국 완다그룹과 부산시가 총 2000억 원 규모의 한·중 영화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주요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 뉴(NEW) 등도 중국과의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쇼박스는 2015년 중국 사무소를 개설하고 뉴는 중국 화책미디어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방송 부문에서는 한·중 양국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보호 기간이 종전 20년에서 50년으로 길어졌다. 안정적인 시청률이 확인된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대중국 수출이 활기를 띨 수 있게 됐다. 국내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늘어날 여지가 생긴 것이다.

사회 환경 변화도 시장을 키울 수 있다. 지난해 드라마 ‘미생’의 흥행에서 경험했듯이 케이블 채널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확대됐다.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2014년 2조7000억 원 규모인 국내 스마트 미디어 시장의 규모가 2020년에는 13조6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 구축 및 확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웹툰과 캐릭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 웹툰 시장이 급성장했던 2012년과 2015년 현시점의 제반 환경 변화가 유사하다. 2012년에는 카카오톡 오늘의 웹툰, SKT T스토어 웹툰, KT 올레마켓 웹툰 등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갤럭시S3, 아이폰5 등 인기 스마트폰 모델이 출시되면서 웹툰 소비 채널이 확대됐다.


성장성 높은 대상은 경쟁력 뛰어난 영화·방송
최근 웹툰 플랫폼을 제공하는 주요 업체들이 서비스 확충에 나서는 측면과 비교할 수 있다. 네이버는 ‘라인 웹툰’을 통해 국내 웹툰을 영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도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틱’에 200만 달러를 투자해 80여 편의 국내 웹툰을 소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의 미래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정부 역시 웹툰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만화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웹툰과 가장 밀접한 콘텐츠인 캐릭터 산업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미생’ 캐릭터를 입힌 생활용품을 출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모티콘을 개발하는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 업체들의 캐릭터 상품 진출도 이미 활발하다. 2010년 5조9000억 원 규모였던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 매출액은 2014년 8조7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같은 기간 평균 8.1% 성장이다. 동일 기간 우리나라 캐릭터 수출액도 2억8000만 달러에서 4억9000만 달러로 기간 평균 11.8%나 증가했다.

글로벌 전반에서도 캐릭터 산업의 발전과 변화가 뚜렷하다. 지난 연말 미국 여자 아이들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에 ‘겨울왕국 캐릭터 인형’이 선정됐다. 기존의 전통 강자였던 바비인형을 제친 인기몰이였다. 미국 만화 제작사 마블(Marvel)은 독특한 영웅 캐릭터 집합을 만들어냈다. 영화 ‘아이언 맨’, ‘헐크’, ‘엑스맨’ 등은 별개의 이야기로 진행되다가 하나의 작품에 모두 집결하면서 독자들에게 특유의 세계관을 창조했다. 세계관이 구축된 캐릭터가 다양한 플랫폼(만화, 웹툰, 영화, 게임, 소설 등)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나게 되면 그만큼 캐릭터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 세대 간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들을 확보하면서 산업 연관 효과도 커지고 있다.

캐릭터 산업이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는 테마파크 건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즈니 등 캐릭터 강자 및 주요 영화사들의 테마파크가 속속 개장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인 ‘뽀로로’도 중국(베이징, 충칭)에 테마 놀이공원을 개장했다.

흔히 한 나라의 문화, 콘텐츠를 ‘시대의 거울’이라 일컫는다. ‘아리랑’에 담겨졌던 민족의 한(恨)이 ‘아침이슬’의 울분을 넘어 ‘아,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뤘고, 이제는 전 세계에 ‘강남 스타일’을 흥행시켰다. ‘스타크래프트’와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젊은이들은 오늘날 SNS를 통해 ‘쿨(cool)’을 공유하고 ‘썸 타기’를 즐긴다. 한편 기성세대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88만 원 세대’를 위로하기도 한다.

어떤 시대든 문화와 콘텐츠는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며 그만큼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제는 ‘잘 짜인 스토리’가 국경을 뛰어넘는 시대가 됐다. 경제적인 파급력도 쉽게 추산하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투자 측면에서의 기회도 확장됐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된 2015년 자산시장 대응에 있어 경쟁력을 지닌 ‘콘텐츠’가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