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정 이든네이처 대표

그가 태생부터 기업가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 기업을 시작할 때도 ‘의미’가 먼저였고, 7년째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먼저인 그다. 에너지 푸어인 저소득층의 식사를 바꾸고, 건강을 바꾸고, 나아가 그들의 삶을 바꿀 ‘온기 프로젝트’로 착한 식사 혁명을 시작한 정미정 이든네이처 대표. ‘생각이 큰’ 기업을 지향하는 정 대표에게서 기업의 미래를 보았다.
[NOBLESS OBLIGE] 헬스 푸어를 위한 ‘온기 프로젝트’로 착한 식사 혁명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며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쪽방촌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건강도 ‘빈익빈 부익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난한 사람은 잘 먹지 못해 ‘에너지 푸어’가 되기 싶고, 그러면 자연스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면서 지속적으로 삶이 나아지도록 힘이 돼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KBS 아나운서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발효 전문 건강식품 기업인 이든네이처를 설립한 지 7년째, 정미정 대표는 그 즈음 ‘나눔’의 또 다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또 다른’이라고 한 건, 그동안 개인적·기업적 차원에서 작지만 꾸준히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정 대표는 이든네이처가 표방하고 있는 ‘식사 혁명’을 가장 낮은 데 있는 사람들부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온기 프로젝트’가 출발했다. ‘온기’는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충분한 이든네이처의 발효 생식으로, 식사는 기본적으로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아 정 대표가 직접 네이밍을 한 제품이다.

“온기, 따뜻함이라는 뜻이잖아요. 발효 자체가 온기를 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시작하게 된 ‘온기 프로젝트’는 이름 자체로 우리의 방향성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어려운 분들은 겨울이 더 힘들어요.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니 단백질 공급원이더군요. 쌀과 라면으로 단순히 열량만 보충하게 되면 탄수화물 중독이 오고 대사이상이 올 수밖에 없어요. 결국 당뇨에 고혈압, 심장병이 붙어 다니는 대사증후군에 걸릴 수밖에 없죠. 단백질, 그것도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 공급을 통해 건강도 찾고 그분들의 삶도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건강식품 제공부터 건강 체크·상담까지 ‘풀’ 관리
정 대표는 서울 시내 저소득층이 모여 있는 중구 남대문 지역 센터를 직접 찾아갔다. 보증금도 없이 월세 25만~30만 원짜리 집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노숙자들이 모이는 그곳엔 700여 명가량이 등록돼 있었다. 처음, 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일전에도 어느 건강식품회사에서 거창하게 시작만 하다가 말았던 전례 때문에 역시 또 ‘마케팅’ 활용 차원이 아닌지 의심한 까닭이었다.

“지속적으로 그분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은 진심을 설명했어요. 삶의 의지가 없는 분들은 사실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고,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면 잘 챙겨 먹게 되고, 그렇게 몸이 좋아지면 일어나고 싶고, 밖에 나가 이야기하고 싶고, 일도 하고 싶어지는 등 선순환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다만, 센터 측에서 먼저 50명을 선별해 제품 공급과 함께 교육을 하기로 했어요. 자활 의지가 없는 경우, 제품을 받아도 버리거나 팔아버리는 예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50명을 매월 지원, 관리하고 건강 상태를 공유하면서 상담도 지원해주기로 했어요. 착한 식사 혁명을 하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도 그분들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가 돼요.”

정 대표는 ‘온기 프로젝트’를 점차 늘려 나가 연간 500명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일부 지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던 나눔을 전체로 확장해 작더라도 다함께 나눔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지난 1월 8일 지사장들과 수석 판매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연도대상에서 ‘온기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고 공유했어요. 행복은 많이 가져야 생기는 게 아니라 작더라도 나눌 수 있을 때 생기는 거거든요. 저는 우리 회사의 많은 분들에게 나눔의 행복을 알려주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저희 회사 역시 꾸준히 성장해 오긴 했지만, 가진 게 많아서 나눔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누군가 몇억 원씩 쾌척하기도 하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가 나누는 건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죠. 그런데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면서 또 지속적으로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면에서 기업인으로 살아 오는 동안 정 대표의 가치관은 한결같았다. 기업가가 가진 사회적 사명에 큰 책임감을 갖는 것. 한 기업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직접적으로 관계된 직원들뿐만 아니라 원료를 만드는 농민들부터 제품을 사주는 사람들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협력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인으로서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이 너무나 크다는 생각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

