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위협하는 강자들

‘대한민국 베스트 PB센터’ 설문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전통의 PB 강자들은 1위 탈환을 노리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저금리와 고령화로 종합자산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초고액자산가들을 붙잡기 위한 금융사 간 경쟁은 숙명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BIG STORY] 턱밑 추격한 하나은행 역전 다짐한 대우증권
한경 머니의 ‘대한민국 최고 베스트 PB센터’ 설문에서 은행부문 1위는 신한은행이 올랐지만 전통적인 PB 강자 하나은행과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신한은행이 총 7개의 평가 항목 중 고객 서비스와 상속·증여, 종합자산관리, 펀드·증권 서비스에서 1위에 올랐지만 3개 항목은 하나은행(전용상품, 대안투자 및 파생상품서비스)과 KB국민은행(부동산 서비스)에 내주었다. 1위 금융사가 전 항목에서 ‘올킬’ 하며 1위의 힘을 보여준 보험업, 증권업과는 사정이 한참 다른 것이다.

신한은행과 박빙의 대결에서 밀려난 하나은행은 작년 국내 최우수 프라이빗 뱅크(더 애셋), 최우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PB(더 뱅커) 등 신한은행 못지않은 성과를 이끌어냈으니 은행 PB 부문 2위라는 수식어가 낯설기만 할 것이다.


반전의 시나리오는 시작됐다
은행권에서는 농담 삼아 10년 주기설을 이야기한다. 1990년대 조상제한서(조흥, 상업, 제일, 한미, 서울)로 불리던 은행들이 금융권을 주름잡았고, 2001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하며 리딩뱅크 KB국민은행이 탄생했다. 최근에는 신한은행이 독주체제를 굳혀가며 10년 주기설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권에서 절대강자는 없다는 것.

하나은행의 PB 서비스는 이미 국내외 시장에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더해 외환은행과 하나가 될 경우 PB가 배치된 점포만 약 300개 가까이 늘어나며 그 저력은 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두 은행은 통합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국내에 많은 금융자산을 두고 있는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관리서비스(Cross-Border Asset Management)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위로 처진 KB국민은행도 작년 내분사태 등의 아픔을 딛고 새로 출범한 윤종규 은행장 체제에서 리딩뱅크로서의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 실시했던 일부 PB센터와 영업점 간 협업을 전 PB센터로 확대해가는 한편 KB투자증권과의 결합점포(BIB)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을 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우리은행의 홀로서기도 눈길을 끈다. 우리은행은 자회사 매각으로 현재 은행과 카드사만으로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우리은행의 선택은 삼성증권과의 전략적 제휴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과 제휴를 맺고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은행의 한계를 넘는 PB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고민하고 있다.


다크호스 대우와 NH의 반격은
한경 머니의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파란을 일으킨 다크호스를 꼽자면 KDB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이 될 것이다. 두 증권사의 순위 상승은 절묘한 연관을 맺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농협금융에 인수된 구 우리투자증권이 지키던 2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갔으며, PB 명가 구 우리투자증권을 합병해 탄생한 NH투자증권은 작년 설문조사에서 27위 밖에 머물렀지만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특히 KDB대우증권의 각오가 남다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신임 사장은 2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내 최고 수준으로 자산관리 모든 분야를 커버할 수 있는 독보적 PB 하우스를 만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구 우리투자증권의 덕을 보며 순위가 상승한 NH투자증권의 반격도 기대된다. 사실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의 금융 자회사들은 PB 서비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작년 구 우리투자증권을 합병한 후 농협금융 내 PB 비즈니스 행보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우선 농협은행이 은행권 1호 복합점포인 ‘NH농협금융 플러스센터’를 광화문에 발빠르게 개소한 점만 봐도 그렇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신한금융의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인 PWM센터를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신성장 동력으로서 자산관리의 역량 강화에 강한 방점을 찍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이 VIP에 대한 평생 자산관리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노블리에센터’를 중심으로 삼성생명과의 간극 좁히기에 나선다.

노블리에는 2004년 개소 이후 지난 10년간 10억 원 이상 고객의 누적 상담 건수가 2만3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안정적인 서비스를 구현해오고 있다.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7곳에 있는 노블리에센터는 VIP 자산관리의 전진기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3위로 밀려 있는 미래에셋생명도 날을 세웠다. 본사의 세무전문가가 법인경영자를 1대1로 전담하는 가칭 ‘CEO 컨시어지’등 야심 찬 계획을 구상하고 있는 것. 국내는 물론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택스(tax) 컨설팅으로 최고경영자(CEO)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생명보험‘빅 3’ 중 하나인 한화생명의 FA(Financial Advisory)센터도 ‘토털 라이프 케어(Total Life Care)’를 앞세워 시장에서의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FA센터는 VIP 고객들의 경우 단기보다는 장기, 높은 투자수익보다는 절세, 자산 증식보다는 부의 이전에 무게를 둔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종합재무설계는 안정적인 자산 이전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비과세 혜택이 큰 보험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 전략의 포인트다.



PB 사관학교 씨티·SC은행의 대반격
[BIG STORY] 턱밑 추격한 하나은행 역전 다짐한 대우증권
국내에 프라이빗뱅킹(PB)의 개념을 소개한 곳은 다름 아닌 씨티은행과 SC은행 등 외국계 은행이다.

씨티은행은 1991년 국내 시장에서 최초로 PB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억 원 이상 예치 고객을 회원으로 하는 ‘씨티 골드 서비스’가 국내 PB 마케팅의 원조 격이었던 셈. 이어 SC은행도 2005년에 국내에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 금융사들에 PB 서비스의 지평을 열어주었다.

2000년대에는 외국계 은행 출신의 PB들이 대거 토종 금융사들로 옮기며 PB 서비스의 꽃을 만개시켰다. 당시 웬만한 금융사의 PB 팀장들은 외국계 은행 출신의 자산 운용 전문가들이었다. PB 분야의 원조 격인 이들 외국계 은행들이 2015년 들어 대반격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씨티은행은 올해 고객 자산관리에 집중하기로 했으며,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풍부한 시장 정보, 투자 전략, 상품의 다양성 등의 강점을 살려 PB 시장에서 도약적인 상승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SC은행도 PB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박종복 SC은행장은 PB사업부장 출신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고객 자산관리 분야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의 상품 선정과 투자 전략을 꾸리는 외국계 은행의 강점은 변동성이 큰 최근의 금융 환경에서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공산이 높다는 평가다. 자산관리에 있어 씨티·SC은행과 국내 금융사들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계열 자산운용사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계열사에 얽매이지 않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베스트 상품을 선택할 여지가 크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으로 꼽힌다.


한용섭·이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