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제 RNY 골프인스티튜트 원장

김영제 RNY 골프인스티튜트 원장은 선수 출신의 티칭 프로다. 미국프로골프(PGA) 3부 투어에서 4년간 선수 생활을 한 그는 티칭 프로로 전향해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고등학교 때 골프채를 잡은 후 20년간 골프계에 몸담아온 김 원장의 골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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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Y(Robin & Young) 골프인스티튜트는 김영제 원장(40)과 영국인 티칭 프로 로빈 사임스가 뜻을 합쳐 만든 골프아카데미다. 현재 스카이72컨트리클럽(CC)과 신안CC 두 곳에 아카데미를 두고 있다. 티칭 대상은 대부분 투어 프로들이며, 골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아마추어 골퍼들도 가끔 아카데미를 찾는다.

2010년 RNY 골프인스티튜트를 세운 김 원장은 PGA 3부 투어에서 활약하던 선수 출신이다. 김 원장이 골프를 시작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체육학과 진학을 목표로 운동을 하던 그는 아버지를 따라 처음 골프장에 갔다.


군 제대 후 늦게 시작한 선수 생활
일찍 골프에 맛을 들인 그가 골프를 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후다. 늦은 나이에 선수 생활을 결심한 그는 2000년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골프 유학이라고는 했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혈혈단신 미국 땅을 밟은 그는 랭귀지스쿨을 다니며 골프연습장을 다녔다.

틈틈이 시합에도 나갔다. 로컬 토너먼트와 주에서 하는 미니 투어를 거쳐 PGA 3부 투어까지 나가게 됐다. 그렇게 2년이 지났을 무렵 그는 자신의 플레이가 일찍 골프를 시작한 선수들과 다르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2언더, 3언더의 실력으로는 선수로 성공하기가 어려웠다. 선수 생활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고생한 게 아까워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렇게 2년의 세월이 더 흘렀다.

“유학 갈 때 부모님께 ‘4년만 뒷받침해달라’고 했거든요. 그 시간이 오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투어에서 알게 된 선수들에게 물어봤어요. 어디 가면 골프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느냐고요.”

동료 선수들을 통해 그는 PGA 클래스A와 골프 학교를 알게 됐다. 그런데 PGA 클래스A는 미국 영주권자만이 갈 수 있었다. 영주권이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골프 학교였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2004년 그는 샌디에이고에 있는 골프 학교 ‘골프아카데미 오브 아메리카’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 그는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서 살 생각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영주권을 받으려면 직업이 있어야 했다. 학교를 다니며 골프연습장 티칭 프로를 하게 된 배경이다. 이듬해 학교를 졸업하고 영주권을 얻은 그는 다시 PGA 클래스A 과정을 시작했다.

PGA 클래스A 과정에 있을 때 그는 레더베터아카데미에서 한국인 강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레더베터아카데미는 전 세계 21개국에 나가 있는 유명 골프아카데미다. 미국 생활에 지쳐 있던 그는 레더베터아카데미행을 선택했다. 1년 6개월 티칭을 전문적으로 배운 그는 2007년 레더베터코리아 티칭 프로로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동료인 로빈 사임스는 레더베터코리아에서 만났다. 2010년에는 그와 의기투합해 RNY 골프인스티튜트를 차렸다. 열정도 있고 재미도 있던 터라 배우려는 골퍼들은 많았다. 스카이72CC에서 시작해 신안CC에 분점도 열었다. 지금은 레더베터아카데미 라이선스를 가져와서 그에 맞는 연습장을 찾고 있다.

현재 회원은 90% 이상이 선수들이다. 1시간 평균 레슨비가 25만 원이라 프로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선수층은 중학생부터 투어 프로까지 다양하다. 김하늘, 배희경, 안소미, 이솔라, 오세라, 이정화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만 8명 정도다.

그는 미국과 한국의 티칭에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골프는 기술뿐 아니라 코스매니지먼트 등이 고루 어우러져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스윙, 어프로치, 퍼팅 등 기술에 중심을 둔다. 특히 코스매니지먼트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티 샷에 앞서 해저드가 있으면 자신의 드라이버 거리를 생각하고 클럽을 잡아야 하는데, 무조건 드라이버를 잡는 게 한국의 골퍼들이다. 요즘은 외국에서 공부한 티칭 프로들의 영향으로 많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놀라운 건 야드지를 안 보는 골퍼들이 많다는 점이다. 야드지를 보지 않고서는 코스매니지먼트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국가대표나 상비군 출신 골퍼들이 ‘스윙이 망가졌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스윙이 망가졌다는 생각 때문에 멘털도 무너지는 것이다. 스윙만 생각하니까 루틴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루틴도 정신적인 안정에 큰 도움을 준다. 샷이 제대로 안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사실 기술을 익히는 건 라운딩에서 써먹기 위해서다. 그런데 기술에만 치중하다 보니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파5 홀은 3온 2퍼트 전략으로 가는 게 맞는데, 2온 2퍼트만 생각하니까 스코어가 더 나빠지는 거죠.”

