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리조트 회원권 시장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콘도 산업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았다. 당시 콘도 회원권을 구매했던 자산가들 가운데는 회원권을 투자용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세테크’족이 많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인해 거래가 뜸해지면서 회원권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새로 짓거나 조금 오래됐더라도 워터파크, 스키장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진 콘도 회원권만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용가치에 중점을 두고 구매하는 실수요자들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다.


리조트나 콘도 회원권은 주 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00년대 초반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이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더니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최근까지 약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다. 콘도 회원권은 골프나 피트니스 회원권처럼 가격 급등 가능성이 높지 않아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가격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여가를 위해 회원권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에게는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곤지암·대명 ‘상승’… 용평 ‘하락’
콘도·리조트 회원권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가운데서도 LG그룹이 운영하는 곤지암리조트 회원권은 비교적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11월 말 현재 115㎡형 거래 가격은 9100만 원, 152㎡는 1억2000만 원. 2012년 12월보다 각각 1000만 원, 1500만 원 오른 수치다. 곤지암리조트는 2007년 분양을 시작해 비교적 최신식인 데다 회원권을 6명이 하나의 객실을 공유하는 6분의 1구좌, 2명이 하나의 객실을 공유하는 2분의 1구좌, 단독으로 객실을 사용하는 풀구좌로 관리하고 있어 보다 프라이빗한 이용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곤지암리조트는 분양 당시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지정, 보증금 반환을 앞두고 있어 시중의 매물이 대거 회수된 상태다. 신유정 에이스회원권 차장은 “리조트가 경기도 광주에 위치해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는 단점이 있지만 애초에 고급형으로 지어져 눈여겨볼 만하다”고 전했다.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대명리조트 회원권 시세 역시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거래량도 꾸준하다. 대명리조트는 최근 소노펠리체 델피노 빌리지 등 VVIP 프리미엄 노블리안을 성공시키며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 사용일수 30일짜리 노블리안(실버)의 경우 현재 가격이 9000만 원으로, 2012년 12월보다 2300만 원이 올랐다. 같은 기간 패밀리와 스위트도 1500만 원, 2600만 원으로 2년 새 각각 200만 원씩 상승했다. 대명리조트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조트의 원조인 용평이나 한화 등에 밀렸지만 변산, 단양, 여수, 거제 등 전국적으로 리조트와 호텔의 체인 수를 꾸준히 늘리고, 리조트 내에 워터파크,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실제, 콘도 회원권이 대중화되면서 주 구매층이 50~60대에서 아이를 둔 가족 중심의 30~40대로 낮아졌는데, 대명, 한화, 리솜 등이 종합 복합 리조트로 탈바꿈하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황영훈 대명리조트 대리는 “오션월드가 있는 비발디파크는 물론 설악, 경주, 단양 등 골프장, 온천, 스키장, 워터파크를 두루 갖춘 콘도들의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그밖에 리솜스파캐슬, 안면도리조트 등 별장형 콘도 185㎡는 7200만 원, 힐튼 남해 171㎡는 46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89㎡)와 평창 보광휘닉스파크(66㎡)는 각각 1200만 원, 1450만 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휘닉스파크와 오크밸리는 몇 년 전만 해도 인기있는 리조트였지만, 체인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가치가 떨어진 측면이 있다.

‘스키장 리조트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용평리조트의 회원권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현재 빌라 92㎡ 와 그린피아 125㎡ 회원권 가격은 각각 1000만 원, 165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400만 원, 2300만 원 이었던 지난 2011년 12월보다 각각 400만 원, 650만 원 떨어진 금액이다. 용평 빌라콘도는 1990년에 문을 열어 20년이 지난 만큼 시설이 노후한 데다 수선비 부담을 고객에게 지우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용평 빌라콘도는 2000년대 초반부터 순차적인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수선비 일부를 회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어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이 관계자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용평리조트 회원권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여전히 브랜드 네임을 유지하고 있고, 현재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며 평창과 무창포, 전남 여수 디오션 등 다수의 체인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소형 콘도 회원권 가운데서도 경쟁력 있는 물건이 꽤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체인 수를 보유한 켄싱턴리조트 회원권이 대표적이다. 켄싱턴리조트는 풍림콘도, 한국콘도, 베어스타운 등을 인수하면서 하나의 회원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체인이 늘어난 데 비해 가격이 비교적 낮게 책정돼 있는 편이다. 52~115㎡ 회원권이 200만~7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슈퍼리치는 별장 대신 ‘풀구좌’ 고급 콘도로 갈아타
이렇듯 콘도 회원권이 어느 정도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몇 년간 회원권 시장이 하향 평준화하면서 슈퍼리치들은 ‘그들만의 성’을 형성했다. 그 증거가 고급 별장형 리조트의 등장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강원도 용평과 제주 등지에 단독 별장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유행이었지만 관리가 어렵고 치안도 불안해 상당수가 이를 처분했다. 이러한 수요가 최근 제주 롯데아트빌라스, 강원 알펜시아리조트, 용평 비치힐 테라스, 대명 소노펠리체 등 전국의 유명 고급 별장형 리조트로 몰리고 있다. 종합 리조트 안에 지어진 고급 별장형 리조트의 전용 객실을 여러 구좌씩 매입해 개인 별장으로 이용하는 것. 제주 롯데아트빌라스 분양을 담당한 프리미엄 부동산업체 미드미디앤씨의 이월무 대표는 “고급 별장형 리조트는 물량이 없어 돈이 있어도 못 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수요가 넘쳐난다”며 “주로 개인 자산가들이 개인 별장으로 이용하거나 연예기획사, 기업체에서 법인용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고급 별장형 리조트의 회원권은 대부분 등기제로 운영됐으나, 최근에는 일정액을 예치해두고 해당 리조트를 연간 30일 정도 사용하는 멤버십 회원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요즘에는 자산 500억 원 이상을 가진 슈퍼리치들도 돈이 묶이는 것을 싫어하며, 한곳에 오래 머물면 싫증나기 때문에 약정 기간이 지나면 보증금을 환불받아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SPECIAL REPORT] 평범함은 가라…20억 원대 별장형 ‘눈길’
롯데 아트빌라스는 풀구좌 분양가가 3.3㎡당 평균 2100만~2500만 원대로 총 분양가는 13억~28억 원이다. 대명 소노펠리체는 3.3㎡당 1990만~2400만 원으로 10억6000만~22억 원, 현재 분양 중인 고급 골프텔 용평 버치힐 테라스는 3.3㎡당 1600만~1700만 원 선으로 218㎡ 기준 분양가가 14억 원을 호가한다. 10년 전 분양한 (일반) 버치힐의 경우도 최근 만기가 도래해 분양가 대비 5% 정도 오른 가격에 재판매가 완료됐다.

콘도 회원권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시세차익보다는 이용가치에 중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예약 횟수, 리조트를 보유한 기업의 재무구조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결정해야 한다. 종합 리조트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로 재무적인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중소형 리조트의 경우 부도가 날 경우 회원권 분양금 반환은 물론, 사용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을 수 있다. 그밖에도 구입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골프 혹은 스키만을 즐길 목적으로 회원권을 찾고 있다면 대형보다는 소형을 구입하는 것이 관리비 절감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


이윤경 기자 ram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