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의 드레스 코드
남성 패션 아이템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단연 타이다. 왜냐하면 받는 사람의 사이즈나 체형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몇 안 되는 패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전혀 착용을 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경조사가 있을 때는 반드시 매는 것이 관례이므로, 착용 여부를 물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타이’를 선물하느냐 하는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와 타이 전문 브랜드
슈트를 입을 때 목 또는 셔츠의 칼라 둘레에 감고 매듭을 지어 앞으로 늘어뜨리는 끈 모양의 장식용 부속품. 넥(neck)과 타이(tie)의 복합어, 약칭 타이라고 한다. 남자는 사회 초년생이더라도 타이를 10개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 20~30년씩 회사를 다닌 중년의 비즈니스맨이라면 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몇십 개는 소장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기본 아이템’이 약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분한 솔리드 컬러의 타이만큼은 저렴한 것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건 ‘타이는 디자인만 빼곤 다 똑같다’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소비 패턴이다. 이러한 이유로 값비싼 타이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강한 색감의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타이를 만드는 원단의 품질, 이를 마감한 봉제 기법이나 수준 등은 천차만별이다. 그러한 점은 실제 착용 시에도 반영돼 매듭도 다르게 묶인다.

앞서 말한 것이 충분한 예산을 갖고 있는 사람의 선물이라면, 조금 더 낮은 예산으로 선물해도 좋은 것은 프루이(Frui), 메멘토모리(Mementomori) 같은 국내 타이 전문 브랜드의 제품이다. 이들은 10만 원 안팎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매우 높은 사양의 제품을 소개한다. 생산하는 타이의 디자인 중 어느 것을 골라도 비즈니스맨의 차림에 어울릴 만큼 우아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선물하기 좋은 것을 고른다면 어둡고 차분한 바탕에 대비가 크지 않은 잔무늬가 있는 것이다. 젊은 남성이나 여성의 기준으로는 너무 심심하고, 고루한 것이 격식을 중시하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규는…
‘비즈니스 웨어’, ‘남자의 옷’ 저자. 남성 패션 매거진 및 전문 매거진 에디터로 활동 중. 에스콰이어, 루엘 등에 다수의 칼럼을 기고했고, 랄프 로렌, 엠비오, 시슬리 맨, 빈폴 아웃도어 등의 브랜드 스타일링에 참여했다. KBS ‘남자의 자격’, XTM ‘옴므’, GTV ‘노블레스 다이어리’ 등에 출연, 남자의 옷에 관해 이야기했다. 미술 작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고, 삼성 애니콜, 위니아 에어컨, GS 포인트카드, 캐논 카메라, 현대건설 등의 CF 비주얼 작업에 참여했다.
기획 양정원 기자 글·사진 김창규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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