기업 행사에 가면 그런 아마추어들을 많이 본다. 기업 행사는 보통 오전 2시간은 원포인트 레슨을 하고 오후에 라운딩을 나간다. 라운딩을 해보면 아마추어 골퍼들이 거리에 대한 욕심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거리가 안 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스윙 스피드가 아무리 안 나와도 콘택트만 좋으면 거리가 나기 마련이다. 골프공에 힘을 전달하는 과정 중 어떤 부분에서 에러가 나는지, 포인트만 짚어주면 금세 샷이 좋아진다.


아마추어 골퍼를 위한 실전 레슨
요즘은 레슨 외에도 선수들과 라운딩을 할 기회가 많다. 처음 한국에 와서는 일하고 공부하느라 한 달에 한 번도 라운딩을 못 할 때도 있었다. 지난해부터 필드에 나가는 횟수가 잦아졌는데, 특히 전지훈련을 가면 라운딩을 자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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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에서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에는 연습, 오후에는 라운딩을 한다. 토요일은 선수들을 모아서 토너먼트대회를 연다. 라운딩을 할 때는 가끔 내기도 한다. 내기가 일종의 긴장감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주니어는 밥 내기나 음료수 내기, 성인 남자 선수들과는 타당 얼마를 걸고 친다. 지난해에는 캘러웨이의 후원을 받아 ‘2014년 캘러웨이 RNY배 토너먼트대회’를 열었다.

많은 선수들과 라운딩을 해본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김하늘을 꼽았다. 김하늘 선수는 2007년부터 지켜봤는데 잘 치는 선수들은 잘 치는 이유가 있다는 걸 그를 보고 알았다.

최나연도 기억에 남는 선수다. 최나연 선수와는 2008년 이후 3, 4번 전지훈련을 갔다. 최나연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건 재능도 있지만 누구보다 연습을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호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 일이다. 하루는 비가 와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쉬었다. 그런데 방 순찰을 도는데 최나연 선수 혼자 숙소 옆 골프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100m 거리에 핀을 꽂고 쇼트 게임 연습을 하고 있던 것이다. 그걸 지켜보던 고등학생 선수들이 “남자인 우리도 나가야 하는 거 아냐” 하면서 머뭇거리더란다.

외국 선수 중에는 필 미켈슨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 미켈슨은 샌디에이고 골프아카데미를 다닐 때 그를 알던 친구 덕에 함께 라운딩을 하게 됐다. 라운딩 후 느낌은 ‘정말 잘 친다’는 말로 요약된다. 특히 콘택트와 임팩트가 기가 막혔다.

“제가 골프 치면서 스트레스 받는 걸 싫어합니다. 그런데 선수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어요. 생각해보면 선수 생활을 하기 전이 골프가 훨씬 재밌었어요. 하지만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스코어가 안 나면 너무 힘들더군요. 재미도 없어지고요. 그러다 티칭 프로를 하겠다고 생각한 후로 마음도 편해지고 다시 재밌어졌어요.”

라운딩을 통해 많은 걸 배운다는 김 원장. 투어 선수들과 코스에 나가면 따로 코칭을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선수들에게는 조언보다 대화로 푸는 게 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너는 이럴 때는 어떻게 하니” 하고 묻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아마추어 골퍼들이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비법’에 대해 물었다. 그의 대답은 “퍼팅을 잘하면 스코어가 준다”였다. 100개를 치는 골퍼가 4퍼트를 하면 아웃오브바운드(OB)를 한 것과 같다. 3퍼팅을 하면 해저드에 빠지는 셈이다. 그는 2퍼트만 해도 스코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퍼팅 잘 하는 법이요? 연습을 많이 해야죠. 특히 거리 맞추는 연습을 많이 하세요. 3퍼트 이상 하는 건 좌우로 빠져서가 아니라, 거리가 짧거나 길기 때문입니다. 방향성보다 거리감이 중요한 거죠. 연습장에 가면 퍼팅 연습을 꼭 하세요. 그러면 스코어가 5개는 줄 겁니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