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작년 해외 직접 구매(직구) 물품 수입이 15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해외 직구의 매력은 폭발적이다. 더구나 여성보다 남성이 해외 직구를 더 많이 한다는 소식은 다양해진 구매 물품과 해외 쇼핑의 달라진 트렌드를 보여준다. 초보자를 위한 해외 직구 방법부터 직구 고수의 유용한 쇼핑 팁을 제안한다.
[TREND REPORT] 나도 ‘득템’ 한 번 해볼까? 중년 남성들의 구매력, 해외 직구까지 뻗치다
최근 한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해외 직구의 기초’를 강의했다는 모 기업 CEO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해외 직구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노하우를 2시간가량 강의했는데 그 관심과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당장 집에 가서 해외 사이트에서 물건을 주문하겠다고 좋아하더군요.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국내 업체나 수입사에서 너무 폭리를 취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격 차이가 많이 났는데 이제는 안방에서 클릭 한 번으로 해외 직구에 동참할 수 있게 됐으니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모 은행에 다니는 김정호(가명, 49) 씨는 작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미국 최대 전자제품 쇼핑몰인 베스트바이 사이트에서 삼성전자 65인치 TV를 구입했다.

“이사를 하면서 TV를 새로 구입하려고 전자제품 매장을 찾으려 했는데 중학생 아들이 미국 사이트에서 사면 반값이라는 말에 도전했습니다. 약 1200달러 정도였는데 관세와 배송비를 다 합해도 우리 돈으로 200만 원이 안 들었어요. 비슷한 모델의 국내 가격보다 절반 가까운 가격에 산 걸 확인하니 돈 번 기분이 들더군요. 최근에는 미국 백화점 사이트에서 손목시계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명품 가방과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20대 여성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 같은 해외 직구가 최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신한, 삼성, 현대, KB국민 등 국내 주요 카드사의 2011~2014년 해외 직구 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1년간 이들 카드사를 통한 해외 직구 금액은 6928억 원으로 7000억 원에 육박했다. 그중에서 남성은 해외 직구를 통해 3701억 원어치(53.4%)의 물건을 사들였고, 여성은 3226억 원어치(46.6%)를 구매해 남성이 여성보다 해외 직구를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직구 이용 연령층과 성별로 세분화해보면 30대 여성이 24.2%로 가장 많았고, 30대 남성(23.3%), 40대 남성(15.0%) 순이었다. 해외 거주 혹은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자신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장년층 남성들의 구매력이 해외 직구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용어 이해부터 쇼핑까지, 해외 직구 실전 편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 중인 김광현(57) 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이마트문화센터의 ‘똑 소리 나는 해외 직구 노하우’ 강좌를 신청했다. 평소 미국이나 북유럽 등의 인테리어 소품, 조명 등이 국내 도매가보다 현지 본사 홈페이지에서 더 저렴하게 팔린다는 사실을 접하고 해외 직구를 마음먹은 것.