“저는 돈 자체를 추구하는 것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큰돈을 벌지 못하는지도 모르지만요.(웃음) 사실 돈이라는 게 벌 때까진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 인내의 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갈등이 있지만, 저는 확실한 믿음을 갖고 있어요. 우리 회사 제품의 차별성이 제일 크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 점점 먹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는 분위기 등도 고무적인 배경이죠.”
지난 1월 초 열린 연도대상에서 정미정 대표는 ‘온기 프로젝트’에 대해 알리고 방향성을 공유했다.
지난 1월 초 열린 연도대상에서 정미정 대표는 ‘온기 프로젝트’에 대해 알리고 방향성을 공유했다.
돈이 아닌 ‘가치’를 따르는 회사
아나운서로, 어찌 보면 온실 속에 살던 그가 기업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 나왔을 때는 모든 게 쉽지 않았다. 그런 데다 이롬라이프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와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큰 자본 없이 시작해 해마다 20~30%씩 성장하며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느려도 정직하게, 돈이 아닌 가치를 따르는 정 대표의 경영 철학이 크게 작용했다. 그 덕분에 후발주자로 시작했음에 불구하고, 제품력에 반한 마니아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면서 탄탄한 소비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가 판매사원 리쿠르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처음에 제품을 체험할 체험단을 모집하는 것으로 시작했죠. 다행히 파워 프로슈머들이 많이 생겼고, 7년간 그분들이 쌓이면서 회사의 핵심이라 할 만한 그룹들이 생겨났어요. 우리 회사 제품의 마니아들이자 단골로 소비도 하면서 판매도 하는 특이한 구조죠.”

그 모든 건 제품에 대한 자신감, 그로 인해 ‘식사 혁명’을 하겠다는 정 대표의 사명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건강식품회사를 경영하면서 먹는 것에 대해 엄청난 양의 공부를 한 결과이기도 했다.

“우리의 슬로건이 ‘슬로 에이지, 슬로 라이프(Slow Age, Slow Life)’예요. 오래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가는 게 중요한 시대인데, 그걸 위해 식사 혁명을 해야 하는 거죠. 식사를 바꾸지 않으면 병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히포크라테스도 말했잖아요.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동의보감’에도 모든 건강의 기본은 섭생, 즉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예방의학적인 관점에서도 무엇을 먹으면 어디에 좋다고 말하는데, 다시 말해 그건 모든 병의 근원이 먹는 데서 온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 식사를 바꿔야 하는데, 그게 또 한 번에 되지 않죠. 습관 때문이에요. 그래서 ‘식사 혁명’이 필요한 거예요.”
[NOBLESS OBLIGE] 헬스 푸어를 위한 ‘온기 프로젝트’로 착한 식사 혁명
정 대표는 한국인 식문화의 바탕이 되는 곡채류와 인류가 가장 먼저 발견한 안전한 가공법인 발효를 조합한 협업 제품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렇게 발효 홍삼에서 온기, 그리고 최근 내놓은 유산균 세븐원에 이르기까지 15개의 제품군이 발효과학연구소를 통해 탄생했다. 재밌는 건, 이든네이처의 제품들은 ‘올인원’ 성격이 강하다는 것. 여러 개의 제품을 먹어야 하는 게 아니라 한 제품으로 여러 효과를 보는 제품이 많아 사실 기업이 돈을 버는 데서는 조금 멀리 떨어져 있다.

“그게 제 전략이었어요. 처음엔 돈이 되지 않겠지만, 따로 따로 먹던 제품들을 한 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융·복합’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경쟁력을 만들었죠. 지금도 15개 제품 수가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늘리기보다는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정 대표는 ‘강소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만, 매출이 크고 강한 회사가 아닌 ‘생각이 크고 강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게 남들과 다를 뿐. 사회를 향한 작지만 강한 메시지, 그의 큰 생각은 착한 식사 혁명과 함께 이미 시작됐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 장소 협조 카페 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