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포트폴리오 제안
어릴 적 읽던 동화책의 끝은 항상 이랬다. “그 후로도 오래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그러나 현재는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슈퍼 싱글이 동화책처럼 ‘Happily Ever After’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외국계 컨설팅사에 근무하는 A부장(남·44)은 오랜 나의 고객이다. 약 10여 년간 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후 국내 대기업 전략기획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지금은 기업의 전문적인 경영 컨설팅을 한다. 항상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어 바쁘지만, 이미 억대 연봉에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갖췄다. 자기개발과 운동 등 자신에 대한 투자도 아낌없다. 나름대로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고 주변에 친구도 많다. 일과 취미생활로 가득한 그의 일상을 보면 가끔은 TV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하지만 그런 그도 40대 중반이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고민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지녔지만, 아직 ‘미혼(未婚)’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퍼 싱글이다. 슈퍼 싱글은 높은 학력과 경제력 등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도 혼자 사는 독신 남녀를 일컫는다. 최근 이런 슈퍼 싱글들이 늘어나면서 이들만을 위한 자산관리 전략에 대한 고객 관심도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슈퍼 싱글은 다른 기혼자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 교육비로 돈이 술술 샐 일도 없고, 꼭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 물론 충분한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반면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혼자인 만큼 자유롭게 사는 것은 좋지만, 문득 노후에 대한 불안이 엄습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은퇴 이후 노후를 함께할 배우자도 없고 자신을 부양해줄 자녀도 없다. 그나마 부모님마저 떠나고 나면 세상에 의지할 가족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즉, 이렇게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슈퍼 싱글은 더 많은 준비와 대비, 다른 투자 전략과 자산관리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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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은 노후를 함께할 동반자다
슈퍼 싱글의 자산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금’이다. 노후를 준비함에 있어 목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퇴 후 꾸준한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연금 상품에 대한 준비가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노후에 자신과 함께하고 부양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연금은 노후를 함께할 동반자이자 자식과도 같은 의미다.
이때 우선적으로 가입을 고려해야 할 상품은 ‘연금저축계좌’다. 연금저축계좌는 노후 자금 마련과 절세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상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연금 상품이다. 하나의 연금계좌에서 여러 연금펀드들에 투자하고 자유롭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변경할 수 있어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다.
더불어 연간 400만 원 한도에서 납입 금액의 12%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최대 52만8000원(400만 원×13.2%·지방소득세 10% 포함)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해외 펀드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도 이연시킬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의 경우 운용 중에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는 즉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인출할 때 과세되기 때문이다. 또한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금 수령 한도 내에서는 저율의 연금소득세(3.3~5.5%)를 적용받는다.
운용 수익에 대한 과세를 먼 미래로 미룰 수 있는 것도 연금저축계좌의 장점이다. 일반 계좌에서는 해외 펀드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뗀다. 하지만 연금저축계좌에서는 과세가 이연돼 운용 중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세금은 연금을 받을 때 낸다. 세율은 수령 시기에 따라 3.3~5.5% 선이다. 수수료 역시 일반 펀드보다 저렴하다.
과세이연 효과는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들이 주목할 만하다. 운용 중 발생한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되지 않아 연 400만 원까지만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1800만 원 한도를 꽉꽉 채우는 자산가들이 많다.
두 번째로 챙겨야 할 상품은 퇴직연금이다. 2012년 7월부터는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퇴직연금의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해졌다. 그러므로 중간에 직장을 옮기거나 잠시 일을 쉬더라도 IRP를 활용해 퇴직연금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게 좋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2일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되면서,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한도 400만 원에 퇴직연금(DC·IRP) 추가 납입액 300만 원까지 더해 최대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풍성해지는 만큼 보다 관심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Portfolio 2
‘글로벌 자산 배분’으로 ‘안정’을 불어넣어라
슈퍼 싱글의 자산 운용은 금융과 부동산 어느 분야에서든 누구보다 안정적일 필요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투자 성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운용 손실에 대한 슈퍼 싱글의 민감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운용에서는 ‘시중금리+알파(α)’를 추구하는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채권형 펀드나 롱쇼트·인컴펀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같은 대안 상품들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글로벌 우량 상품들로 폭넓게 ‘자산 배분’을 해야 한다. 실제 글로벌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전체 시가총액에서 한국 주식시장의 몫은 약 2%에 불과하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2%가 아닌 98%’에서 넓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의 기회는 보는 것이 당연하다. 여전히 전 세계에는 수많은 우량 자산들과 투자 기회가 많다. 특히 올해처럼 대내외 경제 이슈로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국내 자산에 30~40%, 해외 자산에 60~70%를 투자해 자산 배분의 무게 추를 해외에 조금 더 둘 필요가 있다. 국내에 집중된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겠다. Portfolio 3
‘건강 자산’을 지키지 못하면 다 잃는다
슈퍼 싱글이 지켜야 할 최고의 자산은 ‘건강’이다. 그리고 은퇴 후 노후 생활비만큼 신경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의료비’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은 치료하는 동안 의료비를 발생시킬 뿐 아니라 본인의 소득도 끊기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의료 보장을 준비할 때는 의료실비를 지급해주는 보험과 소득 상실에 대비하는 보험을 같이 들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의료실비보험’은 반드시 들어두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을 당했을 때 병원비 마련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병원비에 비례해 보험금이 지급되므로 인플레이션 걱정을 덜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정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목돈을 지급받아 치료 기간 동안 소득 부재에 대처할 수 있는 ‘정액 보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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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한 소득을 발생시키고 자기개발로‘몸값’ 높여라
사실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슈퍼 싱글의 소비는 자신의 자산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급격히 줄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은퇴 전 월 지출액의 최소 70~80% 이상의 소비가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즉, 꾸준한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음이 전제될 때 삶이 윤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나 전문 직종에 근무하는 슈퍼 싱글일수록 은퇴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계획적인 준비가 요구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강제적으로라도 저축하는 자산관리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만의 삶에 집중하다 보면 사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계획에 없는 큰 지출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자기 스스로 무분별한 소비를 제어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개인적 성향에 따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월수입의 일정 부분은 무조건 저축하고 남은 돈으로만 소비해 꾸준히 자산을 불려 나가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이때 슈퍼 싱글의 자산관리에서는 장기적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인 만큼 배당·인컴 상품 등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를 추천한다. 주식 배당소득, 채권 이자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등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전 세계 우량 자산에 대한 탄력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변동성은 줄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가는 특징이 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만 보더라도 배당은 각광받는 투자 테마다. 저금리에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의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면 배당을 지속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가 시장 대비 우월한 성과를 보여 왔다.
마지막으로 슈퍼 싱글 최대의 자산관리는 자기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로 연봉을 높이는 데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현재의 소득과 건강이 60세 이후까지도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삶이란 없을 것이다.
우정옥 미래에셋증권 센터원영업부 PB│사진 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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