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대책과 정부의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회복 신호로 부상하고 했다. 더블 호재 속 부동산 투자 전략을 점검해본다. ­­­­
[REALTY COLUMN] 햇볕 드는 부동산 유망 투자처는 어디?
부동산 업계는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5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2.0%로 낮춘 것이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분양 시장과 주택 거래 시장, 수익형 부동산 시장 등이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분양 시장에서는 일부 단지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1을 기록했다. 주택 거래도 지난달 8만6000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9%가 늘었다.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분양 시장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데다 가계부채가 급증해 부담도 만만찮은 상황이어서 단기간에 ‘완전한 회복 단계’로 접어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분양 열기 후끈…회복세 주도
가장 눈에 띄는 게 분양 시장의 열기다. 정부가 향후 신규 택지지구 지정 중단을 선언한 탓에 위례·동탄2 등 기존 유망 신도시의 분양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여파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청약 경쟁도 달궈지고 있다. 신도시에서는 수십 대 1의 청약경쟁률이 쏟아지고 있다. 분양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도 1700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자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3분기에만도 43만 명이 늘었다.

9·1 부동산대책(이하 9·1대책) 이후 위례신도시에서 공급된 한 아파트는 1순위 최고 경쟁률이 369 대 1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경쟁률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분양권 웃돈도 1억 원 이상 붙었다. 불법 분양권 전매 등 투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자들이 많아서 1년 후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풀리면 분양권 매물이 쏟아지면서 거품이 꺼질 수 있다”며 “묻지마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도권 신도시 분양 열기가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방 신도시로 발길을 돌리는 ‘원정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행정 중심 복합 도시인 세종시가 관심 지역으로 부상했다. 최근 2년간 공급 과잉으로 분양 열기가 시들해졌다가 9·1대책 이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주택 거래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지난 9월 한 달 전국 주택실거래량이 8만6000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1.9% 늘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4만2684건으로 8월보다 23.6%, 1년 전보다 59.5% 증가했다. 서울은 1만3946건으로 1년 전보다 72% 늘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2273건으로 지난해보다 141%나 많아졌다. 지방도 4만3502건으로 전년보다 45.2% 늘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 거래는 6만1946건으로 1년 전보다 55.6% 증가했다. 연립·다세대 주택은 1만3240건으로 39.4%, 단독·다가구주택은 1만1000건으로 48% 늘었다.

거래가 늘면서 집값도 강보합으로 돌아섰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강세를 보였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이 힘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활발한 데다, 실제 추진 가능성도 높은 탓이다. 강남 대치 은마(76.79㎡)는 8억7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오른 8억9500만 원에 거래됐다. 노원 중계 주공2(44.52㎡)도 200만 원 오른 1억5000만 원에 팔렸다.

분당 구미 무지개(청구)(58.49㎡)는 3000만 원 오른 3억3000만 원, 부산 해운대 우동 동부올림픽(84.96㎡)은 500만 원 오른 3억3000만 원에 각각 거래됐다.

정부의 초저금리 유지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회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8월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도 투자자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특히 낮은 금리로 예금에 대한 기대 수익이 줄어들면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의 인기가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상가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세종시, 위례신도시 등 신도시 분양 상가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최근 세종시에서 분양한 한 스트리트몰(가로형 상가)에는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홈페이지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재건축 시장에 햇볕이 들고, 예금금리가 낮아진 것이 전세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늘어나면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변 지역 전셋값도 동반 급등할 수 있어서다.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전세 보증금에 대한 은행 이자보다 월세 전환 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세금을 올리기보다 전체 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월세로 돌려서 ‘반전세’로 임대를 내놓는 집주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이로써 임대주택 시장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민간 임대주택 시장에서 ‘저가 소형 순수 전세 아파트’는 더욱 귀해질 수도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지 노려볼 만
9·1대책과 초저금리 등은 주택 시장에 분명한 ‘정책 호재’다. 불경기 지속 상황에서 정책 호재를 활용할 투자 전략의 키워드는 ‘실속’이다. 무리한 투자보다 상품별, 지역별 안배가 중요하다. 경기 불황에는 매수자(투자자와 실수요자) 우위 시장이다.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느긋하게 매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호재가 곁들여진 경우 더욱 유리하다.

중개 업계는 현재 집값을 2007년 최고가 대비 ‘어깨 수준’으로 본다. 경기 회복이 맞물릴 경우 ‘꼭짓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규제 완화가 마무리 단계인 데다, 정부 지원 대책도 정점에 왔다.

실수요자들은 우선 낙폭이 큰 지역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대비, 현재 10% 이상 떨어진 곳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파주(-23%), 김포(-21.9%), 용인(-15.7%), 도봉구(-13.5%), 과천(-12.8%), 노원구(-12.5%), 용산구(-11.6%), 양천구(-11.3%) 등이다. 강남권은 송파구(-9.8%), 강남구(-8.9%), 서초구(-4.7%) 순이다. 매수 지역의 발전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투자자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핵심인 ‘9·1대책’의 수혜 대상을 찾아보면 좋다. 재건축 가능 시기가 2년 앞당겨진 서울 지역 노후 단지들이 대상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진 유망 지역 중대형 아파트도 관심 대상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대형 공급이 끊긴 탓에 희소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매 시장 도전도 괜찮다. 기존 주택 거래 시장 전망이 긍정적일 경우 한 발 앞선 경매 투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은 버블세븐 지역(서울 강남·서 초·송파구,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도 평촌·용인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5년 만에 90%를 넘었다고 밝혔다. 9월 낙찰가율이 90.69%로 전 달보다 3.85%포인트 상승했다. 90%를 넘은 것은 2009년 9월(91.25%) 이후 처음이다. 9·1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실제로 경매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는 증거다.

분양 시장에 발품을 파는 것도 좋다.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이 큰 데다 분양가도 금융위기 이전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을 분양 시즌이 겹치면서 입지 좋은 지역 물량도 많이 나온다.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반 분양 물량에 눈을 돌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수요자들은 위례·동탄2신도시, 세종시 등 21세기형 신도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도심권 재건축·재개발 단지도 좋다. 지방은 혁신도시 등 개발 호재 지역이 주목 대상이다. 투자자들은 상가와 오피스텔, 분양형 호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영신 한국경제 건설부동산 전문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