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차익 상품 해외 ETF

해외 증시가 활황을 띠면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주가지수와 연계된 해외 ETF는 해외 주식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투자 대안이다.
[COVER STORY] 국내보다 높은 수익률…안전성도 매력
2013년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증시가 뜨거웠던 한 해다. 미국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유로존 해체설까지 나온 유럽 경제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일본도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며 증시에 활황을 이어갔다.

해외 증시의 활황은 저금리, 저성장 등으로 글로벌 증시와의 비동조화가 확대된 국내 증시와 차별화됐고,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는 빠르게 해외 주식으로 채워졌다. 실제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일본 닛케이 225 지수, 유럽의 스톡스(STOXX) 600 지수는 지난 1년간 각각 29.6%, 56.7%, 17.4% 상승했다. 0.7% 상승한 코스피 지수와 상당히 대조된다.

절세 효과도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을 높인 계기가 됐다. 2013년 달라진 세법에 따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기준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절세로 옮아갔다.

기존 해외 증시 투자는 뮤추얼펀드나 국내에 상장된 해외 벤치마크 추종 ETF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 대부분 환매 또는 매매 차익에 대해 금융소득이 종합과세 됐다. 하지만 개정 세법에 따라 해외에 상장된 주식을 직접 거래하거나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할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분리과세 된다. 해외 주식이나 해외 ETF의 양도차익은 한 해 동안 매매 결과를 합산해 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표준에 대해 주민세 포함 22% 분리과세 된다.


S&P 지수 추종 ETF 지난해 29.7% 상승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에 대한 직접투자는 여전히 장벽이 존재한다. 현지 시장에 상장된 종목에 대한 정보와 시시각각 변하는 시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시차(미국 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23:30~익일 6:00까지)와 제한된 정보도 투자의 걸림돌이다.

따라서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들은 ETF로 눈을 돌렸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 상품은 국가 지수나 섹터 추종 ETF, 경제 이벤트에 따라 유동성을 극대화시키는 레버리지 ETF, 채권 등 상품 운용에 따른 위험 헤징을 위한 ETF 등이었다.

2014년 올해는 어떤 ETF들이 관심을 받을까. 올해 유망 해외 시장은 역시 미국과 함께 독일, 영국과 같은 유럽 선진 국가들이다.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를 시작하며 경제가 자생 국면으로 정착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7%인 실업률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목표치인 6.5%까지 내려갈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만큼 미국 경제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얘기다.

신한금융투자를 통해 지난 한 해 가장 많이 거래된 ETF는 ‘아이셰어스 코어 S&P 500 ETF(iShares Core S&P 500 ETF)’다. 이 종목은 미국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ETF로 애플, 엑슨모빌, 구글, 제너럴일렉트릭(GE),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500개 대형 우량주들의 주가를 반영한다. ‘아이셰어스 코어 S&P 500 ETF’는 지난 한 해 29.7% 상승하며, 지수 상승률인 29.6%에 버금가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인 만큼 전체 시장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동일한 지수에 투자하며 중간에 배당금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투자자라면 ‘호라이즌 S&P 500 커버드 콜 ETF(Horizons S&P 500 Covered Call ETF)’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ETF는 커버드 콜 전략(Covered Call Strategy)을 구사해 콜 옵션 매도 자금으로 분배금을 지급함으로 일정 기간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다. 벤치마크만 추종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총 수익은 비슷하겠으나, 중간에 수익을 배분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참고로 최근 반기 배당률은 2.5%였다. 콜 매도 전략으로 시장의 하락 시 또는 약보합 시에는 동일 지수 추종의 일반 ETF보다 경쟁력 있는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

헬스케어 관련 ETF도 주목할 만하다. 헬스케어는 미국을 대표하는 섹터 중 하나다. 소득 증가와 함께 인구의 고령화는 산업구조 자체에도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아이셰어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ETF (iShares Nasdaq Biotechnology ETF)’는 헬스케어 부분에 투자하는 ETF인데 셀진, 암젠,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 대표적 제약회사들의 주가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이 중 셀진은 암이나 면역 관련 질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작년 매출액이 약 64억 달러로 2010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주당 경상영업순이익은 6달러로 2010년 2.1달러보다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아이셰어스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ETF’의 주가는 지난 한 해 65.5% 상승하며, 벤치마크 지수 상승률인 65.8% 대비 0.521의 오차를 보였다.


헬스 관련 ETF 주목
유럽은 단연 독일 시장의 성과가 돋보인다. 독일은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4.3을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수출 증가에 따라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의 6.9%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독일 증시를 나타내는 닥스(DAX) 지수는 지난 2년간 약 62% 상승하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증시는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과 벤츠의 다임러, BMW, 지멘스, 바이엘, 아디다스 등 독일 증시엔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이 많다. 이러한 독일 우량 종목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ETF는 ‘아이셰어스 MSCI 저머니 ETF(iShares MSCI Germany ETF)’다. 이 ETF는 앞의 종목 외에 바스프·알리안츠·도이치은행·도이치 텔레콤 등 자동차 제조업에 약 15%, 화학제품에 13%, 제약·보험에 약 20%가 배분된 ETF다.

하락장에 베팅하는 ETF도 단기 투자 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양적완화 중단까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자금의 유동성 유출로 인한 해당 국가들의 증시가 하락할 리스크가 존재한다.

‘디렉션 이머징마켓 베어 3X 셰어스(Direxion Emerging Markets Bear 3X Shares)’는 신흥국 증시를 기반으로 한 이머징마켓 인덱스와 연동하는 ETF로, 인덱스의 반대 방향으로 일일 변동률의 3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즉, 이머징마켓의 증시가 하락하면 3배의 레버리지를 내며 상승하는 ETF다. 다만, 이러한 레버리지 ETF의 경우 일일 수익률에 연동해 움직이므로 기간 수익률과는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인지해야 한다.

이 밖에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 투자하는 ETF, 셰일가스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는 ETF, 영국 부동산 시장 상승에 투자하는 ETF 등 글로벌 시장 변화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는 ETF가 미국에 약 1330여 개, 유럽에 약 1460여 개, 홍콩에 80여 개 등이 상장돼 국내에서 직접 투자할 수 있다.

2014년은 글로벌 증시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보다 저성장의 길목에 일찍 들어섰던 일본은 자국 시장을 탈피해 이미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이 상당하다. 일본 다이와증권의 경우 2012년 3분기 리테일 수익 중 약 40%가량이 해외 부문에서 발생했을 정도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해외 시장은 아직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 ETF로 그 첫걸음을 시작한다면 수익성과 안정성에 보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자산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는 넓고 투자할 곳은 많기 때문이다.


이용훈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사업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