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강자는 신영자산운용이었다. 무려 2조8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흡수했다. 특히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신영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 회사 이상진 대표는 가치투자 철학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다. 올해도 이 대표의 신영자산운용은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MARKET LEADER] “19년째 이어 온 투자 철학 지켜 나갈 것입니다”
이상진 대표는…
1955년생. 1978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78년 현대종합상사 입사. 1987년 신영증권 입사 1995년 베어링증권 영업이사
2000년 신영자산운용 상무·전무·부사장
2010년 신영자산운용 대표(현)


지난해 국내 증시의 최대 화두는 ‘배당주’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국제 유가 급락 등 각종 악재들로 지난해 국내 증시 성과가 전반적으로 저조했지만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며 배당주 투자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배당주펀드로 몰린 절반가량(1조6897억 원)의 자금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로만 몰려들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설정액 3조 원대의 국내 최대 펀드(공모형 기준)로 부상했다. 운용 성과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4%가량 내려앉았지만 6.37%의 수익률(C클래스 기준)로 선전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신영밸류고배당펀드’로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돌풍을 일으켰다. 과연 올해도 ‘배당·가치투자’의 강자로서 국내 펀드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9년 가치투자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신영자산운용의 이상진 대표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나 올해 시장 전망과 포부를 들어봤다. 이 대표는 1996년 설립된 신영자산운용의 창립 멤버로서 2010년 사장에 취임, 올해로 6년째 신영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신영마라톤’ 등 신영자산운용 펀드들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19년째 일관된 투자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은 자기가 맡은 펀드를 10년 넘게 운용해 오고 있어요. 다른 운용사 대비 펀드 보수도 저렴한 편이죠. 수많은 배당주펀드 중에서 ‘신영밸류고배당’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견조한 성과와 함께 저렴한 보수도 꼽힙니다. 시중금리가 2%인데 펀드 보수가 2%를 넘어선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데 지금처럼 부진한 증시에서는 당연히 펀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 올해 전망은.
“연초 유가 급락과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 각종 악재에 국내 증시가 출렁거리고 있지만 올해 증시는 지난해와 달리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반 토막 나면서 시장 우려가 커졌지만 원유 수입국인 일본, 한국, 중국, 인도 등은 혜택을 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유가 하락을 걱정하지만 앞으로 5~6개월 뒤면 저유가에 따른 혜택이 시장에서 부각될 것입니다. 지난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는 올랐는데 한국 증시만 오르지 못했어요.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환율 효과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을 950원대로 잡아 놓은 기업들이 많은데 현재 1080원 선에서 환차익만으로 7~8% 수익이 기대됩니다. 따라서 올해는 기업 이익 증가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 눈여겨볼 주식이나 투자 상품은 무엇인가요.
“바닥권에서 허우적대는 철강, 화학, 조선, 해운 등의 반등을 노려볼 만합니다. 배당투자 관련 상품들도 주목해야 하고요. 정부의 배당 확대 정책도 있지만 2%도 안 되는 시중 금리에서는 배당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어요. 시중은행 금리와 맞먹는 2%대 시가배당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대주주가 경영권을 쥐고 있어 배당이 아니어도 대주주로서의 권한을 누리는 게 가능했지만 현재와 같은 사회적·법적·문화적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배당을 통해 대주주가 수익을 거둘 수밖에 없어요.”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이슈로 시장 변동성을 우려하는데요.
“현재 디플레 우려가 시장에 과도하게 반영돼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 통계치를 분석해보면 디플레, 인플레이션과 관계없이 글로벌 경제는 꾸준히 성장 중입니다. 글로벌 경제학자들도 ‘대공황’을 언급하다 보니 각국의 정책도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은 3%, 중국은 7%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어요. 아직 G2의 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나빠질 투자 환경은 아니라고 봅니다.”


일반적으로 펀드 수익 사이클이 3년 정도라고 합니다. 3년째 지속된 가치주 강세는 얼마나 갈까요.
“올해 한국 경제는 3%대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처럼 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기업들도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사업 분야에 집중하는 구조조정을 통해서 질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에서는 상당 기간 가치주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영밸류고배당’ 설정액이 3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수익률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펀드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펀드매니저들도 성장통을 겪는데요. 신영자산운용은 2년 전 펀드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이 같은 위기를 거쳤습니다. 운용상 부침이 있는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잠시 운용에서 떠나 휴식기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신영밸류고배당’의 펀드매니저가 운용상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어요. 이 펀드의 강점은 가치주와 배당주를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운용상 제약이 적은 편이거든요. 단순히 고배당주만 담은 펀드가 아니라는 얘기죠. 지난해 펀드가 낸 배당수익률을 보면 1.9% 정도입니다. 덩치가 3조 원이 넘지만 은행 이자 수준의 배당수익을 얻었어요. 여기에 가치주 투자로 추가 수익도 냈습니다.”
[MARKET LEADER] “19년째 이어 온 투자 철학 지켜 나갈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해외 자산에 눈 돌리는 투자자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신영자산운용도 해외 투자 펀드가 있나요.
“시장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7년간 운용해 온 해외투자 펀드가 있습니다. 외국 운용사의 자문을 얻어 한국, 중국, 일본 주식에 투자해 온 ‘신영이스트아시아펀드’죠. 지난해 12월 ‘신영마라톤아시아밸류펀드’로 이름을 바꿔 본격적인 운용에 나섰습니다. 한때 설정액이 1000억 원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100억 원 정도예요. 올해 자기자본 100억 원을 추가로 넣어서 해외투자 상품으로 키워볼 계획입니다. 물론 우리 회사 운용 철학에 맞춰 글로벌 배당·가치주 발굴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좋은 펀드를 고르는 요령을 조언한다면요.
“지금까지 다른 운용사 펀드를 가입해본 적이 없습니다. 이유는 펀드매니저가 바뀔 수 있어서죠. 운용역이 바뀌면 펀드 성과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과거 수익률을 좇기보다는 펀드매니저가 얼마나 오랜 기간 운용하고 있는 펀드인지를 살펴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현재 투자 환경에서는 목표 수익률을 ‘시중은행 금리의 2배’ 정도로 잡는 게 합리적입니다. 연 4~6%를 꾸준히 낼 수 있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일부 투자자들은 요즘 같은 박스권 증시에서 단기 투자가 더 효과적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의 장기 투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단, 중소형주펀드 같은 일부 섹터펀드는 주가 사이클을 고려해 시황에 맞춰 투자 전략을 세워볼 만합니다.”


안상미 한국경제신문 기자 saramin@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