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대외 수출이 글로벌 경기의 완만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중국에 대한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많은 한국에도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최근 성장통을 심하게 겪고 있는 중국 수출경쟁력의 변화된 모습을 상세히 진단해봤다.
[IN CHINA] 中 수출경쟁력 ‘뚝’ 한국에도 적신호?
2014년 11월 중국 인민은행의 예상외 금리 인하로 알 수 있듯이 중국의 경기 둔화가 생각보다 빠른 모양이다. 투자 부문은 과잉 설비투자로 증가에 애로가 있고, 소비도 그 성격상 급격한 증가세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그동안 투자와 함께 중국 성장을 주도했던 수출은 어떤가. 부품 등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로서도 관심이 많은 대목이다. 왜냐하면 중국 수출이 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수출, 특히 그 경쟁력에 대해 살펴본다.

이런저런 말들은 많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중국 수출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2014년 3분기 중국 수출은 유럽을 중심으로 2분기보다 호전됐고,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의 기여도도 높아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질적 내용을 보면 곱씹어볼 것들이 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왜냐하면 임금 상승과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그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3년 중국의 전체 수출 중 60%를 차지한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 3곳을 보면 임금 상승세가 너무 빠르다. 2013년 평균 연간 임금 5만6000위안(약 1000만 원)은 2000년 대비 3.5배, 2012년 대비 10.6% 상승한 것으로 최근 4~5년간 계속 두 자릿수대의 높은 상승세다. 환율 절상도 임금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2013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2000년 대비 27% 절상된 수준. 2014년 3~5월 주장(珠江)델타지구의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경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요인으로 1위가 임금 상승, 2위가 숙련된 노동력 부족, 3위가 환율 변동이었다.

실제로 봐도 중국 제품의 수출액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2010년을 정점으로 더 이상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 중국 제품 중에 수출점유율이 향상되지 않거나 하향세인 업종, 반대로 오히려 점유율이 향상되고 있는 업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시장에서 많이 쓰는 수출경쟁력 지수를 통해 알아보자.

수출경쟁력 지수로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와 무역특화지수(TSI), 두 가지가 많이 쓰인다. RCA란 특정 제품 수출액이 세계 수출총액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과 해당국의 그 제품이 해당국 수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비교해서 수출경쟁력을 계산하는 지수다. 보통 1보다 크면 경쟁력이 있고 작으면 경쟁력이 낮다고 본다. 예컨대 자동차란 제품 수출이 세계 전체 수출에서 7%인데,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우리나라 수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면 우리나라 자동차의 RCA는 1.86배이고, 다른 제품 대비 수출경쟁력이 그만큼 높다는 식이다.


중간재 수출 많은 한국도 적신호
반면, TSI는 제품의 순수출액을 수출입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극단적으로 수출이 하나도 없고 모조리 수입하면 그 값이 -1이고, 수입 없이 수출만 하면 거꾸로 +1이 된다. 따라서 -1에 가까우면 수출경쟁력이 낮고 +1에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가 된다. 이 두 지수를 이용해서 추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2010년 이후 중국의 업종을 분석하면 어떻게 되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업종들이 두 범주로 나뉜다고 한다. 두 개의 경쟁력 지수 모두 악화 또는 횡보하는 즉, 경쟁력에 문제가 있는 업종군과 지수가 개선 추세를 보여 경쟁력이 높아지는 업종군이 그것이다.

먼저 경쟁력이 약화 또는 답보상태인 업종부터 보자. 업계에선 귀금속세공품과 가방류 등 완구잡화, 일반 섬유의류 소비재 제품, TV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대표로 꼽는다. 언뜻 보기에도 노동집약적인 소비재로 주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제품들이다. 그만큼 임금 상승과 위안화 절상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는 실제 해당 제품들의 주요 수출처인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수입 동향을 보면 명확하다.

2010년경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아세안이나 방글라데시, 멕시코에서의 수입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국가들은 싼 임금이라는 수출경쟁력을 갖고 있는 게 공통적이다. 예컨대 2013년 중국 광저우시 제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437달러인 데 비해 방글라데시 다카는 86달러, 베트남 호찌민은 173달러, 미국 코 밑에 있는 멕시코시티도 386달러로 중국보다 싸다. 게다가 멕시코의 경우는 대미 수출에 유용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있다.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터키도 유럽과의 관세동맹을 활용하고 있다.

물론 경쟁력이 있거나 좋아지는 업종도 있다. 어떤 것들인가. 한마디로 기술과 자본집약적인 제품들이다. 특히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자기계와 퍼스컴 등 일반기계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수출경쟁력이 살아 있고 또 앞으로 향상될 여지도 꽤 있다고 한다. 또 전기전자부품과 화학섬유를 중심으로 한 섬유류 같은 중간재들도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제품들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고 특히 부품 등의 중간재는 시장점유율이 정점에서 더 올라가지 않는 양상이다. 예컨대 전기기계부품의 경우 2012년 RCA는 경쟁력 있다는 1 이상이지만 TSI의 경우는 -0.03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많다.
[IN CHINA] 中 수출경쟁력 ‘뚝’ 한국에도 적신호?
업계 얘기로는 PC용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등 고부가가치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는데, 아무튼 종합적으로 보면 경쟁력이 있다 해도 제한적인 셈이다. 가공섬유 중간 제품도 2012년 RCA는 1 이상이다.


기술집약재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
그러나 TSI는 2008년 0.4를 정점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성능을 갖춘 섬유제품에 대해선 아직 수입대체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고, 미국과 우리나라로부터의 수입 의존이 높다고 한다.

종합하면 중국 수출은 양적 확대는 이뤄지고 있지만, 질적인 수출경쟁력에서 보면 노동집약재의 경쟁력 저하를 기술자본집약재가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업계의 의견이다. 중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기술집약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온갖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차 5개년계획(2016~2020)에서 대대적인 ‘이노베이션형 국가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고 있고, 2014년 6월 중국 공업정부화부가 발표한 ‘IC산업 발전계획’에 의하면 이를 주도할 정부의 워킹그룹, 국가투자펀드 설립, 법인세 감면, 인재 육성 등 정책을 앞세워 2020년까진 선진 IC기술과의 격차 해소, 2030년엔 세계 톱클래스 기업을 배출하겠다고 한다. 물론 기술집약재 경쟁력 제고엔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동안 노동집약재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임금 이외 물류비용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한 관세장벽 인하 등 경쟁력 제고에 노력함은 물론이다.

아무튼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그 내용이 노동집약에서 기술자본집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우리로서도 생각할 점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출은 부품 등 중간재가 많기 때문에 중국 수출이 전체적으로 답보 내지 약화되는 것은 우리 수출에도 큰 부담 요인이다. 게다가 중국이 집중 노력하고 있는 기술집약재는 우리와 경쟁 관계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후발신흥국 사이에서 갈수록 샌드위치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업계도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한 혁신정책과 파격적인 기업 경영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