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드레스 코드

남성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단연 타이다. 왜냐하면 받는 사람의 사이즈나 체형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전혀 착용을 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경조사가 있을 때는 반드시 매는 것이 관례이므로, 착용 여부를 물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타이’를 선물하느냐 하는 것이다.
네이비 솔리드 타이는 미묘한 색의 변화와 소재 변화에 따라 몇 개씩 구비해도 좋을 만큼 착용 빈도수가 높은 아이템이다.
네이비 솔리드 타이는 미묘한 색의 변화와 소재 변화에 따라 몇 개씩 구비해도 좋을 만큼 착용 빈도수가 높은 아이템이다.
로마 시대, 실제 칼날을 주고받고 피가 튀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를 통한 치열한 전투는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광장, 의회, 법원에서 늘 일어나고 있었다. 로마의 귀족들은 검을 보호하면서 장식하기 위한 화려하고 단단한 칼집을 사용하듯 자신의 목을 천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전체 몸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한 목에 두른 한 조각의 천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패션의 완성, 가장 눈을 끌게 하는 남성 패션 아이템이면서 남성 선물 1순위, 넥타이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럭셔리 브랜드와 타이 전문 브랜드
슈트를 입을 때 목 또는 셔츠의 칼라 둘레에 감고 매듭을 지어 앞으로 늘어뜨리는 끈 모양의 장식용 부속품. 넥(neck)과 타이(tie)의 복합어, 약칭 타이라고 한다. 남자는 사회 초년생이더라도 타이를 10개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 20~30년씩 회사를 다닌 중년의 비즈니스맨이라면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몇십 개는 소장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기본 아이템’이 약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분한 솔리드 컬러의 타이만큼은 저렴한 것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건 ‘타이는 디자인만 빼곤 다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소비 패턴이다. 이러한 이유로 값비싼 타이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강한 색감의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타이를 만드는 원단의 품질, 이를 마감한 봉제 기법이나 수준 등은 천차만별이다. 그러한 점은 실제 착용 시에도 반영돼 매듭도 다르게 묶인다.
안감이 없고, 모서리를 손바느질로 마감한 스포데라타(Sfoderata) 타이. 원단을 일곱 번 접어 만든 세븐 폴드 타이 사양까지 갖춰 최고급으로 만들었다.
안감이 없고, 모서리를 손바느질로 마감한 스포데라타(Sfoderata) 타이. 원단을 일곱 번 접어 만든 세븐 폴드 타이 사양까지 갖춰 최고급으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일반적인 타이와 최고급 타이는 컬러가 같을 수는 있어도, 다 달라 보인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취향인지 잘 알지 못한다면 어두운 색상의 고급 솔리드 타이를 선물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거의 비슷한 타이를 이미 갖고 있더라도, 더 좋은 품질이라면 선물 받은 것을 착용하고 싶은 것이 사람이 심리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도 친숙한 에르메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르메네질도 제냐 같은 고급 브랜드의 타이 품질이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마리넬라(E. Marinella), 타이 유어 타이(Tie Your Tie), 드레이크스(Drake’s)와 같은 타이 전문 제조사의 것은 대부분 더 높은 사양으로 만든다. 모서리를 손바느질로 처리하거나 원단이 2배가량 더 들어가는 세븐 폴드 타이 같은 공정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양을 더하면 타이의 끝단에 자연스러운 주름이 잡히거나 더욱 풍성한 매듭이 만들어진다.

앞서 말한 것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있는 사람의 선물이라면, 조금 더 낮은 예산으로 선물해도 좋은 것은 프루이(Frui), 메멘토모리(Mementomori) 같은 국내 타이 전문 브랜드의 제품이다. 이들은 10만 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우 높은 사양의 제품을 소개한다. 생산하는 타이의 디자인 중 어느 것을 골라도 비즈니스맨의 차림에 어울릴 만큼 우아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선물하기 좋은 것을 고른다면 어둡고 차분한 바탕에 대비가 크지 않은 잔무늬가 있는 것이다. 젊은 남성이나 여성의 기준으로는 너무 심심하고, 고루한 것이 격식을 중시하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규는…
‘비즈니스 웨어’, ‘남자의 옷’ 저자. 남성 패션 매거진 및 전문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 중. 에스콰이어, 루엘 등에 다수의 칼럼을 기고했고, 랄프 로렌, 엠비오, 시슬리 맨, 빈폴 아웃도어 등의 브랜드 스타일링에 참여했다. KBS ‘남자의 자격’, XTM ‘옴므’, GTV ‘노블레스 다이어리’ 등에 출연, 남자의 옷에 관해 이야기했다. 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고, 삼성 애니콜, 위니아 에어컨, GS 포인트카드, 캐논 카메라, 현대건설 등의 CF 비주얼 작업에 참여했다.


기획 양정원 기자 글·사진 김창규 패션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