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 기자의 금융레시피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던 은행 금리가 역대 최저치에서 힘겹게 턱걸이를 하고 있다. 돈을 굴릴 만한 곳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상황. 하지만 2%대 저금리 시대에도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상품들이 있다. 바로 주요 시중은행들의 베스트셀러 상품들이다. 꽁꽁 얼어붙은 금융상품의 동면기에 활짝 기지개를 편 은행권 최고의 ‘효자 상품’은 어떤 것들일까.
일러스트 전희성
일러스트 전희성
2014년 은행권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신한은행이 꼽은 최고의 효자 상품은 ‘미래설계통장’이다. 이 상품은 2014년 8월 말 30만 좌를 넘어선 후 12월 들어 70만 좌를 돌파하더니 연말에 80만 좌를 넘어섰다. 이 상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는 자유입출식통장으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최고 연 2.5%(적용 구간 50만 원 이상 300만 원 이하)의 우대이자율도 한몫 했지만 다양한 부가 서비스의 영향도 컸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은퇴생활비 전용 통장인 이 상품은 연금 이체 조건만 충족시키면 전자금융 수수료 면제는 물론 다른 은행으로의 이체 수수료도 월 10회 면제해준다. 또 전자금융사기보험, 보안 서비스 등 부가 혜택을 제공해 가입 고객의 88%가 50대 이상일 정도로 은퇴를 앞둔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예치한 날 바로 이율 적용해 목돈 굴리기 적합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마이심플통장’은 고금리 수시입출금 상품의 대표주자로 고객들의 빠른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4년 11월 말 현재 누적 가입금액이 4조2754억 원에 이르며, 계좌당 평균 가입금액은 약 3000만 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파격적인 금리 제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별 잔액 300만 원 이하의 금액에 대해서는 연 0.01%(세전)를,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연 2.0%(세전)의 금리를 제공한다. 예치한 그날 바로 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자수익을 위한 목돈을 단기간 굴리기에 적합하다. 금리에 민감하면서도 복잡한 우대금리 조건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들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다는 평가다.

2014년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행복디자인’과 ‘해피니어’라는 은퇴설계연금 브랜드를 통합해 ‘행복노하우’를 출범시킨 하나금융그룹은 전 계열사에서 공통된 상품과 서비스 표준안을 갖고 고객에게 접근하는 신선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중 연금 수급 통장인 ‘행복노하우통장’은 2014년 12월 12일 현재 34만5000좌에 7155억 원이 판매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금리는 최고 2~2.25%까지 제공되며 수수료 우대 혜택과 다양한 제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하나금융그룹 1200여 명의 전문 컨설턴트(행복파트너)의 상담을 통해 안정적인 장기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투자 포트폴리오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재무 설계 일변도의 상담에서 벗어나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은퇴 후 재취업이나 취미 및 봉사 활동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은행의 나눔금융상품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적금’은 ‘더블 흥행’을 기록 중이다. 통장의 경우 2014년 12월 현재 28만6754좌(2968억 원), 적금은 19만4793좌(1234억 원)로 쌍끌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우리함께 행복나눔 통장’은 100만 원 이하의 잔액에 대해 연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분기별로 고객 명의로 기부하며, 기부 이체 실적이 있을 경우 은행거래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은 납입금액 10만 원, 20만 원 두 가지로 구성된 1년제 정기적금으로 우리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최고 연 5.7%(기본 2.7%+우대 3.0%)의 금리를 제공해 이 중 연 1%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는 만기에 고객 명의로 기부된다. 또 전월 실적이나 사용 횟수에 상관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함께나눔 포인트’ 0.5%가 적립 및 기부되며, 전월 이용 실적 충족 시에는 영화관, 놀이공원, 패밀리레스토랑 등에서 푸짐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부에 따른 특별 보너스도 쏠쏠하다. 이자와 포인트로 기부한 고객들은 국세청 홈텍스에 반영돼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참 착한 통장’도 고객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2014년 12월 15일 기준으로 판매된 좌수는 약 3만5000좌이고 잔액은 약 2조560억 원에 이른다.

‘참 착한 통장’의 매력은 계좌이체, 공과금 납부, 카드 결제 등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의 편리한 기능을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매일의 최종 잔액에 대해 최고 연 2.0%(세전·2014년 11월 17일 현재)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상품은 현금성 자산 운용에 적합하다.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단 하루만 예치해도 잔액별 구간에 따른 금리(5000만 원 이상인 경우 연 2.0%·세전)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상품 구조도 단순해 자동이체나 여타 상품 가입 등의 조건이 없다. 매일의 최종 잔액에 대해 500만 원 미만,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상 및 5000만 원 이상의 잔액별 이율을 적용하고, 매월 둘째 주 마지막 영업일 다음 날에 세후 이자를 통장에 입금해준다.


이자는 기본, 다양한 멀티 혜택 눈길 끌어
일반적인 예·적금 기능을 넘어서 보험과 우수고객 할인몰 혜택 등을 제공하는 멀티 금융상품의 돌풍도 눈길을 끈다.

NH농협은행의 도농사랑가족 통장·예금·적금은 2014년 12월 현재 32만5164좌, 1조6397억 원의 실적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이 상품은 농촌 부모와 도시 자녀의 효(孝) 마케팅을 금융상품에 도입해 호평을 듣고 있다.

입출식 통장인 도농사랑가족 통장은 부모자녀 간 생활비, 용돈 등 월 건당 5만 원 이상 자동이체를 하는 경우 전자금융 수수료와 현금자동지급기(CD)·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인출 수수료를 월 10회 면제하고, 부모자녀 간 자동이체 계좌 중 한 계좌가 농촌지역 계좌인 경우 전자금융 수수료와 CD·ATM 현금인출 수수료를 월 15회 면제하며 타행 수수료도 월 5회까지 추가로 면제해준다. 도농사랑가족 적금은 1년 이상 3년 이내, 초입금 1만 원 이상 매회 1000원 이상으로 매월 500만 원 이내 적립 가능하며 기본 금리(1년 2.1%)에 최고 우대금리 1.0%를 적용해 3.1%까지 가능하다.

목돈 굴리기 상품인 도농사랑가족 예금은 1년 이상 3년 이내, 가입금액 100만 원 이상으로 1인당 10억 원 이내 가입이 가능한데 기본 금리(1년 1.95%)에 최고 우대금리 0.6% 적용 시 2.55%까지 가능하다. 적금 10만 원 이상, 예금 300만 원 이상 가입 고객에게 골절수술보험(농·축협은 재해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 및 농협a마켓 NH우수고객 할인몰 이용 혜택 등 부가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기 위해 출시된 ‘피싱·해킹 금융사기 보상보험’과 연계한 ‘KB마음편한통장’이 선전을 펼치며, 2014년 12월 12일 기준으로 3만5438좌, 잔액 497억3300만 원의 실적을 내 관심을 모았다. IBK기업은행은 캐시백에 혜택을 집중시켜 매년 최대 50만 원(본인과 가족카드 연간 이용 금액을 합산해 3000만 원 이상)을 캐시백으로 돌려주는 ‘IBK약속카드’를 2014년 8월에 출시, 그해 12월 15일 현재 3만656좌 판매를 기록하며 한마디로 대박을 쳤다.


한용섭 기자 poem197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