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 시장의 총아 미국

미국은 2013년 글로벌 자산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보였다. 지난 상승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올해도 미국 증시는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COVER STORY] 재활치료 끝났다…금융·유통 ‘맑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경제 정상화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들어 그간의 노력이 어느 정도 보상을 받는 분위기다. 현재 미국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간 미국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이해를 위해 먼저 살펴야 할 것이 부채다. 2008년 이후 미국은 정부 부채는 느는 반면 가계부채는 정체 상태였다. 집을 사기 위해 과도하게 돈을 빌리던 미국인들이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일종의 부채 축소(deleverage) 현상이 일어났다.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대출을 갚는다는 것은 소비를 줄인다는 말이다. 또 한편으로는 주택 압류와 부채 상각으로 금융 시스템에서 돈이 그만큼 소멸됐다는 얘기다. 돈이 마르고 소비가 줄면 물가는 내려가고 경제는 어려워진다. 부동산 버블 붕괴 후 디플레이션으로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테이퍼링은 경제 선순환 증거
이 대목에서 미국의 선택은 일본과 달랐다. 디플레이션을 앞에 놓고 우물쭈물하는 일본과 달리 미국은 양적완화(QE)라는 강력한 처방전을 내놓았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릴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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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양적완화 대책으로 Fed가 시중에 푼 돈이 약 1조7200억 달러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은행이 가지고 있던 모기지대출채권(MBS)을 사는 데 썼다. 이종환 농심캐피탈 사장은 “당시 MBS는 가치도 폭락했고 사줄 곳도 없는 ‘맛이 간’ 채권이었다”며 “은행들이 필사적으로 자금을 구하러 다니던 시점에 Fed의 MBS 매입은 가뭄의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제2차 양적완화 대책으로는 약 6000억 달러가 풀렸는데, 주로 장기 국채를 매입하는 데 쓰였다. 장기 금리를 안정시켜 경기의 불씨를 살리겠다는 Fed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경기는 쉽사리 살아나지 않았고 기대하던 인플레이션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Fed는 제3차 양적완화를 실시해 장기 국채 매입으로 저금리를 유지하며, 동시에 MBS를 추가로 사들여 은행에 자금을 공급해주었다. 그 돈으로 대출을 늘려 경기에 불을 지피려는 의도였다.

2013년까지 양적완화를 통해 풀려나간 돈은 약 3조 달러다. Fed가 최근 양적완화를 소폭 축소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 시기는 실업률 6.5%, 인플레 2% 달성기라고 못을 박았다. 이 사장은 “인플레를 조건으로 내건 데서 디플레를 잡겠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미국 정부의 발 빠른 양적완화에 힘입어 경제는 정상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우선 고용 경기 회복세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거론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는 총 874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2010년 이후 724만 명이 일자리를 되찾았다. 현재 고용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올 3분기 중 금융위기 이후 신규 고용이 순증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일자리의 증가는 가계부채 구조조정으로 연결된다. 미국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금융위기 당시 130%에 달했으나, 현재는 105% 수준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3년 수준으로 미국 가계 단위의 구매력이 상당 부분 회복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계의 구매력 회복은 기업들의 매출 증가로 이어져 기업실적 호전 및 민간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2년 7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상승하는 등 미국 내 제조업 기반의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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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미국 증시를 둘러싼 이슈 역시 테이퍼링(tapering)이다. Fed의 양적완화 축소, 소위 테이퍼링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의 개선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건은 양적완화를 축소해 나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금융시장의 반응이다. 테이퍼링 자체는 스케줄에 따라 완만하게 진행되겠지만, 금융시장에서 급격한 심리적 반응이 불거진다면 주식시장의 하향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높아진 밸류에이션은 또 다른 이슈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 30년간 S&P 500 지수의 PER는 10~15배 수준이었다. 이를 벗어난 경우는 정보기술(IT) 버블이 형성되고 소멸됐던 2000년 전후와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이 유일하다. 결국 미국 증시에서 PER가 15배 이상 넘기는 어려운 영역인 셈이다.

다만 앞서 지적했듯이 기업들의 기대수익 증가는 PER의 부담을 낮춰줄 것이다. 또한 최근 많이 활용되고 있는 새로운 PER인 CAPE(순이익 계산 시 경기변동 요인을 감안해 최근 10년간 평균 PER를 산출한 것)는 아직까지 과열 수준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팀장은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 증시의 상승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가격 부담을 덜어야 할 필요성은 있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의 완화를 위한 가격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환 사장은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투자자들은 금융과 소비재, 주택건설 업종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 중에서는 소매금융에 강한 웰스파고와 인수·합병(M&A)에 강한 JP모건, 소비재로는 미국 유통 1인자인 월마트를 꼽는다. 미국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호황을 누릴 주택건설 업종에서는 미국 최대 건설업체인 호튼을 비롯해 레노, 풀테 등이 대표 종목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