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자전거 MTB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소설가 김훈의 수필집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대목이다. 산악자전거(MTB)를 타는 사람들도 똑같이 말한다. 허락되지 않는 길을 달리는 설렘이야말로 산악자전거 안장에 오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힘이라고.
[HEALTH LIFE] 두 바퀴로 허락되지 않은 길을 정복하다
“이맘때 유명산 정상에 한 번씩 올라갔다 옵니다. 눈이 녹지 않은 겨울 산 풍광 속을 헤치며 페달을 밟아 달려 내려오는 기분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몰라요.”

2월 1일 팔당역에서 만난 자전거 동호회 ‘팀글로리아’의 멤버인 직장인 김영국 씨는 새해 첫 정기모임 라이딩에 앞서 상기된 표정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복장을 갖춘 김 씨는 2007년 본격적으로 산악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어느덧 8년 차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350만 원대 로드바이크 ‘첼로 엘리엇’과 500만 원대 산악자전거 나이너 29인치 ‘에어(Air) 9 RDO’ 총 2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꽁꽁 얼어붙었던 날씨가 풀어지면서 자전거 애호가들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선수, 동호인, 출근족 등 국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인구는 업계 추산 1000만 명에 달한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자전거 애호가들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편. 자전거 동호회는 서울 지역만 500개가 넘는다.

자전거의 종류는 크게 로드바이크, 산악자전거, 묘기 점프용 자전거(BMX), 시티바이크(사이클로크로스), 하이브리드 등으로 나뉜다. 도로를 질주하는 쾌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은 로드바이크를, 짜릿하고 익스트림한 라이딩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산악자전거를 주로 선택한다. 김 씨와 같은 자전거 열혈 마니아들은 종류별로 1대씩 가지고 있으면서 번갈아 타는 것이 보통이다.

산악자전거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의 게리 피셔가 1970년대 길 위에서 타던 자전거를 산에서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낸 데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험한 산길에서도 탈 수 있는 이 산악자전거의 등장으로 인해 자전거는 ‘전천후 탈 것’이 됐다. 즉, 자전거의 활동 무대를 산꼭대기까지 확장시켜 지표면 거의 전체를 무대로 끌어들인 셈. 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에서도 탈 수 있고, 테크닉만 익히면 험한 산길에서도 달릴 수 있으며 과격한 점프와 드롭 등 거친 주행의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은 그 어떤 레포츠에서도 맛보기 힘든 산악자전거만의 묘미다.


허벅지 쫀쫀하도록 페달 밟으면 기막힌 풍광이 유산소·근력운동 동시에 할 수 있어 전신 활력
이날 자전거 동호회 ‘팀글로리아’ 신년 정모에는 40~50대 남녀 10명이 참석했다. 자전거 페달을 밟은 지 20년째인 ‘선수급’이 있는가 하면 불과 4년 차 아마추어도 있었다. 이들의 미션은 팔당역에서 출발해 유명산 정상까지 달렸다가 내려오는 150km 코스를 1시간 반 안에 완주하는 것. 10년 전에 타던 할리데이비슨을 팔고 산악자전거를 구매했다는 사업가 나태선(40) 씨는 “연료를 태워서 할리를 타는 것보다 내 지방을 태워 자전거를 타니 훨씬 재밌다”며 “오르막길을 오를 때 느껴지는 허벅의 쫄깃함과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의 짜릿함과 상쾌함때문에 산악자전거에 중독됐다”고 말했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에서 자전거를 타니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본다. 자영업자 정선주(47) 씨는 “주중에는 밤 늦게까지 작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난 이후부터는 바로바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주니 몸이 아주 가볍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했다. 정 씨는 “자전거를 타기 위해 근력을 만들어야 하니 틈틈이 헬스도 하고 수영도 한다”며 “일상에서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우울증도 말끔히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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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MTB는 1000만 원 선, 같이 어울려 타면 더 즐거워
이처럼 자전거는 단순히 하체운동만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페달링을 위해서는 온몸에 힘을 고르게 줘야 하므로 전신운동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신체의 모든 관절을 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2009년 발간된 프랑스 환경보고서 ‘자전거의 경제효과’에는 매일 자전거를 30분 이상 타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대장암 60% 감소, 고혈압 30% 감소, 당뇨병 및 비만 30%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활자전거와 달리 산악자전거는 충분한 스킬을 배우고 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등산로나 임도 같은 좁고 험한 산길을 달리기 때문에 주변에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헬멧과 장갑, 팔과 무릎 보호대 같은 안전장비는 기본이고 자세와 브레이킹, 오르막과 내리막 돌파 요령 같은 테크닉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 동호회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으며,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싶다면 바이크 스쿨과 같은 기관에 문의하면 된다. 산악자전거 전문 여행가 김병훈 씨는 “기본기를 갖춘 상태에서 2시간씩 3번 정도 전문가에게 교육을 받고 자세를 숙지하면 쉬운 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처음 배울 때는 기어 조절이나 전방 주시와 같은 자전거의 기본적인 메커니즘과 정비 요령을 꼼꼼히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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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산악자전거를 타는 데 비용은 얼마 정도 들까. 자전거 가격은 적게는 100만 원 선에서 비싸게는 1000만 원 선까지 디자인이나 사양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고가의 라인을 장만할 필요는 없다. 김영국 씨는 “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대회도 나가게 되고, 점차 장비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서서히 업그레이드시켜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클립 신발, 재킷, 등산 헬멧, 고글 등을 포함하면 자전거 외에 초기 비용이 최소 50만 원 정도 더 들어간다. 그 밖에 체인과 타이어 등은 6개월~1년에 한 번 정도 교체해줘야 하며 동호회 활동을 할 경우 회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투자 대비 200% 효과를 보증한다고 동호인들은 입을 모은다. 혼자 탈 때보다 여럿이 어울리는 속에서 시너지가 나오기 마련이다. 자전거 동호회로는 도싸(corearoadbike.com),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cafe.naver. com/bikecity),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cafe. naver.com/bikertravelers), 글로리아스포츠 바이크웨어(blog. naver.com/gloriasports) 등이 유명하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참고 서적 ‘자전거의 거의 모든 것’(원앤원 스타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