“10년 전만 해도 1년에 한두 차례 유럽이나 미국에 가서 직접 아이템들을 바잉해 왔어요. 요즘은 대부분 본사 홈페이지에서 국제 배송을 해주니 집에서 클릭 한 번이면 되겠던데 막상 들어가 주문하려고 보니 용어도 생소하고 절차도 헷갈리더라고요. 그래서 아내와 이번 기회에 해외 직구에 대해 제대로 배워보려고 합니다.”
[TREND REPORT] 나도 ‘득템’ 한 번 해볼까? 중년 남성들의 구매력, 해외 직구까지 뻗치다
해외 직구를 처음 해본 이들은 누구나 처음 접하는 쇼핑 단어와 복잡해 보이는 과정에 ‘우리 집까지 제대로 도착은 할까’ 싶은 두려움이 들기 마련이다. 직구 초보자들이 먼저 숙지해야 할 것은 해외 구매와 관련한 여러 용어들이다. 가장 많이 들어봤음직한 ‘배대지’는 ‘배송 대행지’의 줄임말이다. 대부분의 해외 쇼핑몰 사이트에서는 한국까지 직접 배송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내고 해외 직구로 구매한 상품을 나 대신 한국에 있는 나에게 보내줄 배송대행업체가 필요한데 배대지는 이런 배송대행업체의 주소를 말한다. 십핑 어드레스(shipping address)는 배송 주소를 말하며 결제 단계에서 배대지의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빌링 어드레스(billing address)는 신용카드 발급 주소로 영수증 주소라고도 한다. 대부분 배대지 주소를 입력하면 되지만, 일부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신용카드 발급 주소를 입력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트래킹 넘버(tracking number)는 일종의 운송장 번호다. 물건을 구입한 쇼핑몰에서 배송을 시작하면 보내주는 배송번호로 배송을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결제를 마친 뒤 뜨는 프로세싱(processing), 펜딩(pending), 컴플리트(complete), 십트(shipped)는 물건을 주문한 후 내 주문 내역을 확인할 때 뜨는 용어다. 프로세싱과 펜딩은 주문이 처리 중이라는 뜻이고 컴플리트는 주문이 완료, 십트는 배송이 된 상태로 물건이 배달 중이라는 뜻이다.

직구 관련 용어 개념이 이해됐다면 이제는 직접 쇼핑을 해볼 차례. 해외 직구 방법은 3가지가 있다. 먼저, 한국으로 직접 배송해주는 해외 쇼핑몰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국내 쇼핑몰 이용과 비슷하고 배송 받을 주소에 국내 주소를 영문으로 작성하면 된다. 둘째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송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해외 쇼핑몰에서 한국 주소로 국제배송(인터내셔널 십핑)을 하지 않는다면 현지의 배송 대행지를 거쳐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구입한 물품이 한국으로 배송되지 않을 때에는 배송지 입력란에 배송대행업체 주소를 적는 식이다. 따라서 쇼핑 전 어떤 배송 대행지를 이용할지 먼저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배송대행업체는 미국 내 특정 주소로 물품을 배송 받은 후 자체적으로 다시 국제 택배에 적합한 포장 서비스를 해주거나 합배송(다른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을 한꺼번에 배송해주는 방법)을 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방법들이 귀찮고 어렵다면 주문 과정과 배송까지의 모든 과정을 맡기는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쇼핑할 아이템을 알려주고 업체에 직접 상품을 주문해서 현지 판매 가격, 배송비, 구매 대행 수수료가 모두 포함된 금액을 지불하면 된다. 당연히 앞의 2가지 쇼핑보다 가격이 비싸진다.


