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 하고 메리츠자산운용을 맡은 지 벌써 10개월째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났고 수많은 강연을 했다. 주로 메리츠코리아펀드의 마케팅이 목적이었지만, 다른 중요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었다. 강연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의 주식투자문화(equity culture)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 같다. 주식투자에 대한 사람들 대부분의 인식이 부정적이다. 지금껏 만난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를 해서 많은 돈을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그렇다면 정말 주식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손실을 많이 입는 것은 주식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주식을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투기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위험한 자산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좋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제대로 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라면 정말이지 당연한 원칙이다. 한국은 국민소득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지만 투자문화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식투자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무조건 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노동뿐만 아니라 자본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본인들의 노후를 걱정한다면 더욱 더 해야 한다.

한국에서 주식으로 수익을 올린 사람은 크게 두 가지 부류다. 한 부류는 증권계좌를 열고 투자한 것을 깜박 잊고 많은 세월이 흐른 후 나중에 알게 된 투자가들이다. 다른 부류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장기간 이민을 갔다가 돌아온 경우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바로 주식투자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귀가 따갑게 듣는 것이 장기 투자라는 말이지만 정작 실천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단기 투자로는 절대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도박으로 돈을 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막상 주식투자를 하려니 자금이 없어 막막할 수 있다. 그러나 소비를 다하고 남는 돈을 투자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다. 마치 세금을 내는 것처럼 소득의 일부분을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꾸준하게 투자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개인들의 은퇴 준비를 돕기 위해 ‘401(K) 플랜(Plan)’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소득의 일부분을 투자했을 경우 소득세를 59세까지 유예하는 제도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통해 중산층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한국도 연금펀드에 가입할 경우 비슷한 혜택을 볼 수 있다.

퇴직연금을 통한 주식투자도 중요하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근로자들 대부분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확정급여(DB)형에 가입돼 있다. 정말 노후를 생각한다면 자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투자를 통한 이익이 장기적으로 임금상승률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DC형 중에서도 원금보장형보다는 실적배당형으로 해야 한다. 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고위험·고수익이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은 사람일수록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투자를 여유 자금으로 하는 것이다. 급히 쓸 곳이 있는 자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 둘째는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다. 초기 자금이 크지 않아 분산투자가 힘들 경우 펀드를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는 장기 투자다. 누누이 말하지만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위험이 큰 자산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식 가격이 회사의 잠재돼 있던 내재가치에 근접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주식을 오래 들고 있으면 주식 가격은 오르게 돼 있다. 장기로 갈수록 위험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주식투자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은퇴 이후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COLUMN] 미국의 은퇴 정책 ‘401(K) 플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