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세계유산

[TRAVEL BUCKET LIST]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중국 윈난성 하니족 마을
[TRAVEL BUCKET LIST]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중국 윈난성 하니족 마을
유네스코(UNESCO)는 매해 인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나 자연환경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

이 유산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영광스런 훈장이 되고, 여행자들에게는 언젠가 꼭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가 된다.

여기, 세계유산으로 기록돼 신뢰와 기대를 품게 하는 여행지 2곳이 있다.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의 여행지로 유명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와 자연의 존재 그 자체로 예술인 중국 윈난성의 하니족 마을이다.



옛 시가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프랑스와 독일이 공존하는 곳,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 전경(사진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 제공).
스트라스부르 전경(사진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 제공).
파리 동역(est)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2시간 반,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을 나와 처음 눈에 들어온 풍경이 프랑스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다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바로크풍 건물 대신 독일식 목조 가옥이 늘어서 있다. 자신들을 ‘알자스인’이라 소개하는 이곳 사람들은 일종의 독일어 방언인 알자스어를 쓴다.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주도지만, 오히려 독일을 더 닮은 묘한 도시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에 자리해 영유권이 수차례에 걸쳐 두 나라를 오간 탓에, 독특하고 이중적인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그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옛 시가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운하에 비친 아기자기한 풍경 ‘프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예쁜 목조 가옥을 많이 볼 수 있다. 정확하게는 뼈대만 나무로 된 목골(木骨) 가옥으로, 라인 강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는 건축 양식이다. 독일이나 스위스에도 목골 가옥은 있지만, 알자스의 것은 유독 지붕이 경사지고 창이 많다. 교통의 요지에 자리해 외세의 침입이 잦다 보니 다락에 비상식량을 저장하는 창고를 두는 것을 법으로 정했고, 음식이 썩지 않도록 지붕에 환기창을 냈기 때문이다.
프티 프랑스 옆 보방 댐.
프티 프랑스 옆 보방 댐.
목골 가옥이 가장 아름답게 보존되고 있는 ‘프티 프랑스(Petite France)’로 걸음을 옮겼다. 스트라스부르를 소개하는 책이나 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명소다.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도 그대로 작품이 되는 포토제닉한 장소이기도 하다. 투명한 운하 양 옆으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집들이 운하에 반사돼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모습이 한 장의 엽서처럼 예뻤다.
성당 앞 분수대의 시민들.
성당 앞 분수대의 시민들.
‘작은 프랑스’라는 뜻의 예쁜 지명을 가졌지만, 유래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프랑수아 1세(1515~1547년) 시절 유럽 전역에 번진 매독을 당시 알자스 사람들은 ‘프랑스 질병’이라고 불렀는데, 환자들을 격리해 이곳 병원에서 치료했기 때문에 ‘작은 프랑스’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림 같은 집들이 운하에 반사돼 멋진 풍경을 이루는 프티 프랑스.
그림 같은 집들이 운하에 반사돼 멋진 풍경을 이루는 프티 프랑스.
운하가 발달한 스트라스부르에는 다리와 둑이 곳곳에 자리한다. 프티 프랑스 옆 쿠베르 다리와 보방 댐도 그 일부다. 국경 수비 강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시설이지만 지금은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유유히 이곳을 지난다. 다리 위 사람들이 유람선 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니 승객들도 그 인사에 환한 미소로 답하는 모습에서 여행의 여유가 느껴진다.
높이 143m 규모에 이르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사진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 제공).
높이 143m 규모에 이르는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사진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 제공).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
강변을 따라 걸음을 옮겨 스트라스부르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1176년에서 1439년에 걸쳐 건축된 이 성당은 높이가 143m로, 187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지금도 프랑스에서 둘째로 높은 성당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천문 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매일 낮 12시 30분이면 시계태엽 인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해 한 바퀴를 돈다. 위쪽의 인형들은 예수의 12제자, 아래쪽의 인형들은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상징한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모습에 많은 관광객이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로앙 궁.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로앙 궁.
성당을 나서자 왼쪽으로 오래된 저택과 궁이 보이고, 그 앞으로 커다란 분수가 물을 뿜는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름 모를 가수도 있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도 있다. 마치 그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듯한 성당 종소리가 낮고 깊게 울리며 스트라스부르를 은은하게 물들였다.


교통편 파리 동역에서 스트라스부르까지 일반 열차로 4시간, 테제베로 2시간 반 걸린다.

