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대로 떨어졌다. ‘초저금리’ 시대다. 10월 15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로 금리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0) 금리다. 은행에 돈을 넣는 것은 ‘보관’ 이상의 의미가 없어졌다. 초저금리 시대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초저금리 시대 투자 상품을 알아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뒤늦게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뉴노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 가계, 기업의 광범위한 부채 축소(디레버리징)에 따라 나타나는 저소득, 저성장, 저수익률 등 ‘3저(低) 현상’을 뜻한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는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산업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고 있는 중국은 ‘포스트 뉴노멀 시대’를 향해가고 있지만, 유독 한국만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초저금리 시대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회사 PB 등 전문가들은 금리가 낮아진 만큼 연 기대수익률은 4~5%대로 낮추되 투자 지역과 상품 다변화를 통해 초과 수익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PB들이 꼽은 초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은 해외투자, 달러 투자, 안정형 주가연계증권(ELS), 절세 상품, 배당주 투자다.


베트남 등 우량 신흥국 주식투자 활발
저금리 시대의 투자 해법으론 일단 해외투자를 들 수 있다. 1990년 경제 전반의 거품이 붕괴된 후 20년 넘게 초저금리 시대를 경험했던 일본에서 찾은 교훈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일본 전문가인 이형기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초저금리 초반기에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린 일본 투자자들은 금리 3~4%대의 선진국 ‘소버린 채권(정부·지방자치단체·공기업이 발행했거나 지급을 보증한 채권)’ 투자를 통해 돈을 불렸다”고 말했다.

해외투자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도 유효하다. 서울 강남 지역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중심으로 해외 주식 직접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기 지역은 홍콩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간 교차거래를 뜻하는 ‘후강퉁’ 실시로 외국인 자금이 ‘범중국’ 주식시장에 몰릴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14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직접투자 금액은 1조7846억 원으로 연초(1조2148억 원) 대비 46.9% 증가했다.

선진국 중에선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유로존보단 미국 주식투자가 선호된다. 개별 주식을 고르기 힘들다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도 추천됐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양적완화(QE) 종료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고용과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주가는 추가로 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의 진통이 해소되면 주식으로 자본 이동이 촉진되는 ‘그레이트로테이션’이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투자하는 달러 금융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도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더 많은 돈을 쥘 수 있다. 환차익은 비과세라는 점도 주목 받고 있다.

달러형 환매조건부채권(RP)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 후 되사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확정금리형 채권이다. 달러 RP 금리가 은행권 외화예금보다 3~4배 높은 데다 수시로 인출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요즘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전해진다.


연 4% 기대수익률 ELS에 분산투자
ELS도 저금리 시대에 놓칠 수 없는 투자 수단이다. 지수형 주가연계사채(ELB·과거 원금보장형 ELS)의 경우 원금 보장이 되면서도 연 4% 정도의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어서다. ELB는 코스피200 지수, 유로스톡스50 지수,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등 기초자산이 기준 시점 대비 일정 수준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원금 보장이 안 되더라도 녹인배리어(knock in barrier)가 40% 수준인 ELS 상품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녹인배리어가 40%라는 뜻은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까지 기준 시점 대비 40% 이상만 유지하면 사전에 약속한 수익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절세 상품도 초저금리 시대에 무시할 수 없는 투자 대안이다. 특히 높은 세율을 적용 받는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절세’는 재테크의 주요 화두다. 절세가 가능한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론 ‘연금저축’이 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연간 납입 한도는 모든 금융회사를 합해 1인당 1800만 원이다. 모든 소득세 납부자는 연간 최대 400만 원 납입액에 대해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장 큰 혜택은 ‘커지는 복리효과’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매월 33만4000원씩 20년간 해외 펀드에 투자해 매년 연 8%의 수익을 내면(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금액은 펀드에 재투자 가정), 연금저축계좌 투자자는 2억151만 원, 일반 투자자는 1억660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MARKET ISSUE] 초저금리 시대 PB들의 투자 전략
둘째는 세금 절감 효과다. 현재 이자나 배당과 같은 금융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은 15.4%다. 반면 연금소득에 대한 세율은 연간 최대 1200만 원을 개인연금으로 수령한다고 가정할 때 연령에 따라 3.3~ 5.5%의 세율이 적용된다. 특히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서 전체 연 소득이 4600만 원을 넘는 소득자라면, 연금저축계좌를 통해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다.

코스피 지수는 2011년 이후 1800~2000포인트의 박스권에 갇혀 있다.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면서 주가지수 역시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꼽히는 게 ‘배당주’다. 배당주는 주가가 오를 경우 자본수익도 거둘 수 있고 연말 배당수익도 얻을 수 있다. 배당주를 직접 고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면 된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다양한 투자 전략의 배당주펀드를 출시했다. 국내 시장이 좁다고 느껴진다면 아시아나 미국 지역의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 밖에 장기적으로 지주사들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지주사들에 집중 투자하는 사모펀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김응철 신영증권 패밀리오피스 이사는 “지주사들은 배당 수익도 일정 수준 나오면서 자회사들의 자산 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를 통해 지주사들에 투자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한국경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