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마트폰 탈출구 있나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G전자의 실패는 뼈아프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부의 비중이 워낙 큰 데다, 사이클이 짧은 휴대전화 특성상 개발비와 마케팅비가 TV나 가전 등 다른 사업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LG전자의 미래는 스마트폰의 성패에 달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PECIAL REPORT] 야심작‘G폰’고전…“ODM 병행 검토해야”
2012년 9월. 스마트폰 부진으로 일그러졌던 LG전자 임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LG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G폰’이 출시됐기 때문이다. LG맨들은 “이제 스마트폰도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신제품의 이름도 ‘그레이트(Great)’나 ‘글로벌(Global)’의 앞 글자를 따 ‘옵티머스(Optimus)G’로 정했지만 은근히 ‘회장님폰’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들라”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회장님폰’에서 느낄 수 있듯이 LG는 이 제품에 사활을 걸었다. 제품 기획단계에서부터 LG전자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핵심 계열사가 달라붙어 1여 년간 공동 작업을 했다는 후문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미국의 주요 통신사를 직접 방문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마케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회장님폰’은 LG의 구세주가 되지 못했다. LG 스마트폰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LG전자는 2013년 3분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했던 스마트폰에서 또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옵티머스G, 옵티머스G 프로의 성공과 함께 야심차게 출시했던 G2 판매에도 불구하고 LG전자 스마트폰은 적자 전환의 악순환에 재차 빠져들게 됐다. 무엇보다 G2 출하량이 증가하는 4분기에도 마케팅 비용이 3분기 대비 증가하면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SPECIAL REPORT] 야심작‘G폰’고전…“ODM 병행 검토해야”
LG전자는 스마트폰에 늦게 대응하면서 2010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하드웨어(HW) 혁신에 성공한 2012년에 손익분기점(B.E.P)를 기록했다. 그러다가 옵티머스G와 G 프로 출하량이 양호했던 2013년 1분기 영업이익률은 4.1%까지 개선되면서 과거 피처폰 시대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북미 시장 집중한 마케팅 전략 실패
하지만 선진 시장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면서 하드웨어 혁신만 가지고는 LG전자와 같은 3위권 이하 업체가 지속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디지털 기기인 스마트폰의 경우 대부분의 핵심 기술이 표준화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아닌 하드웨어의 ‘스펙’ 경쟁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이다. 과거 LG전자가 하드웨어의 품질과 디자인을 앞세워 차별화에 성공했던 초콜릿폰이나 프라다폰 때와는 시장 자체가 달라졌다.

여기에 LG전자의 타깃 시장 전략도 적절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전체 수요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북미 시장에 마케팅 비용의 상당 부분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북미 시장은 과거 피처폰 시대 때보다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시장점유율 상승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마케팅 비용 부담 또한 더욱 크게 상승했다. 시장조사 전문 업체 가트너의 집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분기 10.3%에서 애플의 아이폰5S가 출시된 3분기 점유율은 8.6%로 하락했다. 여기에 한국 내수시장 위축과 일본 엔화 약세도 LG전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소니는 전통적으로 북미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약한 서유럽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44%를 차지하고 있는 서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은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소니의 엑스페리아 시리즈(Xperia Series)를 선호하면서 스마트폰에서 흑자에 성공했다.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같은 하드웨어 사양으로 타깃 시장이 달랐던 양사의 단기적인 성적표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노키아·블랙베리도 흑자 전환 못해
무엇보다도 최근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노키아, 블랙베리, HTC의 경우에도 분기 적자를 기록했을 때 쉽게 그 방향을 바꾸지 못했다. 노키아는 2012년 1분기부터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 번도 흑자 전환을 못한 상태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됐다. 블랙베리도 2012년 1분기에 적자 전환 후 한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각을 진행했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HTC도 2013년 3분기에 적자 전환 후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역시 시급하게 분기 흑자 기조 시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제품 사이클이 지나치게 빠르고, 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분기 적자는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선순환 구조에 진입한 이후 매출액의 6%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하고도 20%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2군 그룹(second tier)의 경우 매출액의 6% 이상을 마케팅 비용에 사용할 경우 높아진 고정비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브랜드 선호도와 인지도 제고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스마트폰 산업의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감가상각비 부담이 적은 스마트폰 산업의 경우 영업적자는 현금흐름의 악화를 의미한다.

최근 들어서 LG전자가 구글 넥서스 제품 개발 및 생산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분기 흑자 전환을 위해서는 브랜드 마케팅과 제조자개발생산(ODM) 전략을 병행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 등 다른 ODM 업체 발굴을 통해 고정비를 상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타깃 시장 재정립도 필요하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의 경우 마케팅 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좀 더 발 빠른 게릴라식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특정 기능과 성능을 부각시킨 제품을 한 발 빨리 출시한 이후 경쟁자가 접근할 때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2014년부터 스마트폰 성장률이 20%대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2015년 산업 수요 성장률이 1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분기 흑자 전환을 통한 선순환 구조 정착에 있어서 ‘시간’은 어느 것보다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 LG전자 내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MC사업부의 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충당할 만한 자금 여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더구나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욱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노키아를 인수한 MS와 모토로라를 등에 업은 구글 역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로서는 사면초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룹의 오너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삼성과 애플의 거대한 벽을 넘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기업분석팀 이사│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