해외 직구의 성패, 꼼꼼한 배송대행업체 골라야
직구를 위해 미리 챙겨둘 것이 있다.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자(Visa), 마스터(Master), 아멕스(Amex) 등의 로고가 있는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가 필요하다. 간혹 ‘국내 은행에서 발급한 비자카드인데 결제 단계에서 계속 에러가 나요’라는 게시 글이 직구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이런 경우는 해당 사이트에서 해외 발급 카드는 아예 결제 처리가 불가하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미리 이와 관련한 최신 정보를 검색한 뒤 쇼핑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두 번째 준비물은 개인통관고유부호다. 관세청의 개인통관고유부호 의무화 방침에 따라 주문 시 회원정보 입력란에 부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수입신고 절차를 간소화하려고 만든 것이다. 해외 직구로 100달러, 또는 미국에서 들여오는 경우 200달러를 초과하면 수입신고를 해야 되는데 이때 필요하다. 관세청 사이트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으며 처음 한 번만 만들어 두면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해외 사이트와 배송대행업체의 회원 가입은 미리 해 두어야 편리하고 개인정보 관련 영문을 미리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름은 여권상에 기재된 영문 이름으로, 영문 주소도 미리 알아두면 편리하다. 영어 울렁증이 있어 직구에 쉽게 도전하지 못했다면 실시간 직독, 영작이 가능한 웹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구글 번역기(translate.google.com)나 더 나은 번역기(http://better-translator.com)를 활용하면 편리하다. 한글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구매대행업체도 있다. ‘쉬운 해외 쇼핑’을 모토로 하는 해외 직구 대행 서비스 ‘스냅샵(gosnapshop. com)’에서 쇼핑을 하면 미국 갭(GAP) 브랜드의 의류 정보를 갭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바로 한글로 볼 수 있다.
[TREND REPORT] 나도 ‘득템’ 한 번 해볼까? 중년 남성들의 구매력, 해외 직구까지 뻗치다
막상 해외 직구를 결심해도 너무 많은 배송대행업체들 중 어디를 결정해야 할지 몰라 난감할 수 있다. 배송대행업체를 선택할 때 알아둘 팁은 업체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미국 내 배송 대행지의 ‘주’가 어디냐에 따라 세금이 각기 다르게 매겨져 물건 값이 최대 15%까지 차이가 날 수 있고 배송비도 천차만별이다.
[TREND REPORT] 나도 ‘득템’ 한 번 해볼까? 중년 남성들의 구매력, 해외 직구까지 뻗치다
미국의 배대지는 주로 캘리포니아, 뉴저지, 델라웨어, 오리건 등에 포진돼 있다. 캘리포니아는 아마존에서 구매할 경우 식료품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으므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배대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캘리포니아 주는 부피 대신 실제 무게를 적용해 배송비를 책정하므로 무겁고 부피가 큰 제품을 살 경우 유리하다. 뉴저지에서는 의류나 신발류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오리건과 델라웨어는 모든 상품에 소비세가 붙지 않는다. 다만 오리건은 배대지가 상대적으로 적고 배송비가 다소 높은 경우도 있으니 미리 체크하는 것이 좋다. 델라웨어는 한국행 직항 비행기가 없어 배송 시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TREND REPORT] 나도 ‘득템’ 한 번 해볼까? 중년 남성들의 구매력, 해외 직구까지 뻗치다
저렴해서 시작한 직구, 레어템에 눈뜨다
포토그래퍼 박영진(38) 씨는 5년 차 해외 직구 고수다. 카메라와 관련 액세서리 등을 구입하기 위해 직구에 입문한 그는 국가별 유리한 직구 품목이 있다고 소개한다. 나라마다 자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유명 브랜드를 세일 기간에 구입하면 만족도가 높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갭은 1년에 300일 이상 세일을 합니다. 폴로, 제이크루 같은 의류 브랜드도 세일 폭이 커서 두 딸의 의류를 자주 구매하죠. 최근에는 국내에서 70만 원대에 판매하는 독일산 벤타 에어워셔를 독일의 공식 사이트에서 40만 원대에 장만했습니다.”

의류나 생활용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는 직구족이 있는가 하면 국내에 미입고 된 제품이나 희소성이 높은 아이템을 어렵사리 구매하는 이들도 점차 늘고 있다. 유명 식품 회사에서 근무 중인 김영관(33) 씨는 자타공인 ‘키덜트족’이다. 아마존의 개인 셀러나 오픈마켓인 이베이를 매일 체크하는 것이 하루 일과인 그는 지난달 장난감 레고의 빈티지 아이템을 주문해 받았다.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는 레어템을 주로 삽니다. 남들이 안 갖고 있는 물건을 소유한다는 기쁨이 크죠.”

TV나 오디오 등의 전자제품이나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을 주로 구매했던 남성들의 해외 쇼핑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피부과 의사인 김재영(가명, 40) 씨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데스크 액세서리와 애완견을 위한 가죽 리드 줄을 해외 직구로 구매했다. 그가 국내 백화점보다 40%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곳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명품 소셜커머스 숍이다. “정해진 시간에 반짝 오픈을 해서 소량의 명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이트라 해외 직구에 익숙하고 손이 빠른 사람이라면 추천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기획 박진영 기자 | 글 이지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