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농부 박영옥의 투자 칼럼-세 번째
회사생활에 지친 많은 샐러리맨들이 전업투자자를 꿈꾼다. 하지만 섣불리 전업투자자로 나섰다가는 그야말로 ‘쪽박 차기’ 십상이다. 투자는 마라톤과 같다. 따라서 출발선에서 의연한 마음가짐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자금이 100만 원일 때 투자한 종목이 상한가나 하한가에 가면 15만 원이라는 돈이 생기거나 없어진다. 수익이 났으니 기분은 좋지만 마음을 뺏기지는 않는다. 손실이 나면 씁쓸하기는 하지만 크게 심호흡 한 번 하면 잊어버릴 수 있는 액수다.그런데 투자금이 3억 원이라면 어떨까. 수익률이 1% 움직일 때마다 300만 원이라는 돈이 왔다 갔다 한다. 만약 3%가 빠진다면 하루에 900만 원이 사라진다. 별다른 뉴스가 없어도 3%쯤은 쉽게 오르내리는 것이 주가다. 당신이 월 3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3달치 월급이 날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수급에 따라 몇 %의 등락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 기업의 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니니까 괜찮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던지는 충고
업무에 집중하지 못해도 좋고 잠을 못 자도 좋으니까 증권계좌에 3억 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장담하건대 이런 사람이라면 머지않은 미래에 3억 원이 줄고 줄어 3000만 원이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제로가 될 것이고 운이 받쳐주지 않으면 갚아야 할 빚만 남아 있게 될 것이다.
30억 원이어도, 300억 원이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설마 그럴까 하겠지만, 설마가 잡은 사람이 주식시장에는 넘쳐나고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여럿 있다. 이런 경우를 주식시장에 있는 사람들끼리는 ‘떠내려갔다’라고 표현한다. 나무토막은 강물에 떠내려가지만 투자자는 스스로의 마음에 떠내려간다.
잘 던지던 투수가 수비수의 실책 하나에 무너지는 장면을 종종 본다. 그 투수는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책을 처음 본 것일까. 어떤 일을 반복적으로 겪는다고 저절로 그에 대한 적응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감정적인 문제일 때는 반복될수록 반응이 더 강렬해지기도 한다. 어른들께서 하는 말대로 ‘마음보’를 고쳐먹지 않으면 평생 비슷한 일을 만날 때마다 화가 나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또 다른 유형은 자만하는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은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은 유혹에 노출된다.
한 달 동안 부려먹고 월급은 쥐꼬리만큼 주는 사장, 능력도 없으면서 호통만 치는 상사, 인간적으로 도저히 정이 안 가는 동료, 사람을 사람 취급 안 하는 거래처. 이참에 이 꼴 저 꼴 안 보고, 이 사람 저 사람 눈치 안 보는 전업투자자로 나서볼까.
3억 원이면 한 달에 2%의 수익만 내도 600만 원이 생긴다. 이 정도만 돼도 어지간한 월급쟁이보다 낫다. 솔깃하지 않은가. 모순인 듯 들리겠지만 필자는 본업에 충실하면서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 주변에도 잘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전업투자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심지어 돈 잘 번다는 의사가 전업투자자가 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 이 직업을 선택했어요”라고 말하는 직장인은 없다. 있었다고 하더라도 곧 퇴출됐을 것이다. 투자자라는 직업 역시 쉽게 돈을 벌 수 없다. ‘3억 원이면 한 달에 2%의 수익만 내도 600만 원이 생긴다’라는 태도라면 이미 실패한 전업투자자가 된 것이나 같다.
그래도 해야겠다면 조금만 시간을 늦추시라. 그리고 최소한 500개 기업에 탐방을 가보고 ‘전쟁이 나도 투자를 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그때 전업투자자로 나서면 된다. 전업투자자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기업이 우리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몸소 깨달은 뒤에 전업투자자가 돼도 늦지 않다.
진정한 투자자는 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
계속 3억 원이라는 가정을 하고 이야기했지만 그럴 것도 없다. 2012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보유액은 평균 6100만 원이었다. 꽤 많은 듯하지만 여기에는 평균의 눈속임이 있다. 이들 중 5억 원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하다. 그리고 1000만 원 미만이 전체의 60% 정도다. 이들 중 다수가 ‘제발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고 일과 시간 중에는 업무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계속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운이 좋아서, 혹은 여타의 방법으로 3억 원이라는 투자금을 모으더라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주가의 등락에 마음을 뺏긴다면 투자금이 커지면 100% 같은 지경에 처한다. 지금은 담대하더라도 액수가 커지면 달라질지 모른다. 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종목을 고르는 눈이 부족해서 주식투자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전에 담대한 마음이 먼저다.
필자의 계좌는 수익률이 1% 하락하면 10억 원이 줄어든다. 1억 연봉자의 10년 치 월급이다. 수양이 깊은 스님은 아니지만 필자는 계좌에서 ‘10억쯤’ 생기거나 사라져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때로 수십억 원의 손실을 보고 손절매할 때도 있다. 돈이 많으니까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오히려 반대다. 필자는 ‘내 마음을 내가 잡고 있을 수 있어서’ 지금의 부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주인이 될 기업을 고르고 그 기업과 동행하다가 성과를 공유하는 모든 투자 행위는 투자자의 판단에 기초한다. 세계 경제, 국내 경기, 기업 내부의 상황, 경쟁 기업의 상황 등 투자한 기업과 그를 둘러싼 환경은 언제나 변한다. 이럴 때 투자자의 마음이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 같아서는 안 된다. 마치 궁수처럼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과녁을 보고 활을 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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