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의 원조, 강원도 영월군

산간 오지로 여겨지던 영월은 이 구간 영동고속도로 확장 직후인 1997년 이후 외부인들이 유입되기 시작해 현재는 외지인의 비율이 현지인보다 높은 마을도 생겨났다. 휴양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은 강원도 영월군을 찾았다.
[BEST PLACE TO LIVE] 휴양촌에서 귀농·귀촌지로 변신
강원도 영월군은 수도권에서 2시간대 거리에 있는 중부 내륙에 위치하고 있다. 북쪽으로는 치악산, 남쪽으로는 소백산과 태백산, 청정수역인 동강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산세가 수려한 영월은 물의 고장이기도 하다. 유명산에서 발원한 평창강과 주천강이 합류해 만든 서강과 정선에서 기원한 동강이 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강원도 원주시와 평창군, 정선군, 태백시, 충청북도 제천시와 단양시, 경상북도 영주군와 봉화군 등 9개 시·군과 닿아 있다.

청정 환경 덕에 영월군 북쪽은 오래전부터 최고경영자(CEO)와 전문직 종사자들의 귀촌 및 휴양지로 이름을 얻었다. 그 아래 영월 중부는 최근 귀농·귀촌지로 각광 받고 있으며 고원산간인 남부는 레저·휴양 사업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사립박물관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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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서도 귀촌지로 인기를 끄는 곳은 영월군 북부다. 치악산과 주천강이 있는 수주면, 주천면 등이 그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주천면 운학리. 운학리는 그동안 오지마을로 꼽혔으나 영동고속도로 확장으로 도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기업인들이 많이 정착했다. 외환위기 직후 외지인들이 꾸준히 유입돼 전체 주민 중 약 70%가 외지인이다. 이장, 부녀회장, 새마을지도자, 반장 등을 외지인들이 맡으며 마을에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운학리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수주면 법흥리는 대한민국 캠핑장의 원조다. 법흥계곡을 따라 40여 개의 캠핑장과 펜션들이 휴양촌을 형성하고 있는데, 전체 약 60%를 외지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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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의 중부는 서강과 동강이 흐르는 한반도면, 북면, 남면 등으로 구성된다.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로 농·산촌 복합 지역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이 특히 많다. 수도권에 비해 지가가 싸고 자연경관이 뛰어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최근 귀촌·귀농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월군의 남쪽은 태백산과 소백산의 비경이 있는 고원지대다. 김삿갓면, 중동면이 이에 해당하며 강원랜드의 수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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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땅값은 수도권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귀촌지의 경우 3.3㎡당 20만~30만 원, 귀농지는 3.3㎡당 10만 원 안팎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월도 소규모 토지가 인기가 높은데, 귀촌은 990㎡, 귀농은 3300㎡ 규모가 일반적이다. 펜션이나 캠핑장의 경우는 땅값이 비싼데, 3.3㎡당 50만 원 이상 가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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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이땅(주) 대표는 “영월군은 산지에 비해 토지가 적은 지역으로 부동산 시세 또한 아직 저렴하다”며 “귀농·귀촌 희망자라면 지가가 낮은 고원산지를 매입해 복합 영농이나 귀농 테마 단지를 조성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유성길 씨의 영월군 운학리 정착기
“시골 생활의 재미는 단계별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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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건설회사에 다니던 유성길(63) 씨는 2011년 운학리로 이주한 외지인이다. 200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동안 아내가 운영하던 베이커리를 도왔다. 아내 일을 돕는 틈틈이 전국을 다니며 정착할 곳을 물색했다. 경상남도 거제가 고향인 그는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 정착하리라는 계획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산세가 좋다면 거리를 따지지 않았다. 경기도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경남 하동에서 전라도 구례, 대전 인근까지 전국을 순례하듯 다녔다. 처음에는 강원도 횡성에 임야를 구입했다. 임야를 구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사이트에서 ‘1만6500㎡ 전체가 남향’이라는 소개 글에 끌려 운학리를 찾았다. 운학리를 방문한 첫날, 유 씨는 망설임 없이 횡성 임야를 되팔고 이곳에 터를 잡았다. 1만6500㎡ 중 1980㎡를 3.3㎡당 20만 원 선에 매입했다. 1980㎡ 중 660㎡가 대지고 나머지는 텃밭이다. 2010년 토지를 매입한 그는 이듬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건설회사에 다닌 경험 덕에 설계와 시공을 직접 했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건강이다.


페치카 덕에 겨울 한 달 난방비 10만 원
그래서 선택한 게 한옥이다. 황토와 나무, 단열재, 석고보드 등 친환경적인 자재만 썼다. 벽 사이는 숯으로 채우고, 지붕에는 천일염과 황토를 올렸다. 그렇게 방 3개, 화장실 2개의 132㎡ 집이 완성됐다. 집 오른편으로는 광도 하나 만들었다. 건축비는 3.3㎡당 약 600만 원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한옥을 지으려면 3.3㎡당 800만~1000만 원이 들지만, 신식 한옥을 지은 덕에 건축비를 아꼈다. 직접 설계하고 시공한 것도 도움이 됐다. 유 씨는 어림잡아 3.3㎡당 50만~100만 원은 절약했을 거라고 했다.

한옥을 지으면 첫해는 좀 춥고 해마다 섭씨 1도 정도가 올라간다는 말이 있지만 첫해부터 추위를 모르고 살았다. 난방은 페치카를 주로 쓰고, 하루 2시간 별도 난방을 하면 춥지 않게 겨울을 난다. 석유 300리터면 겨울 석 달을 난다. 한 달 난방비가 10만 원꼴이다. 안벽과 외벽을 각각 15mm, 중간 5mm는 숯으로 채운 덕에 외풍은 거의 없다. 그 대신 환기를 위해 사방에 창문을 배치했다. 유 씨가 가장 아끼는 공간은 안방이다. 온돌을 놓은 안방은 불만 때면 찜질방으로 변한다. 유 씨는 집 지은 그해 운학리로 내려왔다. 아내도 베이커리를 정리하고 그를 따랐다. 아이들도 다 커서 내려오는 데 걸림돌이 없었다.

이주 초기 서울 사는 친구들은 심심하지 않느냐고 걱정했지만 부지런을 떨면 한없이 바쁜 게 시골 생활이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곳이 1320㎡ 텃밭이다. 이곳으로 내려온 이유 중 하나가 먹을거리다. 서울에서 살 때 누가 어떻게 키운지도 모르는 먹을거리가 늘 마음에 걸렸다. 여기 내려와서는 무농약으로 키운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요즘은 수확기라 김장 배추, 무, 고구마, 땅콩 걷느라 하루가 부족합니다. 올해는 무농약으로 고추를 키웠는데 병이 와서 16근밖에 수확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식구들 먹을 양은 됩니다. 약을 안 치면 농사짓기 힘들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력이 회복돼 앞으로는 더 수월해질 겁니다.”

528㎡ 정원 가꾸는 것도 큰일이다. 잔디도 깎아야 하고 나무들도 그의 손길을 기다린다. 얼마 전에는 작은 문을 달았다. 재료를 사서 직접 다느라 시간이 적잖게 걸렸다. 그는 농촌 생활은 단계별로 하나씩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요즘은 겨울 땔감을 준비하느라 손이 쉴 틈이 없다.

“서울에서 2시간이면 도착하니까 별 불편을 모르고 살아요. 살아보니까 산골인데도 비도 눈도 많지 않고 자연 재해도 거의 없어요. 우사나 계사, 고압선 등 재해 물질도 전혀 없습니다. 원주민들과 트러블도 거의 없고요. 여기 소개해주신 분에게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