볼거리 노트르담 대성당 입장은 자유롭지만, 천문 시계의 태엽 인형을 보기 위해서는 오전 11시 40분부터 낮 12시 20분 사이에 2유로를 내고 입장해야 한다. 태엽 인형이 돌아가는 동안에는 출입이 잠시 통제된다. 높이 66m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는데, 입장료는 5유로다. 전화 +33-3-88-21-43-34

로앙 궁 스트라스부르 주교의 가문인 로앙가의 저택이다. 현재는 3개의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1층의 ‘아르데코 박물관’에서는 알자스 지방의 도자기와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실내 장식을 볼 수 있다. 2층의 ‘보자르 박물관’에서는 라파엘로, 보티첼리, 루벤스 등 14~19세기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하의 ‘고고학 박물관’은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프랑스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전화 +33-3-88-52-50-00

먹을거리 라미 슈츠(L’Ami Schutz) 알자스 토속 요리를 선보이는 식당이다. 순대와 비슷한 요리 부댕(boudin), 양배추를 절여서 발효시킨 알자스 전통 음식 슈크르트(choucroute) 등을 맛볼 수 있다. 전화 +33-3-88-32-76-98

리브 고쉬(Rive Gauche) 기차역에서 프티 프랑스로 향하는 길목, 메르퀴스 거리와 생장 거리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프랑스식 노천 카페다. 커피와 크루아상을 파는데 맛이 좋고 주인도 친절하다. 전화 +33-3-88-75-13-44

기타 정보 스트라스부르 관광안내소 관광안내소에서 스트라스부르 패스를 구입하면 박물관, 대성당, 유람선, 자전거 등을 무료 또는 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10.9유로이며, 3일간 유효하다. 전화 +33-3-88-52-28-25
웹사이트 www.otstrasbourg.fr



중국 서남부 윈난성 소수민족의 땅
자연에 새긴 인간의 예술, 하니족 계단식 논
산자락을 따라 3700여 개의 논이 층층이 계단처럼 뻗어 있다(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산자락을 따라 3700여 개의 논이 층층이 계단처럼 뻗어 있다(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하니족을 찾아가는 길은 긴 여정이다. 위치는 훙허 하니족·이족자치주 위안양(元陽)현이며, 성도인 쿤밍에서 약 300㎞ 떨어져 있다. 차로는 5시간 30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위안양현 터미널까지만 무려 7시간 걸리는 대장정이다. 그 중간, 멍쯔현에 이 지역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훙허박물관이 있다. 지루함도 덜 겸 하니족에 대해 공부도 할 겸 먼저 그곳에 들렀다.
소수민족의 농기구(사진 훙허박물관 제공).
소수민족의 농기구(사진 훙허박물관 제공).
3개 층 규모의 박물관 중 전시실은 2개 층으로 돼 있어, 다 둘러보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중국 전체 56개 민족 중 한족을 제외한 55개 민족이 소수민족이고, 그중 절반가량인 26개 민족이 윈난성에 삽니다.” 쿤밍을 떠날 때 가이드가 했던 말을 증명하듯 그곳엔 다채로운 소수민족의 복식과 공예품, 농기구, 식기가 전시돼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으로 다뤄진 내용은 역시 하니족 계단식 논이었다. 해발 700~2000m에 걸쳐 16만6030㎡에 이르는 거대한 계단식 논의 공식 명칭은 위안양티티엔(元陽梯田). 그 경이로운 풍경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있다.
‘용맹하고 엄하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하니족 사람들(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용맹하고 엄하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하니족 사람들(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삶의 터전으로 이룬 세계유산
박물관을 나와 다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시간을 더 달렸다. 하니족의 터전인 아이라오(哀牢) 산 입구에 이르자 하니족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현지 가이드가 버스에 올랐다. “하니족은 1300여 년 전 서북쪽에서 이민족의 침입과 전쟁을 피해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농경민족인 그들은 주변에 하천이 없는 고지대 산에서 농사지을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그녀가 가리키는 창밖으로 하늘에 치마를 펼친 듯 여러 개의 능선이 겹겹이 이어졌다. 하니족은 이 산을 개간해 논을 일구고, 산 정상의 숲에서 내려오는 빗물이 논에 닿도록 수로를 냈다. 지하수나 하천 없이 빗물로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천수답을 만든 것이다.
하니족 마을에서의 저녁 식사(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하니족 마을에서의 저녁 식사(사진 중국국가여유국 제공).
중턱쯤 이르자 산길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좁은 길을 통과하기 위해 작은 차로 갈아타고 10여 분을 더 달려 드디어 계단식 논에 도착했다. 발 아래로 산을 깎아 만든 논이 계단처럼 펼쳐진다. 산자락을 따라 층층이 이어진 계단식 논은 무려 3700개. 마치 산에 새긴 판화 같은 형상이랄까. 생존을 위한 인간의 의지가 자연에 음각을 새긴 듯하다. 크고 작은 논이 문양을 이루다 못해 거대한 작품처럼 충격을 선사한다. 구름 사이로 해가 고개를 내밀자 논의 물에 햇빛이 반사돼 눈부시게 빛난다. 스테인드글라스에 비견되는 이 장면은 매년 11월 중순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보는 위치에 따라 빛의 반사각이 달라지는 것이 아름다워 한참 동안 걸음을 옮기며 바라봤다.
소수민족의 다채로운 전통 의상(사진 훙허박물관 제공).
소수민족의 다채로운 전통 의상(사진 훙허박물관 제공).
하니족의 전통 잔치, 창제옌(長街宴)
긴 시간 차를 타고 온 여행객들을 위해 하니족 사람들이 잔치를 준비했다. 하니족은 잔치 때 여러 개의 식탁을 길게 붙여 놓고 앉아 수십 명이 함께 먹고 마신다. 중요한 절기에 열리는 큰 행사 때는 수백 개의 식탁을 붙여 그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길게 놓인 상에는 닭고기, 생선, 밥과 잘 익은 감자, 각종 견과류, 색색의 채소 등 20여 가지 음식이 차려졌다.

