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내림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증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예측도 적지 않다. 특히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가가 미끄럼을 타고 있고, 정유, 화학, 조선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의 부진이 2015년엔 회복될 것인가. 한국 증시를 견인할 새로운 주도주는 뭘까.
[INVEST STRATEGY] 미리 보는 2015년 주도주
한국 주식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1988년부터 지켜봐 왔던 리서치센터 근무자 입장에서 2014년을 회고해보면 참으로 답답함의 극치를 보였던 해다. 가끔씩 전망 자체를 포기하고 싶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누가 시장 전망을 물어보는 게 겁이 났다. 이렇게 자신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이게 디플레이션 상황, 즉 경기와 업종 사이클이 전부 부러진 성장 정체 구간에서 나타나는 현상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예측이나 전망을 피할 수 없는 직업이다. 2015년 전망은 더욱 어렵다. 경기도, 산업도 사이클이 전부 엉망이 된 상황에서 예측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잣대로 현상을 봐야 한다는 것인데 그 새로운 바로미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경제, 채권, 투자 전략 등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2015년 전망을 더욱 부담스러워한다.

이런 와중에 2015년 주도주 전망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다음 3가지에 대해서는 주식투자를 하는 투자자들이라면 반드시 주지해야 할 사항이다. 이는 2015년 주식시장을 주도할 테마주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2015년, 3가지 ‘뉴 밸류’에 주목하자
2014년 한국 증시를 되돌아보면 업종별 수익률이 극명하게 대비됐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2013년보다 주가 수준이 낮아졌다. 중국 등 경쟁국들의 추격, 더딘 경기 회복, 그리고 공급 과잉 우려가 겹쳐진 정유, 화학, 조선, 기계 등 이른바 중후장대(重厚長大: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크다는 뜻의 한자. 통상적으로 대규모 장치 산업을 지칭) 업종의 부진도 뚜렷했다.

반면, 안정적 이익 창출이라는 기초 토대에 최경환 경제팀의 ‘내수 살리기’ 기대 효과가 더해진 음식료, 통신, 패션·화장품, 레저, 유틸리티 등은 신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중소형주들의 소외 극복과 트로이카(건설·은행·증권) 종목군의 주가 재평가도 특징적이다.

2015년 주식시장의 기본 여건은 2014년보다 조금 더 복잡해 보인다. 금융위기 졸업을 전후해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온도 차이가 발생했다. 중국은 생산대국에서 소비대국으로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는 길목에 서 있다. 저성장 우려가 깔린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은 이익의 질적 성장 여부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결과적으로 2015년 주식시장 주도주 후보를 추려내는 방법도 한층 세밀하고 정교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2015년 예상되는 기업 내외부의 가치 변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새로운 가치주들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3세대 경영 세습자의 뉴 오너십(new ownership·기업지배구조 변화), 주주의 뉴 퓨처(new future·배당 확대), 기업의 뉴 비즈니스(new business·중국 소비 개선) 등의 밸류(value)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INVEST STRATEGY] 미리 보는 2015년 주도주
3세대 경영 세습자의 ‘뉴 오너십’
밸류, 기업지배구조 변화

2015년에는 기업 오너들의 가치 증대 요구가 빠른 지배구조 개선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는 2013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사회 전반의 경제 민주화 요구에도 부합한다. 국내 기업은 지배구조가 중층적이며,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 정책을 공약했다.

이후 기업 가치와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이 속속 국회를 통과했다. 2013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이 대상.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 제공을 금지하고 회사 및 최대주주에게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짐)에 이어 2014년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이 일부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대기업 금융 계열사들의 합산 의결권을 5% 이내로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 강화’ 법안도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을 소유한 오너 입장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지주 역할을 하는 회사(대개의 경우 각 기업의 주력 자회사에서 분할된 투자회사)가 나머지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지주 역할을 담당하는 회사는 각 사업회사와 지분을 교환하면서 기업집단 내부의 지배력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3세 경영인 등 잠재적인 지배주주가 주식 교환을 활용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린다면 상속세나 증여세를 절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지주회사에는 배당 소득세가 면제되는 점도 오너 일가에게 매력적이다. 2013년 이후만 보더라도 대한항공·종근당(2013년), 만도·아세아(2014년) 등이 지주회사로 전환했으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 이후 재계 1위 삼성그룹의 행보에도 시장의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업 내외부의 요구와 시장 관심도 증가를 감안할 때, 2015년에 투자자들은 주요 기업들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혹은 잠재적인 지주회사 후보군들에 우선적인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주의 후손(2~3세 경영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가치 변화에도 촉각을 세워둬야 한다.


주주의 ‘뉴 퓨처’ 밸류, 배당 확대
2015년에도 배당 확대 이슈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 2014년 8월 세제개편안(배당소득 증대 세제·기업소득 환류 세제)에서 보듯 배당 확대를 유도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명확하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제약 해소, 한국거래소 배당지수 개편, 배당결의 주총 보고 의무화 등도 배당 촉진 정책의 일환이다. 2014년 하반기에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위탁투자 방식에 배당주와 가치주 스타일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점도 배당주에 긍정적이다.

배당 증대는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증시의 구조적인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시세 차익이라기보다는 투자한 기업이 거둔 이익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배당’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배당 확대의 명분도 뚜렷하다. 한국 증시의 배당 성향(현금 배당액·당기순이익)이 글로벌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13년 코스피 배당 성향은 14%이며, 이익금을 배당보다 투자 측면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배제하더라도 배당 성향이 2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배당 성향이 집계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45개국 지수의 경우 평균 배당 성향이 45%다. 동시에 기업들이 배당을 적게 할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2010년 이익을 고점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배당을 미룬다’는 기업들의 기존 논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인구구조가 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이끌 여지도 열어둬야 한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고령 투자자의 투자 성향이 배당주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보다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 증시에서 배당주 강세가 진행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일본 사례에서는 2000년 이후 MSCI 재팬 고배당 지수가 동일 기간 MSCI 재팬 지수를 116%포인트(로그 수익률 기준) 아웃퍼폼하고 있다.


기업의 ‘뉴 비즈니스’ 밸류, 중국 소비 개선
2015년에도 중국형 소비 개선이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개선을 이끌 수 있다. 2015년은 지난 2011년에 제시된 중국의 5개년 경제정책(12·5 규획, 2011~2015년)의 마지막 해다. 4년 전 12·5 규획을 발표할 때 제시된 정책 목표가 ‘투자와 소비를 포용하는 균형 성장’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소비 활성화는 장기적 시각에서 읽어내야 한다.

지난 2014년 3월 중국 리커창 총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모든 인민이 먹고 사는 것에 지장이 없고, 문화생활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천명했다. 실제로 2011년 이후 민간 소비 여력을 개선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구매 보조금 지급을 시작으로 ‘최저 임금 상향, 도시화 박차, 유망 서비스 산업 육성, 사회보장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세련미를 더해가고 있다.
[INVEST STRATEGY] 미리 보는 2015년 주도주
2015년에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선진화 로드맵도 중국 소비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물리적인 위안화 사용 범위를 넓히고 통화가치를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들은 중국 민간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도시가 양적, 질적으로 성장(2020년까지 매년 1000만 명 이상 농민이 도시민으로 전환 예상)하고, 일반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에는 영업 기회가 보다 확대될 수 있다. 중국 국민들이 구매하는 상품의 영역이 ‘기본적인 의식주 관련 제품은 물론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으로까지 넓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재가 고급화됨에 따라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홈케어 제품의 추가적인 수요 확대가 예상되며, 의류·화장품 시장에서도 기능성 제품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삶의 방식 자체가 변하는 측면도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2008년 1200억 위안에서 2013년 1조8000억 위안까지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가 현재 6억 명을 넘어선 상태이나, 인터넷 보급률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온라인 쇼핑 증가 여력이 큰 시점이다.

중국 대중의 여가생활 확대가 문화 및 여행 관련 지출 증가로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류 열풍을 감안할 때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및 영화, 방송 콘텐츠 관련주들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다. 매년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 추세도 유효하다. 호텔이나 면세점, 카지노 등 중국 관광객들이 많은 금액을 지출하는 업종이라면 2015년에도 눈여겨봐야 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