“‘하니’라는 이름은 ‘용맹하고 엄하다’는 뜻입니다. 그 이름에 어울리게 하니족의 옷은 흑색을 바탕으로 하고, 음식은 강하고 매운맛이며, 도수가 강한 술을 곁들입니다.”

하니족 수장이 노래하듯 성조를 높여 자신들을 소개했다. 하니족에게 술을 받을 때에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받고 건배하는 것이 예의다. 이때는 우리가 “위하여!”라고 하듯이 “도사!”라고 외친다. 그렇게 음식을 먹으며 다함께 수차례 “도사!”를 외쳤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도사!”만 외치면 만사형통.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시작된 춤과 노래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처럼.


교통편 인천국제공항에서 쿤밍국제공항까지 직항은 대한항공과 중국 동방항공이 취항하며, 비행시간은 4시간에서 4시간 35분 정도 걸린다. 그밖에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를 경유하는 다양한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볼거리 훙허박물관 훙허(紅河) 주 행정 중심 광장 서쪽에 자리한다. 훙허 지역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의 역사를 소개한다. 청동기, 도자기, 소수민족 전통 의상, 장신구, 농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1층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도 판매한다. 전화 0873-3734160
웹사이트 www.hhzbwg.com

하니족 계단식 논(위안양티티엔) 쿤밍으로부터 약 300km 떨어져 있다. 차로 약 5시간 45분 소요되며, 대중교통으로는 쿤밍 남부 버스터미널에서 위안양 터미널까지 7시간 걸린다. 터미널 앞에서 삼륜차나 택시를 타면 10분 안에 칭커우 관광센터에 도착한다. 관광센터 앞에서 지정된 셔틀버스를 타면, 논을 조망할 수 있는 빠다, 둬이수, 라오후 주이 세 지점에서 승하차를 할 수 있다. 전화 +86 -0873-5620-163

숙소 관광이 개발돼 있지 않아 숙소가 많지 않다. 여행자들은 대부분 시설이 가장 좋은 곳으로 통하는 윈티 호텔에 머문다.

윈티 호텔 3성급 호텔로서 위안양에서 시설이 가장 좋은 곳으로 통한다. 위안양 터미널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다. 가격은 성수기 스탠더드 룸이 330위안, 한화로 약 5만8000원 정도다. 선택에 따라 조식이 제공되며, 바(bar), 사우나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화 +86 -0873-562-4858

기타 정보 현재 국내에는 하니족 마을 여행에 관한 가이드북이나 정보가 많지 않다.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사무소와 중국 내 여행 정보 사이트를 참조할 수 있다.

중국국가여유국 웹사이트
http://www.visitchina.or.kr
훙허 관광안내 웹사이트 www.honghe.travel
위안양 관광정보 웹사이트
ynta.gov.cn/Category_649/index.aspx


기획 이윤경 기자 | 글·사진 나보영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